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밤새 열대야에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입추(立秋), 북녘 하늘 저편에서는 가을 하늘이 다가옵니다. 입추 때는 벼가 한창 익는 철이므로 이때 비가 많이 오는 것은 흉년이 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입추 뒤 비가 닷새 동안만 계속돼도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습니다.
제를 지내는 동안은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습니다. 그리고 모든 성안 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며,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됩니다. 비를 섭섭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는 금지되는데 심지어 성교까지도 비를 섭섭하게 한다 하여 기청제 지내는 전야에는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습니다. 이날 음(陰)인 부녀자의 시장 나들이는 일절 금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에는 양색(陽色)인 붉은 깃발을 휘날리고 제주(祭主)도 붉은 옷차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