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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가난한 사람들의 꿈 흰쌀밥이 연상되는 이팝나무

[얼레빗으로 3012]

[한국문화신문 = 김영조 기자]  “옛날 경상도 어느 마을에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시부모님께 순종하며 열심히 집안일을 하며 살았지만 시어머니는 늘 트집을 잡고 구박하며 고된 시집살이를 시켰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이 집 며느리를 동정하고 칭송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의 큰 제사 때 며느리는 조상들께 올릴 쌀밥을 지었다. 항상 잡곡밥만 짓다가 쌀밥을 지으려니 혹 밥을 잘못 지어 시어머니께 꾸중 듣는 것이 두려워서 며느리는 밥에 뜸이 잘 들었나 보기 위해 밥 알 몇 알을 먹어보았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갔다가 그 모습을 보고 제사에 쓸 밥을 며느리가 먼저 퍼먹었다며 온갖 학대를 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구박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매어 죽었다. 이듬해 며느리가 묻힌 무덤가에서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나무 가득 피워 냈다. 동네 사람들은 이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생긴 나무라 생각했고, 이 나무를 이팝나무라 불렀다.”

위 전설은 이팝나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푸레나뭇과 갈잎 큰 키 이팝나무의 탄생설화에는 서민의 가난한 삶이 배어있습니다. 이팝나무에 꽃이 피는 입하 때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가장 힘든 ‘보릿고개’였지요. 이팝나무는 위 전설 말고도 입하 무렵 꽃이 피기 때문에 ‘입하목(立夏木)’이라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며, 조선시대 왕족인 이씨(李氏)들이나 귀족 양반들이 먹는 ‘이씨의 밥’이 ‘이(李)밥’으로 변해 이팝나무가 됐다는 얘기도 전합니다. 이팝나무 꽃은 흐드러진 흰색의 꽃이 마치 쌀밥(이밥)을 고봉으로 담아 놓은 것 같은 모양이라 그런 유래가 생겼을 것입니다.

 

   
▲ 탐스러운 이팝나무꽃(이명호 사진작가 제공)

이팝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나무들이 많습니다.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36호),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183호), 광양읍수와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235호),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군(천연기념물 제214호), 양산 신전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234호), 김해 신천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185호), 김해 천곡리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307호) 등이 바로 그것이지요. 나이가 250살에서 600살까지 된 천연기념물 이팝나무가 있는 마을 사람들은 이팝나무 꽃을 농사와 관련지었는데 꽃이 많이 피면 풍년, 적게 피면 흉년이라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꿈 흰쌀밥이 연상되는 이팝나무를 보러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