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오방색!’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어다. 사실 우리의 전통색인 ‘오방색’의 정확한 이름은 ‘오방정색’이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하얀색, 검은색. 각각 불ㆍ나무ㆍ흙ㆍ쇠ㆍ물을 나타내는 이 다섯 가지 색은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우리 문화와 참 잘 어울린다. 임어진이 쓴 책, 《오방색이 뭐예요?》는 아직은 오방색이 생소할 어린이들에게 오방색이 무엇인지, 색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이 색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활용했는지 친절히 짚어준다. 오방색을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 못했던 어른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우리 전통혼례만 보아도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조화롭게 쓰였다. 청사초롱의 빨강은 양의 기운을, 파랑은 음의 기운을 뜻한다. 신부는 전체적으로 빨간색을, 신랑은 전체적으로 파란색을 입었다. 청실과 홍실로 연결된 표주박에 술을 담아 서로 나누어 마시는 의식도 음과 양의 기운을 더해 서로 하나가 된다는 뜻이 담겼다. 혼인할 신부의 집에 보내는 함에 같이 넣어 보내던 다섯 가지 곡식 주머니인 ‘오방낭자’도 있었다. 팥은 잡귀를 쫓는 의미를, 콩은 귀한 신분을, 찹쌀은 인내를, 향나무는 절개와 순결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해녀들이 바닷가로 달려가 바다에 좁쌀을 뿌렸어. 칠머리 바다 밭에 풍년을 비는 거야. “영등할마님, 전복씨, 소라씨, 미역씨 드렴수다. 가시는 길에 씨 뿌려 줭 바글바글 나게 해 줍서.” 영이도 작은 손을 모아 엄마처럼 빌었어. “영등할마님, 씨 많이 뿌려 주세요!” 바닷가 사람들에게 행운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거센 풍랑이 이는 제주에서는 더욱 그랬다. 제주는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 유난히 발달한 곳이다. 비바람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 조금이라도 무탈한 귀환을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지은이 강난숙이 쓴 이 책, 《칠머리당 영등굿》은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영등굿을 따뜻한 그림과 동화로 보여준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 칠머리당 영등굿이 어떤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제주 해녀들은 해마다 음력 2월이 되면 비바람의 신인 ‘영등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잔치를 여는데, 이 잔치를 ‘영등굿’이라고 한다. 음력 2월 1일에 제주로 들어와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2월 15일에 떠난다. 짧게 다녀가는 신이지만, 제주 사람들은 영등신을 ‘영등할마님’이라 부르며 각별하게 여겼다. 특히 해녀들에게 영등신은 더욱 특별한 존재였다. 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박 진사는 집에 붙일 이름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고민을 계속하던 어느 날, 박 진사는 고려시대 마지막 충신이었던 조상님 박문수 할아버지를 모신 사당에 다녀왔단다. 박진사는 사당에 걸려 있는 시를 읊조리다가 번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옳지! 우리 집 이름을 박문수 할아버지께서 쓰신 이 시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어야겠다. 꿈과 마음을 담은 집, 몽심재로다!” 호랑이 머리를 닮아 호두산으로 불린 산,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죽산 박씨 문중에 박동식이라는 큰 부자가 살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박 진사라고 불렀다. 박 진사가 꿈과 마음을 담아 오래도록 살 집을 지으니, 그것이 남원에 있는 ‘몽심재’다. 몽심재는 조선 후기에 지어져 지금도 전라북도 대표 양반집으로 남아있다. 알면 알수록 가족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스며있고, 찾아오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기로 이름나 영호남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김양오가 쓴 책, 《꿈과 마음이 담긴 집 몽심재》는 몽심재의 구석구석을 따뜻한 색연필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글쓴이 김양오는 대학을 졸업한 뒤 아동 문학과 글쓰기를 공부하고 25년 만에 역사 동화 작가의 길에 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 이것이 아마 인생 지도자[Leader]의 정의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지도자다.