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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이덕무, 맹자가 내게 밥을 지어 먹였소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77]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본래 이덕무는 독서에 미친 사람이었습니다. 서얼의 처지기에 벼슬을 할 수도 없었고, 오로지 책을 읽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지요. 이덕무는 간서치전(看書痴傳)에서 목멱산 아래 바보가 있다고 하여 자신을 독서에 미친 매니아 곧 “독서광(讀書狂)”이라고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가 그의 벗 이서구(李書九, 1754~1825)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씁니다.

“내 집에서 가장 좋은 물건은 단지 맹자(孟子) 7책뿐인데, 오랫동안 굶주림을 견디다 못하여 돈 2백 잎에 팔아 밥을 잔뜩 해먹고 희희낙락하며 영재(冷齋) 유득공(柳得恭)에게 달려가 크게 자랑하였소. 그런데 영재의 굶주림 역시 오랜 터이라, 내 말을 듣고 즉시 좌씨전(左氏傳)》을 팔아 그 남은 돈으로 술을 사다가 나에게 마시게 하였소. 이는 맹자가 친히 밥을 지어 나를 먹이고 좌구명(左丘明)이 손수 술을 따라 나에게 권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그러고는 맹씨와 좌씨를 한없이 칭송하였으니, 우리가 1년 내내 이 두 책을 읽기만 하였던들 어떻게 조금이나마 굶주림을 구제할 수 있었겠소?”


   
▲ 청장관 이덕무가 쓴 편지

이덕무처럼 유득공도 서얼 신분으로 가난에 굶주리고 있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유득공이 이덕무를 나무라지 않고 좌씨전(左氏傳)을 팔아 이덕무에게 술을 마시도록 한 것은 벗의 속마음을 헤아렸기에 기꺼이 같이 한 것입니다. 이들은 선비 사회의 바탕이 되는 경전(經典)마저 팔아, 밥 사 먹고 술 마신 것에서 더 나아가 맹자와 좌구명이 자신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술까지 먹여 주었다고 칭송까지 하고 있습니다. 서얼을 차별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이러한 자조 섞인 칭송이야말로 그들이 당시대를 향해 던지는 강한 외침이자, 시대에 맞서서 할 수 있었던 그들의 가장 강한 저항일지도 모르지요. 또 가난했던 이덕무는 이러한 엉뚱함에 공감할 줄 아는 벗이 있기에 부조리한 세상을 견딜 수 있었을 것이고 행복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