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7 (일)

  • 구름조금동두천 16.8℃
  • 구름많음강릉 23.6℃
  • 구름많음서울 16.9℃
  • 구름많음대전 21.5℃
  • 흐림대구 24.1℃
  • 흐림울산 22.4℃
  • 구름많음광주 22.2℃
  • 흐림부산 18.4℃
  • 흐림고창 18.3℃
  • 제주 18.4℃
  • 구름많음강화 13.4℃
  • 구름많음보은 20.4℃
  • 흐림금산 21.8℃
  • 흐림강진군 19.6℃
  • 흐림경주시 24.5℃
  • 흐림거제 18.5℃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삼현영산회상, 높게 울려 퍼지는 흥겨운 가락

[국악속풀이 208]

[한국문화신문 = 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삼현육각>이란 말에서 <삼현>이란 무슨 의미인가 하는 점을 설명하였다. 삼현이란 말은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여러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 해석이 분분하다는 점을 전제하면서《삼국사기》 통일신라 조에 소개되어 있는 삼현(三絃)은 3종의 현악기, 즉 거문고, 가야금, 비파를 가리키는 말이어서 삼현육각의 삼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 조선조 영조때에는“근래에 삼현이 너무 촉급해 졌다”는 기록이 있어 당시의 음악 일반을 지칭하는 명칭으로 보인다는 점을 말했다.

또한 “삼현이라고 하는 것은 군악을 가리키는 것이다.”라는 《목민심서(牧民心書)》의 내용처럼 행악(行樂)에 쓰이는 음악일체를 포괄적으로 지칭하였다는 점, 행악은 힘차고 씩씩한 곡풍이어서 전부(前部)고취와 후부고취로 구분되는데, 전부고취는 태평소와 나발, 나각 등이 중심이고, 후부(後部)고취는 피리, 대금, 해금과 같은 선율악기들의 세악수(細樂手)편성이었다는 점도 얘기했다,

더불어 삼현의 의미와 가장 가깝게 연상되는 악곡은 <관악영산회상>, 일명 <삼현영산회상>으로 보인다는 점, 또한 가면무나 놀이형식의 탈춤 등을 연출할 때에 반주를 맡은 악사들이 모이고 대기하던 곳을 삼현청이라고 불렀다는 점, 관악영산회상 제5곡의 이름이 <삼현도드리>이고 궁중무용의 반주음악으로 쓰여 왔다는 점과 가곡에서도 삼현이라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 최경만과 삼현육각피리보존회 회원들의 <대령산> 연주 모습


가곡에서 <청성 잦은한잎>이란 높게 부르는 가곡을 의미한다. 또한 이를 <삼현삭대엽(三絃數大葉)>이라 부르기도 했다. 여기서 <청성(淸聲)>을 삼현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삼현육각의 음악이 비교적 높은 음역으로 진행되는 음악적 분위기와 가깝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야외의 행차, 잔치, 무속관련 음악, 탈놀이나 춤의 반주악 등이 빠르고 높은 음역으로 진행될 때 효과적이란 점은 상식적이다. 낮은 음역이나 작은 소리로는 주위의 시선을 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사용한 <삼현>이란 용례들을 참고해 볼 때, 넓은 의미와 좁은 의미로의 해석이 가능하다. 넓은 의미는 피리, 대금, 해금, 북, 장고 등의 소규모 편성으로 민간의 잔치음악이나, 제사음악, 군악 및 행악, 춤의 반주악이나 탈놀이의 반주음악 등 음악 전반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포괄적인 개념의‘음악’을 뜻하는 용어이고, 좁은 의미는 대풍류 형태로 연주되는 <삼현영산회상>을 가리키는 의미이다. 삼현이라는 용어가 영산회상 앞에 붙어있는 이름도 그렇거니와 이 곡의 음악적 특성이 비교적 높은 음역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흥겨운 가락과 다양한 장단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또한 삼현영산회상이라는 음악이 순수하게 대풍류로 연주되는 목적이외에 일반적으로 연례, 제례, 군례, 회례 등 비교적 여러 곳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민속음악계에서는 민간 대풍류를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는 민간 <삼현영산회상>, 일명 대령산이고, 둘째가 취타풍류이며 셋째는 승무의 반주음악으로 자주 연주되고 있는 염불풍류가 그것이다. 지난 연주회에서 최경만과 삼현육각피리보존회 회원들은 합주 음악으로 대령산을 연주하였고, 진유림의 <승무>에서는 염불풍류를 연주하였다. 대령산이란 음악은 크게는 삼현영산회상을 일컫는 이름이기도 하지만, 작게는 대풍류 첫곡의 명칭이기도 한 것이다.

이 음악은 장고의 주법이 좌우수를 동시에 치는 합장단, 장고채로 치는 채편, 손바닥으로 울리는 북편, 그리고 장고채를 굴려서 더러러러 소리가 나도록 연주하는 채굴림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장고의 합장단을 소리 나는 대로 표현하면 <떵>, 채편은 <덕>, 북편은 <쿵>, 채굴림은 <더러러러> 로 구음(口音)하며 문자로 쓸 때는 쌍(雙), 편(鞭), 고(鼓), 요(搖) 등으로 쓰고 읽는다.  이 음악의 특징은 각 장고점(杖鼓點)간의 박자가 일정치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박자가 균일하게 정해져 있지 않음에도 각 악기의 가락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연주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말이다.

 

   

         ▲ <승무> 반주로 염불풍류를 연주하는 모습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그동안 이 음악을 제대로 연주한 단체는 거의 없었다. 유연한 합주가 되려면 피리는 대금과 장고의 흐름을 알아야 하고, 대금은 피리나 해금의 가락을 알아야 하며, 장고나 북 등 각 연주자들이 다른 악기의 선율을 훤히 꿰고 있어야 한다. 한 솥밥을 먹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마주앉아 호흡을 함께 하지 않으면 연주가 불가한 음악이다. 악보에 의지하거나 약속만으로는 연주가 불가한 것이 바로 이 민간 관악영산회상의 첫 곡인 <대령산>이다. 국립국악원을 비롯하여 정악계에서는 이 곡을 <표정 상령산(上靈山)>, 혹은 <관악영산회상 상령산>이라 부른다.

민속음악의 대풍류나 국립국악원의 관악영산회상의 상령산은 잔가락이나 주법의 차이는 있어도 대체적으로 높은 음역으로 진행되는 가락과 다양한 장단형으로 진행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유사한 편이다.

특히 장단이 다양하다는 말은 쌍-편-고-요를 20박 이상으로 느리게 치다가 10박 정도로 조금 빨리 치기도 하고, 다음으로는 6박으로 줄이는 동시에 장단형을 고정시키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6박의 도드리 장단에서는 장고점의 순서를 바꾸어 가면서 다양한 변형장단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는 흥겨운 타령장단으로 이어 지면서 곡을 끝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음역의 흥겨운 가락이나 여러 유형의 장단형이 이 음악의 특징이라 하겠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