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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순국한 우국지사의 정신까지 잘 묘사한 채용신의 황현초상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26]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새 짐승도 슬피 울고 산악 해수 다 찡기는 듯
무궁화 삼천리가 이미 영락되다니
가을 밤 등불아래 책을 덮고서 옛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승에서 지식인 노릇하기 정히 어렵구나.“

위는 매천 황현(黃玹,1855~1910)이 나라가 망해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순국 직전 남긴 절명시입니다. 황현은 그의 동생 황원(黃瑗)에게 “세상 꼴이 이와 같으니 선비라면 진실로 죽어 마땅하다. 그리고 만일 오늘 안 죽는다면 장차 반드시 날로 새록새록 들리는 소리마다 비위에 거슬려 못 견뎌서 말라빠지게 될 것이니 말라빠져서 죽느니보다는 죽음을 앞당겨 편안함이 어찌 낫지 않겠는가?”라 하여 이미 자신이 순국을 결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고 합니다.  


   
▲ 조선시대 마지막 초상화가 채용신(蔡龍臣,1848~194년)이 그린 매천 황현(黃玹,1855~1910) 초상화

그런 황현 지사를 조선시대 마지막 초상화가 채용신(蔡龍臣,1848~194년)이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채용신은 특히 인물을 잘 그려 황현상 말고도 고종의 어진(御眞)을 비롯해 ‘최익현상(崔益鉉像)’, ‘운낭자상(雲娘子像)’ 등 수많은 초상화를 남긴 사람입니다. 그 가운데 ‘황현상’은 극세필(極細筆, 잔글씨를 쓰는 몹시 가는 붓)을 이용하여 피부결을 따라 붓을 놓는 기법 곧 육리문(肉理紋)과 터럭 하나까지도 다르지 않게 그린 수작 가운데 수작이지요.

그러나 초상화의 가치는 외형적으로 닮게 그리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소위 “전신사조(傳神寫照)”라 하여 내면세계까지도 전해줄 수 있어야 진짜 초상화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초상 속 사람의 정신까지 전해주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채용신은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자 글 배운 지식인으로서 항거의 의미로 자결을 선택한 황현 우국지사의 얼굴에 선비의 꼿꼿함과 우국정신이 살아 있는 그야말로 “전신사조”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