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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교토 동지사대에서 윤동주 순국 70주년을 추모하다

[한국문화신문 = 교토 전수희 기자]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광복을 여섯 달을 앞두고 27살의 나이로 비통한 죽음을 맞이한 조선청년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모임이 그가 다니던 교토 동지사대학 교정에 있는 그의 시비(詩碑) 앞에서 어제 16일(월) 오후 3시에 있었다.

 

   
▲ 교토 동지사대학 교정에 있는 윤동주 시비에 바쳐진 꽃

 

   
▲ <재일한국시인, 일본시인공동 윤동주 추도회>를 이끈 시인 김리박 공동 대표

이 추모회를 주최한 사람들은 <재일한국시인,일본시인 공동 윤동주시인추도회> 로 재일본문학회 회장인 김리박 시인이 한인 공동대표를 맡아 이번 행사를 열었다. 

 추도회가 있기 전까지 쌀쌀하던 교토의 날씨가 추도회날은 화창한 봄날처럼 포근했다. “오늘의 일본 시인들은 윤동주 시인의 목숨과 재능을 앗아간 죄를 곱씹어 생각하면서 다시는 이런 끔직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두고두고 반성하고 추모하는 뜻과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우리 한국 시인은 앞으로도 일본 시인들의 그 맘과 뜻을 공유함으로써 서로 손을 잡고 어울려살며 서로 절차탁마하여 좋은 창작품을 내었으면 합니다” 라는 김리박 공동대표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어서 한남수 (한글학회 일본간사이지회 상임고문)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한국어로 낭송했으며 윤동주 시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空と風と星と詩)>을 일본어로 번역한 우에노미야코 (上野都) 시인의 “내일은 없다(あしたはない)”와 “삶과 죽음(生と死)” 이라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일본어로 낭송했다.

   
▲ 오오하시아유도, 한남수,우에노미야코, 후쿠다도모코 시인(왼쪽부터)

 

   
 ▲ 모치츠키시코, 이윤옥 시인(왼쪽부터) 

이어 후쿠다도모코(福田知子) 시인은 윤동주 시인을 위해 특별히 지은 자작시 “푸른 시인, 윤동주를 받들다(青の詩人、尹東柱に捧ぐ)를 낭송했으며, 하이쿠(俳句) 시인인 모치츠키시코(望月至高) 씨도 자작시를 지어 낭송했다. 또한 사회를 맡은 오오하시아유도(大橋愛由等) 시인도 “겨울 푸른 사람(冬靑のひと)”이라는 하이쿠를 지어 윤동주 시인을 추모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추도회에 참석한 이윤옥 시인(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의 “(앞줄임)동지사 교정에 불던 차디찬 바람/ 옷자락 여며 온몸으로 막으며/ 모국어로 시를 쓰던 밤/ (중간 줄임) 차디찬 다카하라 다다미 하숙방에서/ 먼 북간도 고향집 온돌방을 그리며/별을 헤던 순수한 영혼(끝줄임)” 이라는 내용의 자작시 “북간도 명동촌 윤동주 시인을 그리며 (北間島明洞村にて尹東柱を忍び)” 를 낭송 할 때는 숙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서 노나카구미코 씨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인 일본 피리 “노관” 연주와 재일동포 음악가 이영보 씨가 직접 윤동주 노랫말에 작곡한 노래를 부를 때는 모두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 노나카구미코의 일본 피리 연주,  재일음악가 이영보 씨의 추모 노래 연주 모습

마침 도쿄조형예술대학에 유학 와 있는 유학생 고승빈 군과 방학을 맞아 6박 7일로 교토를 찾은 포항이 고향인 이종찬(경상대 1학년)군, 윤동석(대전대 1학년) 군도 추도회에 참석하여 “모처럼 윤동주 시인이 다니던 동지사 대학을 찾았는데 한일 시인들이 이렇게 모여서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모습을 보니 감동스럽다. 70주년을 맞이하는 윤동주 시인의 순국의 날을 맞아 앞으로 한일간의 바람직한 교류의 끈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참석 소감을 말했다.

 

   
▲ 추모회에 함께한 한국 대학생 윤동석, 이종찬, 고승빈 군

   
▲ 윤동주 시비에 둥글게 모여 추모회를 갖는 한일시인들

올해는 윤동주 시인이 떠난 지 70주기를 맞이하는 해다. 비록 식민지의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일본에서 불운한 생을 마감했지만 그는 결코 외롭게 죽어간 시인이 아님을 추도회 내내 기자는 느꼈다. 내년에는 한일시인들 말고도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추도회가 되길 바라면서 추모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교정의 매화꽃이 활짝 꽃망울을 피우고 있었다. 윤동주 시인도 70년 전 이곳 교정에서 저 매화꽃을 보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