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산에 가면 산자락 아래 흔하게 보이는 꽃이 물봉선입니다.연분홍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물봉선은 등산의 또 다른 매력이지요. 봉선(鳳仙)은 봉황을 나타내는 봉(鳳)과 신선을 의미하는 선(仙)이 결합된 이름이고 보면 산야에 아무렇게나 자라 흔한 모양이지만 꽃의 아름다운 자태나 색의 고움이 고결한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꽃말은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입니다. 물봉선이라고 이름함은 습지를 좋아하는 습성 때문일 것입니다. 여렸을 땐 밤낮으로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열심히 일을 해도 먹을 것이 늘 부족했습니다. 봄부터 삘기, 진달래, 찔레 순, 아카시아, 잔대 싹........ 독이 없고 순한 것이면 무엇이든 먹거리로 삼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봉선 꽃을 따서 돌돌 말린 끝을 떼어내고 빨면 달달한 꿀물이 입 안 가득 퍼지기도 했지요. 빈약한 먹거리에 바짝 마른 사람이 대세였던 시절 배를 쑥 내밀고 사장이 되겠노라 호언하던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옛날엔 먹을 것이 없어 채소(푸성귀)만 먹고 살았는데 요즘엔 먹거리가 넘치지만 건강 때문에 채소만 먹는 사람이 많으니 흐른 세월 속에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산에 다니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당신 김태희가 예뻐 내가 더 예뻐?" 도대체 왜 여자들은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요? 객관적으로 김태희보다 더 뛰어난 미모를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걸까요? 단지 여자들은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겠지요. "몰라서 물어? 그야 김태희가 훨씬 예쁘지.." 이렇게 대답한 남자는 아침밥을 굶거나 각방을 쓸 각오를 해야 합니다. 정답은 "당신이 훨씬 더 예뻐, 김태희 한 트럭을 갖고 와도 안 바꿔!"입니다. 마음은 “먼발치라도 김태희 같은 미모의 여자를 한 번이라도 봤으면 원이 없겠다.”이지만 대답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여자는 남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까요? 그런데 그 말에 속고 싶고, 또 아주 작은 일말의 믿음 때문에 여자는 하루를 즐겁게 시작합니다. 우리는 영혼 없는 칭찬이나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드는 거짓말을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4대 미녀는 양귀비, 초선, 서시, 왕소군을 꼽습니다. 그 가운데 양귀비는 약간 통통한 체형을 갖고 있었지요. 그녀는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습니다. 성당시절의 시인 이태백은 양귀비와 동시대 사람입니다. 그는 당현종 앞에서 양귀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가 경계해야 할 세 가지 독이 있으니 그것을 “삼독(三毒)”이라고 합니다.탐냄(貪, 탐), 성냄(嗔, 진) 어리석음(痴, 치)가 그것입니다. 이는 불가에서 착한 마음을 해치는 세 가지 번뇌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탐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고 진은 좋아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반감이나 혐오, 불쾌의 감정이며 치는 지적인 번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탐냄이란 무언가를 가지거나 차지하려는 마음을 말합니다. 이것은 즐겁거나 매혹적인 대상과의 접촉에서 발생하게 되지요. 주변의 끌리는 현상을 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탐냄에 물들게 됩니다.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아서도 안 되는 것이라면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냄은 일을 그르치는 단초입니다. 성내지 말고 다른 사람이 성내어도 성냄으로 갚지 말아야 합니다. 용서는 보복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무식한 귀신은 부적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만들지 않으면 얻을 수 없고, 아무리 총명하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 노력과 배움, 이것 없이는 인생을 밝힐 수 없다.“ “탐진치”는 무엇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가끔 군대 간 아이가 집에 옵니다. 부사관이니 출퇴근이 자유로운 게 이유이지요. 그럼 파이를 시켜서 같이 먹을 때가 있습니다. 파이는 정확하게 8조각으로 분리되도록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저는 파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터라 분배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전체적인 파이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누군가 많이 먹으면 누군가는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안의 사소한 일로 치부하면 그만이겠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을 높이면 분배의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곧 사회적으로 생산된 파이의 총량은 같습니다. 이 총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더 많이 가져가는데 혈안이 된다면 분배의 불균형이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이는 소득의 양극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은 더 많은 폐지를 줍게 되겠지요. 그런데 폐지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누가 많이 주워간다면 좀 굼뜬 사람의 몫은 적어지게 마련이어서 그 가난의 정도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진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성장우선이냐 분배우선이냐 하는 것은 늘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파이를 키우는 데에만 신경을
[우리문화신문=[정운복의 아침시평 13] 저는 들꽃(야생화)을 잘 알지 못하지만 좋아는 합니다. 들꽃 가운데서도 특히 패랭이꽃을 좋아합니다. 어린 시절 고향집 논과 밭에 가려면 들길에 곱게 피어있던 패랭이 꽃 그 고운 빛깔의 앙증맞은 꽃에 발걸음이 무뎌지곤 했습니다. 옛날 서민들이 쓰던 모자를 패랭이라고 합니다. 꽃이 꼭 그 패랭이 모자를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대나무처럼 줄기에 마디가 여러 개 나 있어서 석죽(石竹)이라고도 불리지요. 감사의 꽃인 카네이션이랑 많이 닮았는데 둘 다 같은 석죽과 패랭이속입니다 이 꽃을 만나려면 햇빛이 충분한 오래 묵은 넓은 풀밭이나 무덤가로 가야 합니다. 특히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이면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특히 패랭이꽃은 군락을 이루는 듯 하면서도 서로 조금씩 거리를 두고 서식하니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함이 멋스런 꽃이지요. 패랭이꽃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며 거친 황무지에도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습니다. 단원(檀園) 김홍도도 패랭이를 즐겨 그렸다고 하니 오랫동안 우리 곁을 지킨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원에서 피어난 꽃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산기슭이나 들녘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피워 올린 순박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오늘이 초복(初伏)입니다. 옛날부터 삼복더위라는 표현이 있고 보면 앞으로 더위의 절정기가 올 것입니다. 