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영화를 감상하면서 미국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다. 저자는 미국 역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을 시대순으로 배치하였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기도 한 역사 속 주요 인물들을 통하여 그들의 갈등와 성취를 살펴볼 수 있다. 영화 〈1492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서부 개척사〉의 서부개척시대와 골드 러시, 〈늑대와 춤을〉의 인디언 박해, 〈노예 12년〉의 흑인 노예제도, 〈게티즈버그〉의 남북전쟁, 〈언터처블〉의 금주법, 〈신데렐라 맨〉의 대공황, 〈D-13〉의 쿠바 미사일 위기, 〈아폴로 13〉의 아폴로 계획,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의 워터게이트 사건, 〈플래툰〉의 베트남 전쟁,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이라크 전쟁 등등 미국의 역사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나온다. 저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알면 영화를 보게 되는 관점이 다양해지고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의 역사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이 책은 『명작 영화와 함께 읽는 역사와 인물』의 후편이라고 할 수 있다. 팍스 아메리카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국제 갈등을 명작 영화를 통하여 살펴보며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에도 명탐정 사건기록부』는 오카모토 기도가 1916년에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를 읽고 자극을 받아 집필한 일본 최초의 체포물인 《한사치 체포록》과 노무라 고도의 《제니가타 헤이지 체포록》, 히사오 주란의 《아고주로 체포록》을 엮은 것이다. 에도 시대, 그때도 사건은 있었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오직 탐문과 증거 수집만으로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추리소설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제니가타 헤이지 체포록》은 다양한 체포록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리즈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뛰어난 거리 탐문 수사력과 천재적인 추리력으로 미궁에 빠진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제니가타 헤이지와 둘도 없는 조력자 하치고로가 에도의 악당들을 잡아들이는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아고주로 체포록》은 현대 미스터리의 교과서라 할 만한 요소가 가득 들어있는 시리즈이다. 《한시치 체포록》은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쓸 때 반복해서 탐독하는 소설로 최초로 ‘체포록’이라는 장르를 연 작품이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외면하는 시장논리에 기초과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한 이론 물리학자가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는 저자 오구리 히로시는 “재밌는 걸 하고 싶었다”며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빌딩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먼 지평선까지의 거리를 기하학을 통해 계산했던 것을 자신의 최초의 과학적 탐구 중 하나로 회상한다. 과학뿐 아니라 수학, 철학, 역사 등 다방면의 책을 섭렵하던 소년은 생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아 의대에 갔으면 하는 가족들의 희망에도 교토대학교 이학부에 진학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연구자가 된 저자는 무려 20여년에 걸쳐 초끈이론의 응용이자 현재 수학과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BCOV 이론을 탄생시킨다. 저자는 연구자의 태도로 ‘문제를 찾는 힘’, ‘문제를 푸는 힘’, ‘끈기 있게 생각하는 힘’ 세 가지를 언급한다. 그가 과학자가 되어 기초과학을 키우는 데 기울였던 노력과 과정을 회상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기초과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과학 뿐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생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독특한 냄새의 가짓수는 몇 개나 될까? 후각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인간의 감각 중 하나이다. 이런 후각을 통해 우리는 세계의 온갖 냄새를 맡고 있다.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는 최대 1조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후각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는 것들이 가득한 미스터리한 영역이다. 인간 몸속의 시각 수용기는 4개인 반면 후각 수용기는 400개 이상으로 냄새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냄새를 수치화하거나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냄새와 후각의 신비로운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일상의 냄새를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읽다보면 향기가 주변을 감싸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냄새 51가지를 10가지로 분류하여 각 냄새에 관련한 내용을 역사, 과학, 사회, 문화, 지리, 예술 등의 영역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다루고 있어 읽을거리가 다채롭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신의 코가 기억하는 냄새를 발견하고 세상을 새롭게 감각해 보길 바란다.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전공 분야가 서로 다른 5명의 학자들이 동남아시아 역사 여행 가이드로 나섰다? 저자들은 자신이 전공한 지식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얀마, 싱가포르,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 7개 나라에서 고른 13개 도시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들려준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고양이가 많아 ‘고양이의 도시’로 불리는 말레이시아 쿠칭은 인근 싱가포르 섬이 영국 동인도회사에 의해 자유무역항으로 개발되면서 도시로서의 역사가 시작된다. 