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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척박한 땅에 사는 이들, 나보다 여유로워 보였다

우리 민족의 발상지 알타이 산맥과 흡스콜 호수 답사기 2

[한국문화신문 = 안동립 기자] 

#2일차 201482일 토요일 드림랜드 캠프장 출발(t=10:10)

 

   
 
   
▲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도로

잠자리에 들면서 글을 적어 보았다.  

'별이 솟아지는 카라코롬에서
초저녁 매림 소나기 사이로 별이 쏟아진다.
백양목 나뭇가지에 걸리듯 초승달이 떠오른다.
게르 옆으로 흐르는 오논 강 물소리 바람 소리와
난로에 피는 장작이 타닥타닥 타며 매캐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허공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내 마음에 흐른다. 

*카라코롬 마켓에서 주류를 천막으로 덮어놓아서 물어보니 매월 1일에 술 판매 금지로 음주 금지법을 만들어 음주시 벌금이 20만 원 정도여서 몽골 국민들이 잘 지킨다고 한다. 

난로에 피워둔 장작불은 꺼지고 밤새 바람 불고 소낙비까지 내려 추위에 떨었다. 침대 주변에 거미가 수십 마리 들어와 있다. 곤충들도 추워서 게르에 기어 들어온 것 같다. 산책 겸 캠프장 밖을 나와 강가를 걷는 사이 대지에서 강열한 태양이 떠오른다. 아침밥을 급히 준비하여 먹고 짐을 챙겨 나선다. 

 

   
▲ 캠프장 옆 오논 강(왼쪽), 카라코롬 외곽 마을

차량 출발 전에 오늘의 일정과 몽골인 운전수를 소개하고 있는데 주차장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임병혁씨 외 2인 자르항에 간다고 한다. 서로 인사, 격려하고 고비 사막으로 출발하였다. 

카라코롬 시내를 통과 남서쪽으로 달린다. 한때는 이곳이 초원 실크로드로 대상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교통과 무역 중심지이고 쿠빌라이 칸이 세계 정복의 꿈을 이룬 도시로 번영을 누렸는데 과거의 영화는 몇 점의 유적만 남기고 사막의 바람처럼 사라지고 없다. 잠시 지나는 여행객 마음에는 아쉬움만 남는다.  

울란바트로 가는 갈림길(E102°57'39", N47°07'32", h=1,482m, t=11:19)과 호찌르트 시를 지나니 비포장이 시작된다. 길이 없다. 고비 사막 평원에 여러 갈래의 자국을 따라 달린다. 마치 말 달리 듯 차량이 춤을 춘다. 먼지와 담배 연기에 정신이 없다.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피우니 뭐라 말할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 여행 내내 어려움을 격고 있다 

 

   
▲ 호찌르트 시, 호찌르트 시 길 옆에 양떼, 비포장 도로, 오보에서 시계 방향으로 3바퀴 돈다.(왼쪽부터 시계방향)

오보(돌을 쌓아놓고 가운데 나무나 돌을 꽃아 놓은 오보가 고개 마다 설치되 있는데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등댓불 같은 역할을 한다. 멀리 보이는 오보를 따라가면 마을로 가는 길이다.)를 지나고 지름길(E103°06'30", N46°36'43", h=1,750m, t=13:35:41)로 내려와 포장도로 갈림길에서 후미 차량을 기다리니 차가 오질 않아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조금 더 가서 교량(t=14:26:00)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출발한다.  

하늘과 맞닿은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포장과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데 가끔 대형 화물차나 승합차들이 구름 위를 달리듯 지나간다. 겨울과 여름의 기온차가 6~70도 이상 나는 것을 견디어야하니 도로의 훼손이 심하다. 빠른 보수가 어려운지 차량이 곡예를 하듯 차선을 넘나들면서 도로의 파인 부분을 피해 다닌다. 후미 차량을 기다리려고 물가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며 걱정을 하다가 인접한 마을로 이동 통화가 되는 지역에서 다른 운전수와 통화가 되었는데 일행 모두가 아르웨이헤이르 시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후미 차량이 앞질러 간 것을 모르고 우리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몽골에는 도시 지역으로 가야만 통신이 된다. 일반 도로나 평원 사막에서는 통화가 되지 않는다.)

