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나무 위에 사는 영장류 중 가장 큰 오랑우탄이란 녀석이 있습니다. 서울동물원에 설명에 따르면 수컷은 보통 혼자 생활하지만 번식기가 되면 짝을 찾아 함께 생활한다고 하지요. 번식기에 짝을 고를 때 선택권은 암컷에게 있으며 한 마리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를 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 녀석들은 대략 13~15 가지의 소리를 내는데 그 가운데 특이한 것은 1 km 밖에 있는 사람도 들을 수 있는 긴 신음소리로, 자신의 영역임을 다른 동물에게 알린다고 하지요.
그런데 조선시대 후기에 나온 조리서 《소문사설(謏聞事說)》에도 오랑우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엔 어미가 새끼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그려놓고는 “《삼재도회》 <성성(猩猩)으로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다. 일설에 따르면 오랑우탄이라고 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 《소문사설(謏聞事說)》에 나온 오랑우탄
또 “오랑우탄의 모습은 원숭이와 같고 털은 길며, 머리와 얼굴은 각지고 아이 울음 같은 소리를 내는데, 개 짖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시골 사람이 술과 짚신을 길가에 놓아두면 오랑우탄이 보고서 그 사람 조상의 이름을 들먹이며 욕하고 간다. 잠시 뒤 오랑우탄이 돌아와 서로 술을 마시고 신을 신어보는 동안 덫을 놓아 잡은 뒤 우리에 넣어 기른다. 삶아 먹으려 하면 살진 놈을 골라서 울면서 보내준다.”라고도 설명합니다.
이걸 보면 이 책을 쓴 저자는 오랑우탄을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 단순히 상상의 동물로 생각한 모양입니다. 조상의 이름을 들먹이며 욕을 하고 간다는 내용에 이르면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동물원에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지만 당시로는 직접 보지 않았기에 그렇게 상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