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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삼천명분의 밥을 짓던 법주사 무쇠솥

[얼레빗 2905]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동구를 들어서니 마현고개에 / 馬峴當洞口
연석이 백 경이나 깔려 있고 / 鍊石鋪百頃
일로가 평탄하기 숫돌 같은데 / 一路坦如砥
다리에 들어서니 깊고 고요한 물 / 入橋水深靜
저녁녘에 이르니 대 법주사 / 到大法住황
홀히 선경에나 들어온 듯 / 況然入異境
철확(무쇠솥)이 계곡 옆에 가로질렸고 / 鐵側溪谷
동주가 여기저기 번쩍이는데 / 銅柱光景
나대의 전상이 그대로 있어 / 羅代殿像在
귀신인 듯 괴물인 듯 무시무시했네 / 鬼怪伏精猛

위는 <동문선> 제3권에 채수(蔡壽)가 지은 “속리산기행증욱상인(遊俗離山記行贈旭上人)”이란 시의 일부입니다. 동문선은 삼국시대 후반기로부터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 근세조선의 중종(中宗) 초 무렵까지 시인ㆍ문사들의 수많은 작품을 뽑아 펴낸 책입니다. 정편, 속편으로 구성되었고 정편은 성종(成宗) 9년(1478년) 12월에 서거정 등이 모아 엮었으며, 133권으로 되어 있지요. 한편 속편은 중종(中宗) 13년 7월(1518년)에 신용개(申用漑) 등이 찬집한 것으로 총 23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 3천명의 밥을 지을 수 있다는 법주사 무쇠솥(보물 재1413호)

속리산 법주사 무쇠솥을 시에 실은 채수(1449 ~ 1515) 선생은 조선 초기 뛰어난 명문장가로 법주사를 찾아 명물인 무쇠솥 (그의 시에서는 철확이라 함)을 보았던 모양입니다. 법주사의 이 큰 가마솥은 큰 사발(大鉢) 모양을 하고 있으며 높이 1.2m, 지름 2.7m, 둘레 10.8m, 솥의 두께는 3∼5㎝ 정도이며 무게는 약 20여 톤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법주사에 전해오는 말로는 신라 성덕왕 때(720~736, 재위) 만든 것으로 3천명이 먹을 수 있는 크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문화재청에서는 이 솥의 몸체에는 아무런 문양이나 기록이 주조되지 않아 제조연대와 제작자, 제조방법에 대해 알 수 없지만, 용해온도가 청동보다 훨씬 높은 주철로 주조된 대형의 주물솥이라는 점에서 기술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자료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 무쇠솥은 거의 완벽한 조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문화재로 보물 제1413호(2004년 8월 31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예전에 이 큰 솥에 밥을 지어 함께 나누던 분들은 어떤 분들이었을까 새삼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