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불긍세행, 종루대덕 (不矜細行 終累大德)’ 영ㆍ정조 시대 사람으로 빼어난 문장가로 이름 높은 이덕무가 지은 《사소절(士小節)》에 나오는 문구다. ‘긍(矜)’은 소중하게 지킨다는 뜻이고, ‘누(累)’는 폐를 끼치거나 그릇되게 한다는 뜻으로 ‘작은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결국 큰 덕을 허물게 된다’라는 뜻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말처럼, 사소한 일에서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하면 끝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이덕무는 선비들이 이를 알고 항상 경계하길 바랐던 것 같다. 그 시대에 도덕과 예절이 무너져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워지는 현실을 안타까이 여기고, 선비가 지켜야 할 소소한 예절의 소중함을 깨우치기 위해 《사소절》을 썼다. 지은이 정성기는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많은 소설과 평전을 쓴 바 있고, 특히 ‘사소절’을 접한 뒤 작은 예절의 중요성을 일깨우려 했던 이덕무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해 이 책, 《양반가문의 쓴소리》를 집필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선비의 소소한 예절과 몸가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되짚고,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담았다. 이덕무는 예절의 기본 요소로, 내적으로 갖춰야 할 네 가지 마음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서울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요즈음 <영등포본동 정월대보름 척사대회>라는 펼침막을 걸었다. 지난 2023년 평택시는 '척사대회'라는 용어 대신 '윷놀이대회'를 사용할 것을 민간에 권고하는 한편, 시에서 진행하는 관련 행사에서도 '윷놀이대회'를 공식 이름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평택시에 따르면 “각 마을에서 펼쳐진 윷놀이대회는 '던질 척(擲)'과 '윷 사(柶)'를 사용해 '척사대회'로 불려 왔다. 하지만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척사'의 뜻이 쉽게 해석되지 않고, 쉬운 우리말인 '윷놀이'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평택시는 용어 순화를 민간에 당부했다.”라는 것이다. 이런데도 영등포본동 주민센터가 ‘윷놀이’라는 모두가 알 수 있는 쉬운 말을 놔두고 굳이 ‘척사대회’라고 쓰는 까닭은 무엇일까? 영등포본동 주민센터 공무원들 가운데 이 ‘척사’라는 어려운 말을 한자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실 지난해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윷놀이 한마당>이란 펼침막을 걸었었다. 오히려 영등포본동 주민센터는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모습에서 퇴보하고 있음이다. ‘윷놀이’를 ‘척사’라고 쓰면 유식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입춘이 오는 날 - 김덕성 한파는 그 꼴을 볼 수 없다는 듯이 앞질러 봄 길을 막았다 이리 일찍 자리를 내 줄 수 없다고 아니 내 자리를 왜 빼앗으려는 가고 서슬이 퍼래 대항하듯이 찬바람 몰아치며 꽁꽁 얼어붙었다 봄은 저만치에서 서성거리고 한파는 기승을 부리는데 시인들 가슴서는 봄 향기로 향기롭게 피어오르는 지금에 견주면 난방이 시원찮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겨울을 났을까? 누비옷을 입고 방안에 화로를 두는 정도였을 겨울나기에 ‘구구소한도’라는 것도 한몫했다. 이 구구소한도는 동지가 되면 종이에 9줄의 칸을 그려놓고 한 줄에 9개씩 81개의 매화를 그린 다음 하루 하나씩 매화에 붉은빛을 칠해나간 한 것이다. ‘구구소한도’에서 붉은빛을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다. 그렇게 하여 81일이 지나면 모두 81개의 홍매화가 생기고 그러면 입춘 곧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국에서 전해오는 글에 따르면 “첫 아홉 날과 두 번째 아홉 날은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고”부터 시작하여 “아홉 번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보리밭 사이 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이 노래는 안정숙 지은 《언젠가 떠나고 없을 이 자리에》 수필집에 나온 노래다. 작가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곡 중 하나인 '보리밭'을 나도 무척 좋아한다.”라면서 “내가 이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것은 시적 정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노래 자체의 정겨운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아버지와의 추억 때문이다. 이 노래를 듣거나 나 혼자 흥얼거릴 때면 여지없이 어릴 때 아버지와 보리밟기가 정겹게 내 눈 앞에 펼쳐진다.”라고 써 내려간다. 어렸을 적 아버지와 함께 보리밭을 밟았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책 첫 글 ‘잊혀지지 않는 한 아름다운 여인’에도 곰곰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속삭인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초가을이었다. 그날은 먼저보다 옷이 더 남루해 보였다. 때 묻은 손에는 칫솔이 하나 쥐어져 있었는데, 치약이라도 찾고 있는 모습을 하고 군중들을 향해 두리번거리며 서 있었다. 그리고 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저고리. 흔히 ‘한복’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복식이다. 저고리와 치마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만한 조합이고, 특히 상의인 저고리는 그 변천사 자체가 하나의 복식사가 될 만큼 변화무쌍한 발전 양상을 보였다. 한복 패션 디자이너 김혜순이 쓴 이 책, 《아름다운 우리 저고리》는 ‘저고리’에 집중하여 마치 화보집처럼 각종 저고리를 조명한 책이다. 지은이는 ‘우리 민족의 문화와 사상, 미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표적인 복식이 바로 저고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지은이는 ‘저고리 600년 변천사’라는 전시회를 3년에 걸쳐 기획, 2003년 선보인 바 있다. 