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붉은 해 동이 터오고
새벽 닭이 울었다 새해오리까
아니 한박휘 해가 도랐으니 새해오리까?
복조리 사라외치니 새해오리까
호사한 아기들 세배하러 오고 가며
널뛰는 색씨 붉은당기 날르니 이 또한 새해오리까?“
위는 잡지 《삼천리》 제90권 1호(1937년 1월 1일)에 실린 박세영 님의 “신년송(新年頌)”이란 시의 일부입니다. 시를 보면 붉은 해 동이 터오고 새벽닭이 울면 새해요, 호사한 아기들 세배하러 와도 새해요, 널뛰는 색시 붉은 댕기 날아도 새해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복조리 사라” 외치니 새해라고도 하였습니다.
1925년에 펴낸 최영년(崔永年, 1856~1935)의 시집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예로부터 섣달 그믐날의 해가 저물면 복조리 파는 소리가 성 안에 가득하다. 집집마다 사들여서 붉은 실로 매어 벽에 걸어 둔다.”라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예전엔 한 해의 복이 쌀알처럼 일어나라는 뜻을 담아 한 해 동안 쓸 조리를 새해 첫 날에 샀던 것입니다. 이때 남정네들은 복을 갈퀴처럼 긁어모으려고 복갈퀴를 사기도 했지요.
돌이나 뉘까지 골라낸 쌀을 사서 먹는 요즘 복조리는 이미 부엌에서 사라져버렸지만 예전엔 부엌살림에선 꼭 있는 도구였지요. 조리는 주로 대오리, 버들가지, 산죽, 싸리 등으로 엮어 만들어 썼습니다. 이제 정감어린 복조리와 복갈퀴를 사고팔거나 벽에 걸어두는 일은 볼 수 없지만, 그 옛날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설날에 복조리를 선물로 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