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장미꽃처럼 곱게 피어 가는 화로에 숫불 /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겨울 지난 석류 열매를 쪼기여 / 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 금붕어처럼 어린 여릿여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해 시월 상달 / 우리 둘의 조그마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뒷 줄임) 이는 정지용 시인의 ‘석류’의 한 부분입니다. 한겨울 지난 석류 열매를 홍보석에 견준다던지, 바알간 열매를 사랑하는 연인에 견주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당신의 겉 꽃은 / 옛날 신선의 술병같이 묘하고 예뿌오며 / 당신의 속 꽃은 / 하늘거리는 어린 아해의 양심 같이 밝으온데 / 그 속에는 광채 없는 황금가루가 소두룩하게 담겨 잇지오.”
이는 고희환 시인이 ‘석류꽃’을 노래한 시입니다. 이렇듯 석류는 열매와 꽃 모두 시인들이 즐겨 노래하던 과일로 제주 안무사 최해산이 한 꼭지에 6개가 달린 석류를 올렸다는 세종실록 (1435년 9월 21일) 기록처럼 우리 겨레가 오래 전부터 먹어 온 과일입니다.
석류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갱년기 여성에게 특히 좋으며 비타민과 미네랄, 유기산 따위가 들어 있어 피부 탄력과 면역력에 도움을 주지요. 뿐만 아니라 혈관 내의 노폐물을 제거하여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는 등 여성에게 좋은 과일입니다. 하지만 알맹이가 적어 한 알씩 먹기가 번거롭다고 해서 요즈음은 믹서에 넣어 갈아 먹는 사람이 많은데 이때 궁합이 좋은 과일은 토마토, 딸기, 견과류 따위로 이들을 함께 먹으면 영양 면에서도 크게 상승효과를 낸다고 하지요. 요즈음에는 냉동 보관하여 계절에 관계없이 석류를 즐길 수 있다니 허스키한 목소리의 문주란이 부른 ‘석류의 계절’이란 노래도 퇴색되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