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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곰발바닥, 표범태반, 사슴혀 따위를 소개한 허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2999]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선조 때부터 광해군 때에 걸쳐 활약한 문장가·사상가·개혁가였던 교산 허균이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썼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압니다. 그러나 허균은 1611년에 우리나라 팔도의 명물 토산품과 별미음식을 소개한 책 《도문대작(屠門大嚼)》도 펴냈습니다. 이 책은 허균이 바닷가로 귀양 갔을 때에 쓴 책으로 귀양지에서 거친 음식을 먹게 되자 전에 먹었던 좋은 음식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놓은 것이라고 하지요.

이 책은 당시의 먹거리를 병이지류(餠餌之類, 떡 종류), 과실자류(果實之類, 괴일), 비주지류(飛走之類, 날짐승 종류), 해수족지류(海水族之類, 물고기 조개 따위), 소채지류(蔬菜之類, 푸성귀)로 나누어 써 놓았습니다. 그밖에 차, 술, 기름, 두부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써놓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먹거리만도 무려 134종이나 됩니다. 특히 비주지류에는 웅장(熊掌, 곰발바닥), 표태(豹胎, 표범 태반), 녹미(鹿尾, 사슴 꼬리), 녹설(鹿舌, 사슴 혀) 따위가 기록된 것으로 보아 허균은 대단한 미식가인 듯합니다.

 

   
▲ 허균의 《성소부부고》 가운데 <도문대작> 부분

《도문대작》은 먹거리들을 지방특산물 별로 소개를 해놓았는데 방풍죽은 강릉, 석이병(멥쌀가루에 석이가루를 섞어 찐 떡)은 표훈사, 백산자(과즐 곧 한과의 하나)는 전주, 다식은 안동, 밤다식은 밀양, 차수(叉手, 칼국수)는 여주, 엿은 개성, 콩죽은 북청의 것이 명물이라고 소개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눈에 띄는 것은 꼬막은 고려 때 모두 원나라로 보냈다 하여 원나라에 보내는 공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사대부들이 성리학에만 관심을 두었을 때 허균은 몸과 생명에 관계된 《도문대작》을 쓴 대단한 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