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궁중기록화(宮中記錄畵)란 조선시대 국가와 왕실에서 있었던 여러 의식과 행사를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이는 양반사대부의 집안 행사를 그린 사가기록화(私家記錄畵)와 다른 공적인 그림이지요. 궁중기록화에는 의궤(儀軌)에 수록된 의궤도(儀軌圖)도 왕실과 국가의 각종 행사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에서 궁중기록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으로 궁중의 행사를 기록한 것 곧 궁중행사도(宮中行事圖)만을 말 할 때도 있습니다.
궁중기록화에는 대개 그림의 제작 동기가 적힌 서발문(序跋文)이 있는데 이를 통해 그림의 제작 시기와 제작에 합의한 관료들의 성명자호(字號)생년본관거주지과거 급제년 따위를 기록한 좌목(座目)이 있습니다. 좌목에 적힌 사람들은 그림 제작의 주체이면서 그림의 소장자임을 나타냅니다. 궁중기록화의 제작자는 대부분 도화서의 화원이었는데 제작 화원의 이름이 알려진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화원들은 한꺼번에 여러 기록화를 남겨야 해서 공동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완성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렸지요.
▲ 중묘조서연관사연도(中廟朝書筵官賜宴圖)
주요 내용은 궁중연향(잔치), 기로소(耆老所), 과거시험과 방방(放榜), 개천의 준천(濬川), 이조와 병조의 인사행정, 진하(陳賀), 책봉(冊封), 능행(陵幸) 따위이며 관례(冠禮), 성균관(成均館) 입학, 회강(會講)과 같은 왕세자와 관련된 의식도 있습니다. 궁중기록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535년의 「중묘조서연관사연도(中廟朝書筵官賜宴圖)」인데 이는 훗날 인종(仁宗)이 된 왕세자가 강학(講學)에서 「춘추(春秋)」를 마치자, 중종이 이를 기념하여 39명의 서연관들에게 베푼 잔치 그림입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책거리 기념 잔치라고 봐도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