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왜구를 물리치는데 가장 공을 많이 세워 세력을 키운 이성계는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조선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백성은 태조 이성계가 군사력에 의해 고려 왕조를 무너뜨렸다고 생각하여 흔쾌히 새 왕조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태조는 조선 개국이 단순히 무력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인 천명(天命)을 받고 세웠음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천명에 따라서 나라를 세웠다는 것을 말로만 해서는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태조로서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때 마침 한 백성이 옛날 고구려시대 평양성에 있었던 돌판에 새긴 천문도의 탁본을 바칩니다. 태조는 매우 기뻐하면서 이 천문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고쳐 돌판에 조선의 천문도를 새길 것을 명하였습니다. 이것이 태조 4년(1395)에 돌판에 별자리를 새겨서 제작한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지요.
▲ 국보 제1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천상열차분야의 의미를 살펴보면 천상(天象)이란 하늘에서 일어나는 모든 천체와 천문 현상을 말하고, 열차(列次)는 천체들을 선후의 순서에 따라 펼쳐 놓았다는 것입니다. 또 분야(分野)는 땅에도 여러 나라가 일정한 영역으로 나뉘어 있듯이 하늘도 이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법칙에 따라 나뉘어 있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천체와 그들이 운행하고 있는 천상을 영역으로 나누어 일정한 순서에 따라 펼쳐놓은 그림 곧 천문도(天文圖)인 것입니다.
현재 국보 제128호로 지정되어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성리학을 기본으로 한 조선의 통치이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 천체의 위치를 파악하여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특히 지평선에 떠오르는 별자리를 관측하여 계절의 변화를 알아내고, 또한 행성의 운행을 관측하는 도구로서 사용하기도 했지요. 따라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 겨레의 과학정신이 담긴 위대한 문화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