이때 복원하고 재현한 70여 점의 저고리를 이 책에 담아, 저고리에 담긴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습관, 문화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한자어로는 ‘적고리(赤古里)’라고 표기하는 저고리는 포(袍)와 견주어 길이가 짧은 윗도리를 뜻한다. ‘적고리’라는 표현은 세종 때 처음 쓰였으며, 태종의 비 원경왕후의 《선전의(選奠儀)》에 치마를 뜻하는 ‘쳐마(赤亇)’라는 말과 함께 등장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저고리의 종류도 정말 많다. 봉제기법에 따라 안감을 넣은 겹저고리와 한 겹으로 만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서울 영등포역 근처엔 300m 사이에 두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게 백화점이 있다. 그런데 두 백회점은 백화점 앞에 커다란 새해 인사 광고판을 걸어 놓았다. 먼저 롯데백화점은 한글이 전혀 없이 “Happy New Year hope better of Love 2025”라고 영문으로 도배된 광고판을 걸어 놓았다. 다행이 신세계백화점은 작지만 “푸르게 떠오른 새해의 기쁨, 신세계에서 나누세요.”라고 한글로 덕담을 써 놓았다. 백화점 손님이 거의 애국인인데도 이렇게 영문으로 광고를 하는 것은 영문을 써야 멋있게 보인다는 사대주의 근성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고립 청년, 특히 여성 청년의 고립 문제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 여성 청년의 자살 시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립 청년을 위한 정책의 나침반은 남성만을 가리키고 있고, 여성은 안개 속에 가려진 채 잊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을 포함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20~34세 여성 청년 10명의 고립 경험을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다. 여성 청년이 고립되는 주요 원인에는 일자리 문제와 불안정한 가정 등 여러 사회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나, 여성 청년들은 어려움을 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일쑤다. 고립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숨어 있는 여성 고립 청년을 발굴하고, 사회적·구조적 관점에서 지원해야 하며, 무엇보다 여성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여성 고립 청년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들이 고립의 아픔을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보는 게 어떨까?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우리는 누구나 때때로 혼자라고 느낀다. 점점 개인화되는 삶 속에 그림자처럼 찾아오는 외로움,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만약 그 끝이 삶의 마지막이라면? 『남겨진 것들의 기록』은 고독사와 유품정리사라는 단어를 널리 알린 김새별과 전애원의 신작 에세이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떠난 뒤 남겨진 상실의 아픔을 담아낸 책이다. 최근 노인 고독사는 줄어들고 있지만, 고독사 자체는 늘어나고 있다.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람, 갑작스러운 사고로 홀로 생을 마친 사람,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쓸쓸한 마지막을 따라가다 보면 함께 쓸쓸해지고 눈물이 흐른다. 그리고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며 남겨진 사람들의 후회와 슬픔을 다정하게 감싸안는 저자들의 진심에서 깊은 위로를 받는다. 삶에서 마주하는 외로움과 고독의 감정을 돌아보고 서로를 따뜻한 시선으로 이해하고 위로할 때, 아주 작은 빛도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너무 늦지 않았을 때 소중한 사람들과 작은 온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동의’는 당당하게 우뚝 선 우리나라 의학을 뜻합니다. ‘보감’은 보배로운 거울이란 뜻이지요. <동의보감>은 지금껏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보배로운 거울이 되었답니다. 우리 의학, 동의(東醫)! 중의학이 지배하던 조선 중기, ‘동의’라는 개념은 상당히 생소한 것이었다. 중국식 처방과 중국식 약재로 병을 치료하던 때, ‘우리식’ 처방과 약재를 담은 의학백과 《동의보감》은 획기적인 의서였다. 이지현이 쓰고 원혜영이 그림을 그린 이 책, 《동의보감》은 우리식 의학백과를 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으며, 얼마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는지, 재미있게 보여준다. 그림책이라 쉬우면서도 알차게 내용을 담고 있어 아이들에게 우리 의학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의서들은 대부분 중국책이라 약재 이름이 모두 중국 이름으로 되어 있어 불편했어요. 우리나라에서 흔한 도라지가 중국 의서에는 ‘길경’이라 적혀 있어서 도라지를 옆에 두고도 약재로 쓰지 못하는 일이 많았답니다. 또한 약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써야 해서 약값도 비쌌어요. 가난한 백성들은 아파도 의원을 찾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우리 백성이 중국 사람과 달라 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옛시는 강하다. 짧으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 조용히 읊조리다 보면 굳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옛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마력이 있다. 이런 매력에 빠져 오늘날에도 시읽기를 즐기고, 때에 맞게 인용하는 경영자가 많다. 고두현이 쓴 이 책, 《옛시 읽는 CEO》는 경영자가 읽고 그 참뜻을 되새길 만한 옛시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느낌에 맞게 분류하여 엮어낸 책이다. 옛시에 얽힌 이야기와 더불어 난감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시 한 수를 인용하여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 사례 등을 풍부하게 담았다. 말이 범람하는 시대, 옛시에 담긴 따뜻하고도 여백 있는 감성은 가슴을 울릴 때가 많다. ‘조선의 이태백’이라 불렸던 이안눌이 함경도 관찰사 시절, 눈이 천 길이나 쌓인 변방에서 겨울을 보내며 쓴 「따뜻한 편지」에는 힘든 일이 있어도 차마 부모님이 걱정할까 전하지 못하는 자식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p.33) <따뜻한 편지> 집에 보낼 편지에 괴로움 말하려다 흰머리 어버이 근심할까 두려워 북녘 산에 쌓인 눈 천 길인데도 올겨울은 봄날처럼 따뜻하다 적었네 - 이안눌 지은이 고두현은 자식이 어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