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1 (토)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우리문화편지

대나무에 쓴 죽책문을 받으면 세자가 되었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76]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나는 생각건대, 세자를 세워 적통을 수립하는 것은 종조를 계승하기 위함이요, 지위를 정하여 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은 백성들의 기대를 묶어 놓는 것이다. 이는 진실로 대대로 중하게 여겼던 일이니 어찌 어리다고 해서 늦출 수 있겠는가. 이에 옛 법을 따라 삼가 아름다운 식전을 펼친다. (중간 줄임) 이미 훌륭한 소문이 일찍이 전파되었으니 마땅히 책호를 하루속히 정해야 하겠다. 그러므로 여러 사람들의 뜻에 따라 이에 세자를 정하고 이제 너를 왕세자로 명한다.”

위는 현종이 1667년(현종 8) 현종과 명성왕후 김 씨 사이에 태어난 원자(뒤에 숙종 : 1661~1720)를 7살이 되던 해 관례를 행한 뒤 1월 22일 창덕궁 인정전에서 세자로 책봉하는 의식을 치르기 전 발표한 책례교문(冊禮敎文)의 일부입니다.

어린 원자가 자라나서 나이가 차면 선왕의 뒤를 이을 왕세자로 책봉됩니다. 원자가 왕세자로 책봉(冊封)되는 의례를 책례(冊禮)라고 하였으며, 왕세자 책봉을 준비하는 임시 기구인 책례도감(冊禮都監)이 만들어졌습니다. 책례도감에서는 책봉에 필요한 의장(儀仗)과 물품을 준비하고, 행사가 끝나면 《세자책례도감의궤世子冊禮都監儀軌》를 펴냈지요.


   
▲ 대나무에 쓴 정조죽책과 죽책함(오른쪽) - 문화재청


왕세자의 책봉은 먼저 신하들이 원자의 나이와 학문이 세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임금에게 아뢰고 임금은 새 봄의 좋은 날을 가려 세자의 책례를 거행하였지요. 책례는 원자를 세자로 책봉하는 임명서 곧 죽책문(竹冊文)을 주는 것이 중심이 됩니다. 요즘이야 임명장은 보통 종이를 쓰지만 당시에는 대나무를 썼기에 죽책문이라 하였습니다.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대나무에 글을 써 온 전통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임금은 죽책문과 함께 교명문(敎命文, 왕비나 후궁, 세자, 세자빈, 세손, 세손빈 등을 책봉하는 교명(敎命)을 내릴 때 국왕이 훈유하는 내용을 적어 내려주는 글), 세자인(世子印)을 내려줍니다. 이로써 죽책문을 받은 왕자는 임금의 대를 이을 세자가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