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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거리

청중들, “삼현육각”에 감동하다

[공연] 제1회 삼현육각피리보존회 발표회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삼현육각>은 일반적으로 피리 2, 대금 1, 해금 1, 1, 장고 1인 등 6인의 연주자가 5종의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형태로 알려져 있다. 맞는 답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단원 김홍도의 <무동(舞童)>이라는 그림을 보면 무동은 한삼을 뿌리며 춤을 추는데 그 옆에는 6인의 연주자가 앉아서 반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러한 악기 편성이 삼현육각이다. "

한국전통음악학회장 서한범 명예교수는 <삼현육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 삼현육각을 전승하기 위한 최경만 명인(회장)의 삼현육각피리보존회가 어제(331)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한범 교수의 해설로 제1회 발표회를 가졌다.  

피리, 대금, 해금, 등 선율악기들이 이합집산(離合集散)의 형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장고와 북이 한배를 짚어나가는 진행이어서 최소한의 편성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편성임이 분명하다는 삼현육각. 공연의 시작은 대영산 곧 민간관악영산회상이었다. 대영산은 조선후기에 궁중이나 지방관아의 잔치에서 무용 반주음악으로 쓰던 음악인 관악영산회상이 민간에서 굿음악, 무용반주, 탈춤반주 따위에 쓰이며, 전승된 곡이다 

   
▲ 대영산(민간관악영산회상)을 연주하는 최경만 명인과 연주자들

   
▲ 경기도살풀이 연주 모습

먼저 피리 최경만 명인과 함께 피리 김효도, 대금 원완철, 해금 이동훈, 장고 유순병, 좌고 김성엽으로 구성된 삼현육각이 청중에게 인사를 올린다. 이어서 김세현, 김어진 등 최경만 명인의 제자로 이루어진 13명의 피리군단이 대거 가담하여 장중한 음악을 선사하고 청중은 숨을 죽인다. 

대영산이 끝나자 피리 최경만, 대금 원완철, 해금 이동훈, 장고 윤순병, 징 김성엽으로 이루어져 경기도 무속음악에 쓰이는 대표적인 장단 경기도살풀이를 연주한다. 역시 굿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에게 신기가 있어 보인다. 마치 굿 한 판을 보고난 듯한 시간이 후딱 지난다. 

그리곤 서도민요 한 마당이 벌어진다. 먼저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조교인 유지숙 명창이 부군인 최경만 명인의 피리 반주에 맞춰 서도민요 영변가를 구성지게 불렀다. 역시 최고의 피리 명인 반주에 맞추어진 유지숙 명창의 서도소리는 환상이다. 계속해서 유지숙 명창의 제자들이 나와 서도민요 배꽃타령, 삼동주타령, 자진난봉가, 사설난봉가를 예쁜 몸짓으로 익살스럽게 부른다 

 

   
▲ 최경만 명인의 피리에 맞춰 서도민요 영변가를 부르는 유지숙 명창(왼쪽)

   
▲ 호적풍류를 연주하는 최경만 명인

잠시 뒤 최경만 명인은 호적<날라리·새납·초나(哨吶쇄나(瑣㖠쇄납(瑣㖠대평소>을 들고 등장한다. 명인은 보통의 남도제와는 달리 경쾌하고 시원시원한 맛의 경기제 호적풍류를 신명을 다해 연주한다. 명인의 연주는 마치 공연장 천장을 뚫고 나갈 듯 힘차게 그리고 청중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을 만큼 세게 몰아치기도 하고 순간순간 섬세한 가락도 표출한다. 

마지막 공연은 대풍류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이매방류 승무 이수자 진유림 명무의 승무 반주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도 감동했다는 승무를 진유림 명무는 섬세하게 때로는 폭풍이 휘몰아치듯 춤을 춘다. 승무에 맞춘 장고와 북의 환상적인 호흡은 청중들을 꼼짝 못하게 묶어 놓았다.  

조선시대에 어디서든지 흔히 볼 수 있었던 삼현육각, 이제 그 흔적을 보기가 어려운 시대에 그 아름다움을 이 시대인들에게 전해주려는 최경만 명인과 삼현육각피리보존회원들의 무대는 이렇게 끝났다.  

이날 삼현육각 공연에 왔다는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한지우, 오정민 학생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공연을 만나 좋은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공연하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삼현육각이란 전통 음악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최경만 선생님의 태평소 소리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 성북동에서 왔다는 연정은(37, 교사) 씨는 이 시대 사람들이 까맣게 잊었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삼현육각을 이렇게 살려주어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주신 최경만 선생님과 공연자들께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공연 내내 피리 소리에 장고 소리에, 해금 소리에 빨려 들어가는 나 자신을 느끼면서 이게 바로 우리의 음악이란 걸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 대풍류 연주에 맞춰 승무를 추는 진유림 명무

최경만 명인은 지난해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4호 삼현육각 피리 예능보유자가 된 이래 이번 처음으로 발표회를 가졌다. 하지만, 삼현육각은 원래 6명의 잽이들이 호흡을 맞춰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인데 피리, 대금, 해금 연주자들을 따로 예능보유자를 만들어 함께 연주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는 게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중요무형문화재 풍물굿(농악)의 경우를 보더라도 수십 명의 잽이들을 따로따로 무형문화재로 하는 게 아니라 단체를 보유자로 지정하고 있는데 왜 삼현육각은 이렇게 연주자 중심으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이날 공연을 본 문화재위원 경임순 교수는 만일 앞으로도 개인 중심의 보유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 해에 한 번은 모든 보유자들이 함께 하는 대규모 공연을 꼭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이 삼현육각이 제대로 전승되고 청중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 삼현육각피리보존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