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백두산에 우람한 소나무가 있는데 그 이름을 미인송이라 부릅니다. 이 미인송에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청풍이라는 총각과 나월이란 처녀의 슬픈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원래 송풍나월 (松風蘿月)이라고 하면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과 담쟁이덩굴 사이로 비치는 달이라는 뜻으로 운치 있는 자연 경치를 이르는 말입니다만 백두산 북쪽 안도현 마을 어귀에 사는 이 처녀총각의 이야기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처녀 나월이를 사랑하는 송풍을 질투한 마을 이장은 나월이를 첩으로 두려고 송풍을 멀리 부역을 떠나보냅니다.
그 뒤 송풍이 죽었다하고 나월이를 차지하려하지만 나월은 송풍을 그리며 백하강으로 뛰어 들어 죽습니다. 나월이 죽은 뒤 고향으로 돌아온 송풍은 이장 집에 불을 지르고 자신은 나월이 무덤에 우뚝 솟은 소나무를 끌어안고 자결을 하지요. 백두산 미인송은 이렇게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인과 관련된 나무이름으로는 열녀목(烈女木)이라는 것도 있는데 오얏나무와 비슷한 나무로 가지와 줄기가 옆으로 퍼지지 않고 하늘 높이 곧게 자라는 특징이 있어 열녀목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 광나무라고도 불리는 “여정목(女貞木)”
또한 광나무라고도 부르는 “여정목(女貞木)”이라는 나무도 있는데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른 잎을 간직한다 하여 ‘정절을 지키는 여자 같은 나무’라는 뜻으로 “여정목”이라 부릅니다. 이 밖에도 나무이름에 각시라는 말이 붙는 나무가 있습니다. 각시괴불나무, 각시고광나무, 각시석남 따위가 그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덩굴나무로 “할미밍빵”이라는 나무도 여성을 나타내는 말이지요 또한 소나무 가운데는 여복송(女福松)이라는 나무도 있는데 열매가 가지 끝에 여러 개가 모여 달리는 소나무를 말합니다. 나무에 여성을 뜻하는 말이 들어가는 것도 참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