  

   
▲ 동물이 자유로운 땅, 물이 있는 곳이 오아시스다, 물가에서 휴식, 아르웨이헤이르 시 전경(왼쪽부터 시계방향)

40여분 달려 요금소(E102°49'45", N46°20'41", h=1,715m, t=15:33:42)를 지나 아르웨이헤이르 시에 도착하여 식당에 가니 일행 모두가 무척 걱정을 하고 있다. 다음부터는 후미 차량을 기다리지 말고 지도 상에서 목적지를 정하여 운행하기로 하였다.  

점심으로 호소로(말고기 군만두)와 보츠(찐 고기만두)를 시켰는데 문제는 한적한 도시 작은 식당에 23인분 음식을 주문 받으면 그때부터 고기를 다져 만두를 만들어 튀기고 쩌 내는데 일행은 마냥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도착하니 두 시간 만에 음식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급한 일정은 모르고 식당 주인은 느긋하다. 그래도 호소로는 참 맛있다.  

늦은 점심으로 호소로를 한개 먹고 다음 목적지인 바얀홍고르 시로 향하여 출발한다. 일정이 너무 늦어 마음이 급하다. 오늘도 구름이 많은 것을 보면서 어젯밤에는 소나기가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벌판에서 만나는 비는 순간적으로 와디(건천)로 모여 물이 급류를 이룬다. 최근 뉴스에 차량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야영지 입지 조건으로 주의 하여야 한다 

 

   
▲ 나담 축제 우승한 말 탄생, 말 사원 입구, 뒤편 말 무덤과 선돌, 들꽃들이 아름답다(왼쪽부터 시계방향)

시 외곽 우측 언덕에 말 사원(E102°39'36", N46°09'46", h=1,761m, t=17:33:45)이 보여 들어가 보니 담장을 따라 사각형으로 스투바()를 세우고 청동 말 동상을 제단 가운데 한 마리를 세우고 좌측에 4마리, 우측에 5마리 동상이 서있다. 제단 뒤쪽에 말 무덤을 적석총으로 조성하고 그 가운데에 선돌을 올려놓았다. 이 사원은 나담 축제 때 우승한 말의 탄생 지역을 기념하는 장소로 조성된 곳 이란다. 몽골에서는 준마가 태어난 지역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몽골 사람들의 말 사랑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한 시간 쯤 달리니 우측 언덕에 게르가 있어 방문하였다.(E102°39'36", N46°00'50", h=2,033m, t=18:11:44) 낮선 이의 방문에도 아이들은 게르 밖에서 땅에 뒹굴며 놀고 있고 말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게르에서 나와 반긴다. 아이락(마유주로 맛을 보니 약간 신맛이 나는 데 막걸리와 요구르트의 중간으로 먹을 만 했다.) 4병을 8,000투구릭을 주고 샀다. 척박한 땅에서 살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잊지 않는 이들의 여유로움을 보면서 참 행복이 무엇인가 의문이다. 아이들에게 사탕을 한 봉지 주고 다시 길을 나선다. 

 

   
▲ 말을 키우는 가정 방문, 말의 젖으로 만든 아이락 4병 구입, 말을 키우는 집 아이들 흙에서 자유롭게 뒹굴며 논다(왼쪽부터 시계방향)

고비 사막에서 길을 잃다…….

몇 시간을 달려도 같은 풍경이 차창을 스쳐지나간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대평원에 가끔 염소, , 소들을 방목하는데 목동이 보이지 않고 개가 앞뒤로 한 마리씩 다니는데 이들이 길을 인도하고 집으로 몰고 온다고 한다.  

작은 마을을 지나 언덕에 고인돌(E101°34'56", N45°55'49", h=1,971m, t=19:29:34)이 보여 차를 세웠다. 돌 제단위에 찌그러진 오토바이 기름통을 올려놓았는데 사고가 난 것인지 아님 무언가를 기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덕 아래에 전망이 좋은 곳에 게르가 몇 채 있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동내 청년이 큰 쥐로 토끼 크기인 타르박을 한 마리 가져와 사서 그 자리에서 운전수들이 나눠 먹는다. 조금 주어 먹어보니 고기가 무척 기름지고 부드럽다. 맛은 닭고기 같이 맛있다. 타르박은 양 10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하며 무척 좋아한다 

 

   
▲ 고인돌 형식의 제단 돌(왼쪽), 가끔 보이는 유목민들

최근에 도로를 포장하여 바얀홍고르 시 까지는 지루하지만 쉽게 갈 수 있다.

