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충남 논산의 절 개태사에 가면 “개태사 철확”이라 부르는 무쇠솥이 있습니다. 충청남도 민속자료 제1호인 이 솥은 지름이 289㎝이고 높이는 96㎝이며 둘레는 910㎝입니다. 이 솥은 태조 왕건이 고려를 세우고 개국사찰로서 개태사를 창건하였을 때 부엌에서 쓰던 것이라 전해지지요.
▲ 고려시대의 커다란 무쇠솥 개태사 철확(충남 민속자료 제1호, 문화재청 제공)
그런데 이 철확은 절이 없어지면서 이리저리 유랑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가뭄 때 사람들이 이를 끌어 다른 곳으로 옮기면 비가 온다고 하여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닌 적도 있으며, 방치되었다가 큰 장마를 만나 떠내려가 4km나 떨어진 연산읍 냇가에 파묻혀 있던 철확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배에 선적하려고 하자 큰 소리가 나자 혼비백산하여 가져가기를 포기했다는 말이 전해집니다. 또 고철로 쓰려고 부수려 했는데 이때 갑자기 뇌성벽력이 쳐서 무사했다는 말도 있지요.
이 철확은 영조 때 문헌인 《여지도서(輿地圖書)》 충청도 연산군조에 보면 개태사가 한창일 때 된장을 끓이던 솥이라고 합니다. 개태사에는 이 철확 말고도 보물 제219호 석불입상, 충남 문화재자료 제274호 오층석탑, 충남 문화재 자료 제275호 석조 따위가 있는데 이들 유물은 고려시대의 독특한 조각 양식과 느낌을 잘 표현해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