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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민족

고비 사막의 아름다움은 신기루처럼 다가온다

우리 민족의 발상지 알타이 산맥과 흡스콜 호수 답사기 3

[한국문화신문= 안동립 기자] 

   
 
   
▲ 범버거르 마을


#3
일차 201483일 일요일 야영지 출발(t=08:52)

아침 식사는 컵라면 등으로 간단히 먹고 텐트를 철수하였다. 아침 하늘에 구름이 많아 걱정이다. 메마르고 척박한 고비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용기와 담력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도상에 가상의 루트는 그려 놓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루트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우리 답사단이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면서 계속 가야하는 것이 답답하다.  

답사단의 이끔이인 필자가 30년간 오리엔티어링 운동을 하여 길의 방향을 잡는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미지의 지형으로 달리니 회원 중에 연로한 분들이 감기 몸살이나, 교통사고 등 응급한 상황이 닥치면 걱정이다.

 

   
 
   
▲ 벌판에 집 한 채가 있다, 아침에 몰려온 구름, 범버거르 마을 입구, 와디(하천)에서 휴식

계속되는 길은 비포장도로로 작은 강이라도 나오면 쉬면서 가야한다. 각종 허브와 야생 부추 꽃과 이름 모를 들꽃이 광활한 사막에 피어있다. 척박한 땅에 멋진 풍광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아침에 먹구름이 있어 날씨 걱정을 하였는데 맑아져서 다행이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구름이 땅에 닿을 듯 낮게 떠있다. 지나는 풍경이 초원에서 사막으로 색갈이 점점 변해간다. 쌍봉낙타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풀을 뜯고 있다. 중동지방에 있는 낙타는 단봉인데 고비사막의 낙타는 쌍봉으로 다르다. 지키는 사람 없이 자유롭게 방목하는 것을 보니 동물이 행복한 고비 사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오차항 마을이 보이는 언덕 정자에서(E98°42'58", N46°10'05", h=1,938m, t=14:31:49) 점심 식사를 하고 쉬고 있는데 몽골 현지인이 차를 세우고 인사를 한다. 울란바트로에 사는 시인 남파푸래부 씨(43) 가족이 고향 방문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우리말을 유창하게 하여 너무 반가워 가족들과 인사를 하니 행운을 기원하는 선물을 보드카 1병과 염소고기로 만든 호르혹을 준다. 사양하니 예의라고 한다. 우리는 사탕과 컵라면을 선물로 전달하였다. 호르혹은 운전수들이 즉석에서 먹는다. 고기는 이들의 주식이다. 

   
▲ 1.보오차항 마을, 2.시인 남파푸래부 씨(43) 부자, 3.보오차항 마을 정자 점심 식사, 4.대평원에서 염소를 모는 목동, 5.멀리 보이는 알타이 산맥과 낙타, 6.쌍봉낙타의 고장(한가이 산맥)

사막에서 잠시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서로 반가워 하니 몽골인과 우리는 남이 아닌 동족 같은 느낌이 든다

염소와 양을 모는 목동이 지난다. 이 지역에서 목동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염소와 양을 동시에 키우는 이유가 염소는 돌아다니며 풀의 윗부분을 먹고, 양은 한자리에서 아래 부분을 먹어서 상호 보완을 한다.  

달리는 길 왼쪽으로 보이는 산들은 알타이 산맥이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들은 한가이 산맥인데 대평원 사막 가운데를 달린다. 멀리 신기루 현상이 보인다. 강이나 호수처럼 보이는 곳을 넘어 산들이 봉긋이 솟아 있다. 신기루를 지나는 차량들이 가끔 보이는데 먼지가 피어오르면 차가 달리는 것이다.  

큰 언덕을 몇 개 돌아드니 대형 염호(염분이 많아서 물맛이 짠 호수, E98°14'47", N46°04'30", h=1,698m, t=15:40:12)가 나타나 신기하여 첨벙첨벙 들어가 보았다. 가뭄이 와서 하얀 소금이 곳곳에 있고 소금에 강한 함초 같은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풀을 뜯어 먹어보니 무척 짜다.  

몽골의 지형 형성 과정에서 해저 지형이 융기한 것으로 여러 곳에 대형 염호가 많이 있으며 이곳에서 소금을 채취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막 한가운데 갈매기가 때지어 날아다닌다. 갈매기의 생존과 진화 과정이 놀랍다. (필자가 예전에 해저 지형인 이라크 사막 해발고도 770m 지역에서 조개 화석을 여러 개 주워왔다.) 

   
▲ 1.사막을 달리는 일행들, 2.염호의 소금, 3.염호에 자라는 소금에 강한 식물, 4.사막에서 불어오는 돌풍, 5.한가이 산맥, 6.야생 부추 꽃


사막의 바다를 건너 알타이 품으로 들어선다
.
 

다시 길을 재촉한다. 버엉차강 호에서 오는 남쪽 길과 마주치는 지점이 나오자 무척 길이 혼란스럽다. 일행이 뿔뿔이 헤어져 버렸다. 30여분 돌고 돌았는데 멀리 오른쪽에 포장된 길 같은 것이 보인다. 알타이 시 까지 연결되는 포장도로(E97°37'06", N46°10'21", h=1,719m, t=17:22:17)를 만났다. 포장 상태로 봐서는 최근에 도로를 새로 건설한 것 같다. 

하루 종일 비포장 길에서 먼지와 싸우며 왔는데 포장도로를 만나니 꿈을 꾸는 것 같은 승차감이다. 도로가 직선으로 끝이 보이질 않는다. 20여분 달리는데 선두에 섰던 차량이 고장이나 고치고 있다. 차도 사람도 사막을 건너니 몸살이고 고장이 날 수 밖에 없다.  