바얀홍고르 시에 도착하여 주유하고 슈퍼마켓(E100°42'51" N46°11'04", h=1,822m, t=21:01:10)에 들러 식수와 야채 등을 구입하였다. 북위46°로 백야 현상은 아니지만 8시가 넘어도 태양이 있어 운행 일정을 더 많이 할 수 있어 집행부가 모여서 간단한 회의로 오늘 갈 수 있는 데까지 가서 야영을 하여야 내일 일정이 쉬울 것 같다는 의견으로 저리거 씨에게 태양이 떨어지기 20분전에는 차량 운행을 멈추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바얀홍고르 시를 나오면서 바로 비포장 길이다. 빨래판처럼 도로가 파여서 천천히 달리면 다다타닥……. 요동이 심하다. 60~70km로 달리니까 오히려 소음이 적고 쉽게 달린다. 차량에는 큰 무리가 올 것 같은데 몽골 운전수들이 말 타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아 서로 경쟁적으로 달린다 

 

   
▲ 마을 노래 비성과 오보(왼쪽), 바얀홍고르 시 입구 (E100°44'18", N46°08'54", h=1,795m, t=20:47:05)

사막에 여러 개의 초원길이 형성되어있는데 4~8개 폭은 1km정도 먼지를 품어대며 경쟁적으로 간다. 한참을 달리다가 주변을 보니 해는 지는데 다른 차량이 보이질 않는다. 버엉차강 호로 가는 길과 범버거르로 가는 길이 구분이 되질 안아 혼란에 빠졌다. 대평원에서 약간 휘어져 가는 길은 자연스럽게 빠져 다른 방향으로 가도 인식을 할 수 없다. 

언덕 위쪽에 올라서서 차량을 돌려놓고 상향등을 키고 10여분 기다리니 좌측 길로 빠지려던 차량들이 불빛을 보고 찾아온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야영 준비를 하기 위하여 겨울 목장 주변에 자리를 잡도록 하였다.  

해가 지니 추위가 몰려온다. 모두 두꺼운 옷이나 파카 등 방한복으로 갈아입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낮은 산 아래 야영지에 자리를 잡았다. (E100°20'20" N46°00'40", h=1,702m, t=22:03:33) 천막을 꺼내고 야영 준비를 하는데 텐트를 처음 설치해 본 분들이 많다. 여기저기서 어디다 끼우나, 뭐냐, 게르나 여관은 없나 등등 그러나 필자가 리드로서 모든 인원의 안전과 숙식 등을 걱정하여야 하므로 두개의 조로 나뉘어 식사 준비와 야영 준비 조를 만들어 신사장이 식사를 준비하고, 필자가 텐트 치기를 지도하며 일사 분란하게 실시한다.  

북풍과 늑대 등을 막기 위하여 먼저 자 형태로 차량을 배치하고 땅을 고른 후 텐트를 치는데, 남향으로 문을 내고 미리 준비해간 에어매트리스를 깔고 동계용 침낭으로 야영지 완성하는데 3~40분 걸린 것 같다. 그 사이 음식 준비가 끝나 우리 일행은 고비사막에서 유목민과 같은 삶을 처음 야생처럼 살아본다 

 

   
▲ 고비 사막 끝없는 평원에 석양, 텐트 친 야영지 모습, 고비 사막에서 야영 중 내일 일정 토론(왼쪽부터 시계방향)

 

내일 일정을 토론하고 잠자리에 든다. 애어매트가 푹신하여 땅바닥에 등이 배기지 않아 무척 편안한 잠자리이다. 길고 긴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다니고 바람이 많이 불어 텐트가 많이 흔들린다. 오늘 하루 무엇을 보았는지 어디로 달리는지도 모르는 여행 둘째 날이 저문다.

[2일자 운행 시간: 1010~2203(11시간 57분 운행), 이동거리: 427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