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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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노래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배웠던 ‘정읍사’의 가사지요. 정읍사는 7세기 중반 이전부터 불리던 백제의 노래로 고려인들에게까지 전해졌다가 조선조에 와서 처음으로 문자화된, 한글로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입니다. 정읍현에 사는 어느 상인의 아내가 행상 나간 남편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높은 산에 올라가 남편이 오기를 기다리며 부른 노래로 ‘달아 높이 떠서 멀리 비추어 우리 남편이 돌아올 길을 밝혀 주소서’ 하는 아내의 애달픈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위 “빗가락정읍”이라고도 부르는 정읍사는 조선 중기 이후 노래는 없어지고 지금은 관악 합주 형태로 남아 있는데 그 이름이 바로 “수제천(壽齊天)”입니다. 천상의 음악이라 불리는 이 수제천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메트로놈으로 측정하기 조차 힘들다는 곡의 느린 속도에 우선 놀랍니다. 이 곡은 이처럼 속도가 느릴뿐더러 한 박 한 박의 길이가 또한 불규칙하기 이를데 없기에 각 박의 길이가 똑같은 서양음악의 입장에서 보면 이 곡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음악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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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의 음악 수제천을 연주하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
따라서, 이 곡을 온전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서양음악적인 박자개념을 던져버려야 한다고 하지요. 아무런 선입감없이 곡의 흐름에 그저 온몸을 내맡길 때만이 수제천의 아름다움에 다가설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관악기들이 펼치는 힘찬 역동감을 통해 만들어지는 웅장한 선율에 잔물결 같은 영롱한 장식음의 현란함이 더해진 수제천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다면 우리는 참으로 행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