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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부귀영화를 감시해 주는 물고기를 아십니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37]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한 처녀가 연못에 나와 날마다 물고기에게 먹이 주기를 몇 해째 계속했습니다. 그러자 물고기는 그녀가 한 남자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남자는 어부였는데 어느 날 물고기는 그녀가 연못가에 나와 읽는 편지를 삼켜버리고는 어부 총각의 그물에 일부러 걸립니다. 어부는 이 물고기를 요리하려고 배를 가르니 그 속에서 처녀의 편지가 나와 두 사람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로 이 설화는 강릉지방의 양어못 설화에 나옵니다. 이와 같이 민담에는 물고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예부터 물고기는 ‘보은’의 구실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물고기는 고사를 지내거나 굿을 할 때 쓰였는데 북어가 그것입니다. 고사 지낼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시루떡과 북어이며 떡은 고사 뒤에 나눠먹지만 북어는 광목이나 흰 실에 묶어 문이나 벽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때의 물고기는 악귀를 쫓거나 재액(災厄)을 막기 위한 것이지요. 물고기를 제물로 쓰는 것은 어촌 지역이 두드러지는데 배를 만들어 처음 띄울 때는 반드시 뱃고사를 지냈지요. 이때의 제물은 명태를 비롯한 해산물과 떡과 술이 쓰이는데 고기잡이에서 잡은 크고 좋은 녀석은 배안에 마련한 배서낭(잡은 물고기를 가두는 그릇)에 넣어 쌀밥과 함께 고사를 지내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 신흥사 법당문, 통도사 종각 목어, 무령왕릉 두침 물고기(왼쪽부터)

《열양세시기》에 보면 한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공지’라는 물고기의 형태를 보고 절기의 이름과 늦음을 점쳤다고 합니다. 공지는 매우 아름다운 물고기로 곡우를 전후해 삼짇날 무렵 번성하고 이때가 지나면 사라지는데 일기예보 기능을 가진 물고기로 ‘곡지(穀至)’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물고기는 감시자의 구실도 했습니다. 전통 가구인 궤, 반닫이, 뒤주의 자물쇠 따위에는 물고기 무늬를 넣었으며 또한 절집 처마 끝의 풍경이나 목어 따위가 물고기 모양인데 이는 물고기가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고 있어 귀중품이나 부귀를 훔쳐가지 못하게 하는 감시자의 뜻으로 쓰인 예이지요.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온 물고기는 먹을거리로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상징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