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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수많은 전설과 설화가 스며들어 있는 “우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42]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강원도 명주 학산리에 한 처녀가 살았는데 굴산사 앞 돌샘에 비친 아침 해를 떠먹고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범일국사라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범일(梵日, 810년~889년)국사는 신라의 고승으로 신라 구산선문을 연 스님이지요. 고승의 탄생이 샘물과 관련이 있지만 이러한 예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나정이라는 우물가의 알에서 태어나 동쪽 샘에서 몸을 씻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위대한 인물이나 시조들은 예전부터 샘물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 악귀를 쫓는 의미로 금줄을 친 우물

우물이 사람의 손으로 판 것이라면 샘은 자연 상태로 샘솟아 고인 물을 일컫는데 새어나온다는 뜻에서 새암, 샘이 된 것으로 서리의 “설”과, 설거지의 “설”도 물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샘은 강한 생명력을 나타내는데 지방에서는 정초에 정제(井祭)를 지내는 곳이 많았습니다. 전통마을에는 마을마다 대동샘이 있었고 이러한 곳은 신성시 되었지요. 제사를 지낼 때는 묵은 물을 퍼내고 새물이 괼 때 새물을 떠서 치성을 드렸습니다. 샘물에 관한 이야기로는 백제군을 토벌하고 돌아오던 김유신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유신은 싸움터에서 돌아온 뒤 말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또다시 쳐들어 온 백제군을 치러 나가면서 말머리를 돌리기 전에 집의 샘물을 떠오라고 해서 물맛을 보고는 “우리 집 물맛은 예전 그대로군.” 이라고 했다지요. 샘물의 맛이 변함이 없다는 것은 집안의 변고가 없음을 뜻하는 것으로 마을이나 집안에 변고가 있으면 가장 먼저 집안의 물맛이 변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우물과 관련된 세시풍속으로는 용알뜨기가 있지요. 용알뜨기는 새해 첫날 첫 우물물을 떠 밥을 지으면 그해에 농사가 풍년이 든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수돗물이라 이러한 예전 이야기들이 한갓 전설처럼 느껴집니다만 예전에 샘물이나 우물은 수많은 전설이나 설화가 스며들어 있는 문화의 원천지였습니다.  

 

   
▲ 정월대보름 세시풍속, 새벽 우물에서 맨 먼저 용알뜨기(그림 이무성 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