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여섯째 절기 곡우(穀雨)입니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모든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곡우 무렵이면 못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해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 같은 속담이 전합니다.
곡우가 되면 농사의 시작인 볍씨를 담그며, 볍씨를 담아두었던 가마니는 솔가지로 덮어두지요. 이때 초상집에 가거나 부정한 일을 당하거나 부정한 것을 본 사람은 집 앞에 불을 놓아 그 위를 건너게 하여 악귀를 몰아낸 다음 집 안에 들이고, 집 안에 들어와서도 볍씨를 보지 않도록 합니다. 만일 부정한 사람이 볍씨를 보거나 만지게 되면 싹이 잘 트지 않아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 농사를 위해 부부 잠자리도 꺼리는 날, 곡우(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또 이날은 부부가 함께 잠을 자지 않습니다. 이는 부부가 잠자리를 하면 토신(土神)이 질투하여 쭉정이 농사를 짓게 만든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강원도 평창에서는 곡우날 사시(巳時, 이른 9시부터 11시까지)에 볍씨를 담그면 볍씨가 떠내려간다고 하여 사시에는 볍씨를 담그지 않습니다. 그리고 볍씨를 담그면 항아리에 금줄을 쳐놓고 고사를 올리는데 이는 개구리나 새가 와서 모판을 망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농사가 시작되는 곡우, 우리도 마음의 농사를 오늘부터 새롭게 지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