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그러나 자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 특히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임금이라면 어떨까? 자신의 결정에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고, 수백만 명의 목숨이 달려 있다면? 결정의 무게는 무거울 것이고, 수시로 두려울 것이다. 역사 속 그들도 그랬다. 앞서 그들이 내렸던 결정, 고뇌, 번민을 분석한 이 책, 《인생 리더》의 지은이 강관수는 역사 인문 리더십 강의 때 자주 소개하는 지도자의 조건과 요소를 열여덟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1장 ‘역사가 들려주는 리더의 조건’에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고대역사와 배경지식을 담았다. 2장부터 18장까지는 지도력의 유형을 성군, 애민, 혁신, 전략, 조직관리, 참여지향, 포용, 인내, 보필 등으로 나누어 공자, 세종, 영조, 정조,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의 사례를 통해 지도자가 갖춰야 할 품성과 역량을 보여준다. 예시로 분석한 인물들은 모두 한국 역사나 중국ㆍ일본 역사 속 인물들이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왕비로 산다는 것. 뭔가 제목에서부터 잔잔한 엄중함이 느껴지는 ‘왕비’라는 자리는, 참 높고도 어려웠다. 한 나라의 왕비 역할을 잘 해낸다는 것이 쉽지 않았음은 고금의 예에서 잘 알 수 있지만, 복잡한 정치 셈법이 얽혀 있었던 조선의 왕비는 특히 더 어려웠다. 이 책 《왕비로 산다는 것》의 지은이 신병주는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주부들이여 왕비가 되자’라는 주제의 특강 요청을 받고, 왕비를 주제로 한 강의를 할 수는 있지만 제목을 ‘왕비로 산다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실제로 그렇게 강의했다고 한다. 그가 보기에도 조선의 왕비는 동화나 사극 속 왕비처럼 아름답고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누릴 수 있는 것보다 제약이 더 많았고, 엄격한 궁중에서 비슷한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힘든 직업이었다. (p.8-9) 왕비는 권력과 부가 보장되는 지위라기보다 정치적 상황에 휩쓸려야 했고 답답한 구중궁궐에서 왕의 내조에 전념하는 역할을 요구받는 위치에 있었다.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뒤에 있는 인공 정원 아미산이나 궁궐 후원을 산책하는 일 또는 궁궐에서 독서를 하는 것 정도가 그나마 왕비의 숨통을 터주는 일이었을 것이다. 임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세계적인 부자는 참 많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부를 쌓았는지에 대한 관심은 넘쳐나도,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관심은 그만 못하다. ‘그들은 부자가 된 뒤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서사는 많아도, 부자가 되어 사회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서사는 훨씬 적다. 이향안이 쓴 책, 《나눔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든 진짜 부자들》은 나눔을 실천한 전 세계의 부자들과 지식인,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다룬 책이다. 기부 문화를 만들어 낸 사업가 워렌 버핏부터 나눔의 정신을 세계에 퍼트린 배우 오드리 헵번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그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인물은 김만덕, 후세 다츠지, 전형필 세 명이다. 잘 알려진 대로 김만덕은 굶주려 죽을 위기에 처한 제주 백성들을 구한 제주의 거상이며, 전형필은 우리 겨레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전 재산을 쓴 수장가다. 그런데 후세 다츠지는 무척 새롭다. 그는 조선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법정에 선 일본 변호사다. 1880년 미야기현에서 태어나 메이지 법률학교에서 법 공부를 한 뒤, 23살의 젊은 나이로 판검사 시험에 합격한 촉망받는 법조인이었다. 인정받은 실력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4) 천하의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게으르면 망하는 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작은 일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정사(政事)와 같은 큰일은 어떠하겠습니까? 천하의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게으르면 망한다…자못 모골이 송연해진다. 군주에게 부지런하게 일해야 한다고, 게으르면 망한다고 ‘돌직구’를 날리는 정도전의 기개가 매섭다. 심지어 건물 이름도 ‘부지런하게 정치하라’는 뜻의 ‘근정전(勤政殿)’이니, 거기서 정사를 보는 임금은 자신도 모르게 태도가 엄정해지지 않았을까? 조선왕조는 문치 국가였다. 