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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안 꼴불견 "노무라단풍"

   
▲ 경회루 뒷편의 나무들 가운데 홍단풍(노무라 단풍)

   
▲ 근정전 뒷편에 심어진 홍단풍(노무라 단풍)


[한국문화신문= 최우성 기자]  경복궁이 처음 세워진 것은 조선이 건국되고 곧바로 국가의 권위를 나타낼 수 있는 궁궐을 지었다. 그 때는 1395년으로 조선을 세운 것이 1392년이니 겨우 3년 후에 경복궁을 낙성한 것이다. 그만큼 온 나라가 경복궁을 짓는데 힘을 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경복궁은 북악을 배경으로 남쪽에는 목멱산인 남산을 바라보며 정남으로 펼쳐진 한양도성의 북쪽에 자리한다. 남쪽에는 한양도성의 남문인 숭례문을 통과하여 곧바로 광화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동쪽으로 지금의 신세계백화점과 한국은행으로 우회하여 서울시청 앞에서야 비로서 광화문을 바라보며 경복궁을 바로 볼 수 있게 하였고, 여기부터 옛날 육조거리가 조성되었었다. 그만큼 경복궁은 누구나 쉽게 바라볼 수도 없는 위엄을 가지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런 경복궁이 일본의 침략전쟁인 임진왜란 이후 폐허가 되어있었으나, 막대한 자금을 댈 수가 없어 다시 중건할 계획도 세우지 못한채 250년을 주춧돌만 나뒹굴게 두었다가, 다시 중건할 계획을 세운 것은 흥선대원군이 나라와 왕실의 권위를 되찾기 위해서 였다. 임진왜란 이후 그동안 정궁으로 쓰던 창덕궁 창경궁 등으로는 누가 보아도 제대로 된 국가와 왕실의 위상이 서지를 았았기 때문이다.

경복궁은 흥선대원군이 원성을 들어가며 우여곡절 끝에 복원했지만, 복원되자마자 또 다시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면서 다시 수난을 겪게 되었다. 수많은 전각이 헐려나가고 궁궐에 동물들을 키우며 구경거리로 만들기도 하였고, 광화문 뒤에 있던 흥례문은 헐어버리고 그곳에 조선총독부 청사를 지어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짓밟고 총독부 청사가 가려서 한양도성에서 가장 높았던 경복궁의 핵심인 근정전은 보이지도 않게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총독부 청사는 우리가 해방을 맞이한 뒤에도 중앙청으로 이름만 바꾸어 국가의 중요행사도 하고 국가근대문화재로 자리매김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일제청산운동이 시작되어 아무리 좋은 건물이라 할 지라도 민족의 자존심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다는 국민적 여망에 깨끗이 헐어내고 그자리에 흥례문을 세웠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수십년에 걸쳐 경복궁이 다시 복원되어가고 이제 그 안에 있던 전각이 하나씩 되살아나 왕실의 도서관이던 집옥재도 복원되고 명성황후가 시해 당했던 건청궁도 복원되고, 이제 왕실의 음식들을 만들던 수라청 수복방도 복원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조경식수들도 왜색 조경수들을 많이 속아내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인들이 많이 심었던 벚나무들을 뽑아내고 소나무 등 우리의 식물로 바꾸어 심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직도 <위 사진>에 보이는 홍단풍은 손을 못보고 있다. 홍단풍은 일본인 식물학자가 만들어낸 변종 단풍나무다. 본래 단풍나무는 어느것 할 것없이 봄부터 여름까지는 푸른 녹색잎을 가지고 있다가 가을 찬바람이 나야만 노랗고 빨갛게 옷을 갈아입는 것인데, 노무라씨는 그런 단풍보다 더 멋진 나무를 만든다고 개량종으로 홍단풍을 만들어낸 것이다.

다른 모든 나무들이 푸른 잎에 녹색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뜬금없이 저 홀로 불그죽죽한 빛깔로 녹색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의 이치를 깨는 일이며 결코 한국인의 미적 감각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더구나 그 변종을 만들어낸 사람이 일본인이 아닌가?

경복궁을 둘러보며 여기 저기 푸른 녹색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는 붉은 단풍나무가 유난히도 눈에 띄니, 흥선대원군이 되살아나서 본다 하더라도 "정신나간 후손들아 저 단풍나무는 당장 뽑아버려라 "하지 않을까 싶다.

경복궁을 복원하느라 수 십 년 국민들의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지금 저 붉은 단풍나무가 복원공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이 저리 서있어 경복궁 복원의 의미마저 퇴색시키는 것 같아 몹시 언짢게 느껴진다. 경복궁내 왜색 단풍나무 하루 속히 정리되었으면 싶다. 더불어 전국의 곳곳에 심어지는 홍단풍나무들도 그저 특이하고 멋지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한번쯤 그 의미를 안다면 다른 조경목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우성(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  

 
문화재수리기술자로 한국인의 삶을 담아온 전통건축의 소중한 가치를 찾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북촌한옥마을 가옥 보수설계, 혜화동주민센타 개보수설계, 파주 화석정,  파산서원 등과 영주 소수서원의 정밀실측설계, 불국사 일주문, 안동하회마을, 제주성읍마을, 영주 무섬마을 등 문화재보수설계 일을 맡아했다. 포천시민의 종 종각설계, 용마산 고구려정, 도피안사 대웅전, 봉선사 종각 등을 설계하였다. 현재 한국불교사진협회 회원, 문화재청 문화유산사진작가, 불혹의 포토클럽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