초복은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을 지칭하는 것이니 24절기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복(伏)이란 글자를 파자하면 “人”과 “犬”이 나오니 사람 옆에 개가 엎드려 있는 모습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복날에 복놀이 용으로 개를 식용하니 그렇게 썼다고 주장하기도 하지요. 어찌되었던 복날엔 개와 닭이 수난을 당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영양이 비교적 부실했던 시기에 날을 잡아 보양식을 먹어야 더운 여름을 날 수 있으니 어쩌면 선조들의 지혜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식재료를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을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밥투정이나 반찬투정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 없이 살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까요. 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나라 식문화가 또 도마에 오른 모양입니다. 먹는 것도 문화입니다. 물론 개인의 식생활의 호오가 있을 수는 있겠으나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삶은 밀웜(딱정벌레목에 속하는 식용곤충 애벌레)을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바다를 잘 그리고 싶다면 매일, 매시간 같은 장소에 가서 바다를 관찰해야만 한다. 그래야 비로소 특정한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어떻게 움직이고 변화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특정한 소재를 계속 반복해서 그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빛은 곧 색이라는 원칙을 고집스럽게 지켰으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시간과 날짜를 달리하여 반복하여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의 작품 가운데 유명한 것 하나가 수련입니다. 요즘 각종 연꽃이 한창입니다. 연은 크게 백련이나 홍련, 어리연, 개연, 가시연, 수련 등으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수련은 한자로 ‘水蓮’이 아니고 ‘睡蓮’으로 씁니다. 물에서 피는 연꽃의 의미가 아니라 잠잘 수자를 쓰니 밤에는 연꽃잎이 오므라드는 특성을 살려 지은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홍련이나 백련은 물 밖으로 잎이 1m이상 자라기도 하지만 수련의 잎은 꼭 물 높이 만큼만 자랍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의 모습을 지켜가는 아름다움이 있으며 주돈이가 지은 애련설에서 밝혔듯이 연은 연못 한가운데 피어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가까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누구든 자신의 생각과 관념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런 생각에 고착화되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마음의 근력을 잃게 됩니다. 자신이 늘 하던 생각은 패턴으로 고정화되게 마련이어서 심리학자들은 이를 고정관념이라고 부릅니다. 입성이 남루하고 왜소하며 낡고 작은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면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아 가난한 사람이라고 여겨 업신여기게 마련입니다. 겉만 보고는 그 사람이 평소 검소함이 몸에 밴 상당한 재력가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습니다. 생각의 고정화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지적 장애를 하나씩 안고 살아갑니다. 그건 정형화된 생각인 고정관념인 것이지요. 사람의 원래 생각은 자유로워 어떤 장벽도 없습니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 매너리즘에 의하여 일정한 사고의 패턴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진실인 것처럼 믿어버리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즉 관념의 벽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실제 눈앞에 가로막힌 벽이 있다면 그건 물리적인 벽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지지 않는 벽도 있으니 그것은 관념의 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물리적인 벽보다 더 허물기 어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대리출석에 몸서리를 앓던 대학에서는 급기야 출석부에 사진을 붙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붙이고 나서도 교수와 여학생간의 줄다리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 사진이 네가 맞아??" 교수는 의심으로 불행하고 학생은 억울함으로 불행합니다. 이 모두가 디지털 기기가 지나치게 발달하여 사진 편집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결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탈리아 영화배우 안나 마니냐를 아시나요? 그녀는 만년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기 전에 사진사에게 조용히 부탁하지요. "사진사 양반,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 사진사가 그 이유를 묻자 마니냐는 대답합니다. "그걸 얻는 데 평생이 걸렸거든요." 영상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외모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를 맞이하였습니다. 실제로 외모가 출중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하여 소득이 더 많다는 보고도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 골목골목마다 미용실이 성업 중입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한 노력이 미용사의 수입으로 직결되니 말이지요. 미스코리아 경연을 마치고 수상대에 선 미인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는 미용사 원장에 대한 감사의 말이고 보면 외적 미모의 아름다움 뒤에는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꺼끌꺼끌한 피부에 개구리눈알처럼 튀어나온 눈 두꺼운 입술에 납작하게 주저앉는 코 올챙이처럼 불룩 나온 배~~~ 이 정도면 옥떨메(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정도로 못생긴 얼굴이지요. 이 못생긴 외모는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인 소크라테스에 관한 묘사입니다. 소크라테스는 가난한 석수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평생 변변한 일자리 한번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가장으로서는 빵점에 가깝다고 이야기 할 수 있지요. 그의 아내 크산티페는 악녀로 소문나 있지만 자녀까지 둔 가장이 가정에 무관심했으니 아내가 바가지를 긁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그는 시장이나 광장(아고라)에서 젊은이들과 대화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넘쳐났지요. 그럼 소크라테스는 무엇을 가르쳤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을까요? 사실 소크라테스는 가르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신중하게 듣고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지요. 그것이 지혜의 산실로서 기능한 것입니다. 살다보면 늘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하는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무비판적으로 기계적으로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