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예나 지금이나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일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조선시대 수군이 호랑이 사냥을 다닌다면 말이 안 되는 일이었겠지요. 그런 비슷한 일이 숙종 때 벌어졌습니다. 숙종은 비교적 건강한 체질이었지만 재위 40년이 되자 자꾸 몸이 붓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누가 부기에는 물오리가 좋다고 하였고, 이에 각 도의 감사들은 군인들을 풀어 물오리 잡기에 혈안이 되었습니다. 물오리를 잡아 임금에게 상납하려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그놈의 물오리는 날짐승이어서 쉽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군인들은 고생만 했지 물오리는 제대로 잡을 수 없었고, 오히려 군인들의 원성이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지요. 이때 병조판서가 “군인들은 한가한 틈이 많습니다. 그들을 동원해 물오리를 잡는 것이 그리 무리한 일은 아닙니다. 전하의 옥체가 걱정이오니 그대로 군인들을 시켜 물오리를 잡게 하소서.” 하였습니다.
▲ 사진, 최우성 기자
이에 숙종은 “군인들이란 물놀이를 시키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해 두는 나라의 기둥이다. 기둥을 뽑아 헛된 데 쓰게 되면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또 예기(禮記)에 어린 새끼와 알을 취하지 말고 둥지를 엎지 말라고 했다. 이것은 동물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에서 한 말이다. 병에는 그 병을 다스리는 별도의 약제도 있는데 굳이 생명 있는 물오리를 잡아먹을 필요가 있겠느냐.“라며 군인들의 물오리 사냥을 그만두게 했습니다. 조선시대 숙종 임금에게도 국방 의식은 물론 자연보호라는 훌륭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