과거에 합격한 인재들은 모두 시작(詩作) 능력이 출중했다. 시 짓는 솜씨가 문재를 판별하는 주요 기준이었으니, 어릴 때부터 시를 쓰며 자라난 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필수 교양으로 시를 쓰고 읊었다. 조정에 출사한 최고의 문사(文士)들이 임금 곁에 머물며 늘 바라보는 장소가 경복궁이었던 만큼, 이들이 경복궁에 대해 지은 시문도 많이 남아 있다. 한문학자인 지은이 박순이 쓴 이 책, 《시가 흐르는 경복궁》은 경복궁을 주제로 옛 문인들이 쓴 글과 시에 지은이의 독창적인 관점을 덧붙인 책이다. 책에 실린 글이 모두 깊이 음미할 만하지만, 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나누는 삶을 살았던 위인들.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지고 있으면 더 가지고 싶고, 좋은 것은 나만 가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모르는 사람들과 좋을 것을 나눈다는 것은 그런 본능에 역행하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그런 소유의 본능을 이기고, 어려운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있다. 그것이 출세에 크게 도움 되는 일은 아니었다. 복지 개념이 없다시피 했던 먼 옛날에는 빈부격차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심지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고진숙이 쓴 이 책, 《아름다운 위인전》에 실린 위인들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김만덕, 이지함, 이헌길, 이승휴, 을파소 이 다섯 사람은 공동체를 위해 헌신했다. 자신이 속한 양반 사회나 가진 자들의 세계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세계를 위해 헌신했다. 책에 실린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모두 감동을 주지만, 특히 더욱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헌길이다. 이헌길은 천연두(두창)에 걸린 어린 정약용을 구해낸 선비다. 이헌길이 없었다면 우리가 오늘 감탄하는 정약용의 수많은 저작도 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웃는 낯에 침 뱉으랴. 웃는 낯에는 함부로 대하기 힘든 힘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웃는 얼굴이라는 말처럼, 웃음에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신비한 치유의 힘이 있다. 우리 문화유산에는 유난히 웃는 표정이 많다. 얼핏 보면 근엄하면서도, 자세히 살펴보면 은은한 웃음기가 배어있다. 이런 잔잔한 웃음기가 우리 문화유산을 보면 볼수록 매력 있게 만든다. 김은의가 쓴 이 책, 《웃음꽃이 핀 우리 문화유산》은 우리 문화유산에 나타난 웃는 표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책이다. 첫째 마당, ‘유형 문화유산 속 웃음꽃’에서는 그윽한 불상의 미소, 지붕 위 웃는 기와, 하회탈 등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웃는 표정을 다뤘다. 둘째 마당, ‘우리 그림 속 웃음 보따리’에서는 무덤 벽화, 민화, 풍속화에 나타난 웃는 표정을 살펴본다. 셋째 마당 ‘무형 문화유산 속 웃음 바다’에서는 판소리와 탈춤에 나타난 해학적인 장면을 집어낸다. 마지막으로 부록에서는 ‘세계 속 웃음꽃’으로 세계 곳곳의 문화유산에서 나타난 웃는 표정을 조명한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달신의 미소다. 옛 고구려 영토였던 중국 길림성 집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219쪽) 등잔과 관련하여 또 다른 속담은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게 있는데 등잔은 방을 환히 밝혀 주위를 잘 볼 수 있게 하지만, 정작 등잔 밑은 그림자가 져 보기 힘들지요. 곧 가까이 두고 먼 곳만을 헤맬 때 쓰는 말입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처럼, 이리 좋은 문화를 가까이 두고 먼 곳을 찾아 헤맸다. 외국문화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서도, 정작 한국문화에는 무심했다.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된다. 우리문화에 이토록 아름다운 뜻이 숨어있었다는 걸, 그리고 귀한 우리문화를 그동안 잘 몰라서 무심하게 대했다는 것을. 이 책, 《한국인이 알아야 할 한국문화 이야기》는 지은이 김영조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내는 〈날마다 쓰는 우리문화 편지〉 가운데 한국인이 ‘제대로’ 한국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가려 뽑은 책이다. 필자 역시 저자의 숱한 편지를 탐독한 끝에 한국문화와 더 가까워졌고, 요즘도 우리문화 편지를 날마다 읽으며 한국문화를 배워가고 있다. 한국인이지만 이처럼 따로 배우지 않으면, 어쩌면 외국인보다도 더 과문할 수 있는 것이 우리문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반갑다. 제1장 명절과 세시풍속,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