운전수들은 기본적으로 차량 정비를 할 줄 안다. 지나는 길에 고장 난 차를 보면 운행을 중지하고 도와주기도 하는데 사막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꼭 도와준다고 한다. 도시와 도시 간의 거리가 3~400km 이상인데 이곳에서 정비 차량이 와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악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협력하고 도와주는 모습에 인간미를 느낀다. 이곳에서 무작정 게르에 방문하여도 집 구경을 시켜주고 안주인은 차라도 꼭 대접하며 인사를 한다.

 

   
▲ 1.사막의 신기루 현상, 2.최근에 포장된 도로, 3.차량 고장으로 수리 중, 4.알타이 입구 기념비, 5.알타이 시와 산맥, 6.알타이 시 외곽 마을

자동차를 수리하고 서쪽으로 쭉 뻗은 길을 달리다 보니 왼쪽 산언덕에 오보와 기념비가 있어 올랐는데 사방을 둘러보니 이 지역으로 이어지는 초원길이 완만한 대평원으로 칭기즈칸의 서역 원정로인데 말을 타고 달리기가 더없이 좋은 지형이다.  

알타이 시 입구 검문소(E96°16'10", N46°22'51", h=2087m, t=20:21:00)를 지나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운전수들과 현지에 관하여 어디에서 숙소를 잡고 알타이 산으로 갈지를 협의하니 30여분 가면 캠프장이 있다고 하여 그렇게 하라고 하였는데 북쪽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알타이 산맥 하삭트하르항 산 캠프장으로 가는데 알타이 시에서 거리가 80km이다. 날은 저물고 길이 무척 험하고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산 입구 안내판에 적힌 글을 보니 알타이의 용감한 산으로 어머니의 땅이다. 고비 알타이 산의 9대 경관 중 하나이다. (‘As Like Altai's gallant mountain is mother Land of wild is one of 9 wonderment of Gobi-Altai.’) (E96°04'41", N46°44'32", h=2,379m, t=22:05:07) 라고 적혀있다.

 

   
▲ 한가이 산맥이 보인다.(왼쪽), 하삭트하르항 산을 돌아간다.

마지막 고개(2,413m)를 우리가 탄 차량이 올라가지 못하여 내려서 걸어 고개에 올라서니 석양에 비친 알타이 산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이번 답사에서 알타이 산(金山)을 온 이유가 신라 김 씨의 고향을 찾아서 온 것인데 황금빛 찬란한 석양을 보니 감개무량하다.  


신라 김
()씨의 고향 알타이 산(金山) 이야기 

신라 김 씨의 선조 김일제: B.C 141년 한나라 무제가 훈(흉노)의 정벌을 가는데, (흉노) *휴도왕의 아들 김일제가 14살에 탱그리 사막에서 **곽거병 장군에게 잡혀 한나라 왕실의 말을 키우는 마부를 했는데, 한 무제를 암살에서 구한 공을 세워 투후(秺侯)로 봉해져 김()씨를 하사함. 이후 김일제의 차남 건의 손자 왕망이 서기 8년 전한(前漢)을 멸하고 신나라를 세웠다.  

()씨의 조상인 김알지는 알타이 출신 김()씨라는 뜻으로 Gold라는 뜻이며 김가, 남가, 권가는 결혼하지 않는다. 현재 김일제의 묘는 중국 시안의 한 무제의 묘 동쪽 1km에 있다고 한다.  

중국 집안시와 한반도 전역, 경주 천마총 등에서 훈(흉노)족의 무덤 양식인 적석목곽분 형식의 무덤들이 많은데 북방 기마민족들의 매장 형태로, 기마 민족은 하느님의 자손으로 태어나는 천손(天孫)신화가 유래되는데, 솟대(Totem Pole)를 세워 하늘과 교감한다. 

솟대 위에 세운 새는 지상의 인간과 하늘에 계신 절대자를 향하여 기복(祈福) 행위를 할 때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매개자(媒介者), 새가 인간의 소원을 하늘에 전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신조(神鳥)사상이 있는 알타이 문화권 전역에서 발견된다.

[*휴도왕: 하늘에 제사 지내는 금인(金人) **곽거병: 한 무제의 외조카]

 

   
▲ 하삭트하르항 산기슭에 풀을 뜯는 염소 때(왼쪽), 알타이 산에 비친 황금빛 석양

1040분에 해가 졌다. 고개 너머 계곡으로 내려가니 하삭트하르항 캠프(E98°58'55", N46°46'13", h=2,247m, t=23:08:02)장이 나온다. 깊은 계곡에 위치하여 캄캄하고 별만 총총 솟아지는데 사방 구분이 어렵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무척 춥다. 숙소는 2층 건물인데 허름한 나무 바닥이 삐거덕 거리며 바람만 막는 수준이다.  

랜턴을 켜고 밖에 있는 간이 건물에 모여서 저녁을 해 먹었다. 추워와 고산병 증상으로 세분이 저녁 식사도 하지 않고 주무신다. 걱정이 된다. 취사도구를 대충 정리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스프링 침대가 놓여있다. 잘 수가 없어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자리에 누웠다.  

오늘이 며칠인가 시간의 사슬을 벗어나 사막을 여행하니 시간관념이 없다. 문명과 욕망 사이에 무념무상으로 잠이 들고 말았다.
(3일차 운행시간: 13:26, 이동 거리: 415.1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