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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조선의 대표 꽃 진달래로 빚은 두견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67]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무궁화를 조선의 명화라 하지만은 사실로는 진달네(杜鵑花)가 조선의 대표명화와 가튼 감이 잇다. 진달네는 색깔이 아름답고 향취가 조흘뿐 안이라 전조선 어느 곳이던지 업는 곳이 업서서 여러 사람이 가장 넓히 알고 가장 애착심을 가지게 되는 까닭에 조선에 잇서서 꼿이라 하면 누구나 먼저 진달네를 생각하게 된다. 조선의 봄에 만일 진달네가 업다면 달업는 어두운 밤이나 태양 없는 극지(極地)보다도 더 쓸쓸하고 적막하야 그야말로 ‘춘래불이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구나)’을 늣기게 될 것이다. 조선사람으로 외국에 가서 봄을 만날 때에는 먼저 진달네가 보고 십고 또 진달네를 본다면 몸은 비록 외국에 잇서도 맛치 고국에 도라온 것과 가티 반가운 생각이 난다.”

위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잡지 <별건곤> 제20호(1929년 4월 1일)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머지않아 산에는 진달래로 뒤덮일 것입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듯이 진달래 꽃잎이 휘날리면 보는 이의 맘을 싱숭생숭하게 만듭니다. 이 우리 겨레의 꽃 진달래는 다른 이름으로 참꽃 또는 두견화라고도 하는데 이 꽃잎을 청주(淸酒)에 넣어 빚은 술을 두견주라고 부르지요.


   
▲ 봄이면 온통 산을 물들이는 진달래, 충남 당진의 명주 면천두견주(오른쪽)

조선 말기 문신 김윤식의 시문집 《운양집(雲養集)》에 따르면 두견주는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의 딸이 면천에서 아버지가 병이 났을 때 빚어 마시게 해 병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규합총서(閨閤叢書)》, 《술만드는 법》, 《시의전서(是議全書)》, 《동국세시기》 같은 책에 두견주에 관한 기록이 있습니다. 진달래술, 곧 두견주는 꽃의 향기뿐만 아니라, 혈액순환개선과 혈압강하, 피로회복, 천식, 여성의 허리냉증 등에 약효가 인정되어 신분의 구별 없이 가장 널리 빚어 마셨던 우리 겨레의 술입니다.

즈믄해(천년)의 역사를 지닌 두견주는 일제강점기 맥이 끊겼다가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두견주 빚는 비법을 물려받은 충남 당진 면천면의 박승목 선생이 면천 두견주 중요무형문화재(제86-나호) 기능보유자로 지정됨으로써 다시 햇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부터 “두견주 석 잔에 5리를 못 간다.”는 말이 전해왔는데 전통 발효술 가운데 가장 도수가 높은 술(18~21도)로 부드럽지만 감칠맛이 나며 은근히 취기가 올라오는 명주입니다. 올봄 진달래 화전을 안주 삼아 두견주 한 잔 마셔보면 우리의 얼굴도 진달래 꽃빛을 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