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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나라의 어지러운 꼴을 보고 가슴을 치던 "매천 황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81]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세상이 갈수록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어 어떤 때는 완전히 잠들어 깨어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병 아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니, 누가 다시 이런 제 심정을 알아주기나 하겠습니까? 소문을 들으면, 북쪽에 큰 소요가 있고 또 청성의 변이 있다고 합니다만, 각 신문들은 검열을 받고 구속을 당하는 상황이라 사실을 보도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지금 온 세상이 귀가 멀고 눈마저 멀어 마치 개벽이 되는 와중의 혼돈 상태와 같으니, 가슴을 치며 미친 듯이 울부짖을 뿐입니다.” ― 여이난곡건방與李蘭谷建芳 ―


   
▲ 우국지사 매천 황현

위는 1910년 7월 28일에 심교(心交, 마음을 터놓고 사귀는 벗)를 나누었던 이건방(李建芳, 1861~1939)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황현은 갈수록 세상이 혼란스러워져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말하며 차마 망국의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심정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쓴지 얼마 되지 않아 황현의 예견대로 조선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병합되고 맙니다. 황현은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절명시(絶命詩) 네 수를 남기고, 1910년 음력 8월 6일 새벽녘 자결했습니다. 그는 절명시에서 “새도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마저 찡그리니 / 무궁화 세상 이미 빼앗겨 버렸도다. /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역사 생각하니 / 인간 세상에 지식인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 라 하여 망국을 맞은 지식인으로서의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토하고 있습니다.

 

   

▲ 매천 황현의 위패를 모신 사당 구례 "매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