유럽인들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쿠칭은 항구도시로 점차 변모했고, 그 과정에서 유입된 중국계 이주민들이 자리를 잡아 화인 거리를 형성하며 오늘날에도 상업과 서비스 분야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또 다른 도시 족자카르타로 가보자. 족자카르타는 도시 곳곳에서 자바의 전통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인도네시아의 숨은 보석’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도시화된 자카르타와 관광지로 유명한 발리와는 다르게 이곳은 음식, 전통 공예, 문화유산 등을 통해 자바 문화를 흠뻑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낯선 도시들을 흥미로운 지명 유래와 생생한 사진을 곁들여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 책 읽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번 가을에는 여름에 적합한 장르라는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책 읽는 재미를 알려줄 추리소설 한 권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 맬빈 커쇼, 추리소설 전문 서점을 운영하지만 주로 역사책을 읽고 자기 전에는 시를 즐기는 평범한 주인공이다. 그는 오래전 서점 블로그에 범죄소설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며 실패할 염려가 없는 살인 리스트를 뽑은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글을 썼다. FBI로부터 그 ‘리스트’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가 있다는 의심을 받으며 소설은 시작된다. 추리소설의 고전들에서 단서를 찾아가며 이야기는 마치 씨실과 날실이 엮이듯이 현재의 사건과 연결되고, 주인공과 함께 범인을 뒤쫓는 재미를 알아가려는 순간,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당연히,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좋아할 만하다. 바로 내 눈 앞에서 손에 잡힐 것 같은 장면이 펼쳐지는 듯한 탁월한 묘사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드는 몰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어느 순간 소설에 언급된 것처럼 ‘추운 겨울밤에 읽기 좋은 추리소설’ 같은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문과형 뇌’와 ‘이과형 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문과와 이과를, 문학과 과학을 별개의 것처럼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을 제기하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 세계 고전 13편에 담긴 당대의 과학과 기술을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한다. 오천 년 전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조선 중기 허균의 <망처숙부인김씨행장>, 21세기 SF 소설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선별한 문학 작품 속에 담긴 역사적/과학적 배경과 인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저자가 술술 전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화약과 증기기관과 같이 역사 저편의 옛 기술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알고리즘 등 현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과학적 이슈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과학적 발견은 때때로 시대를 초월한 진리에 가깝게 여겨져 그 배경이나 맥락에 대해 생소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 헨리 소설 속 뉴욕 거리를 동시대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이 거닐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안다면, 전기의 빛으로 낮과 밤을 환하게 비춘 화려한 20세기 도시 풍경의 이면 속에서, 부조리와 서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 심각하다! 책을 읽다가도 30분을 집중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눈과 손이 간다. 요즘의 스마트폰은 인터넷, 카메라, 텔레비전, 네비게이션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아침 알람을 시작으로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우리가 평소에 관심을 기울이는 평균 시간이 8초라고 한다. 기사를 읽을 때, 영화를 볼 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8초가 지나면 집중력을 잃는다. 이 책은 우리의 뇌가 8초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와 심각성을 알려준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다 못해 점점 스마트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해가는 인류, 저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디지털 단식’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잠깐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산만함의 원인인 스마트폰의 부작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디지털 기기로부터의 ‘잠깐 멈춤’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문예춘추사가 9월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펴냈다. 저자 ‘웬디 미첼’은 7년 전인 2014년 58세라는 이른 나이에 치매 판정을 받게 됐다.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그녀는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치매 당사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진짜 치매 이야기,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은 한마디로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의 기록이다. 웬디 미첼처럼 최근 ‘젊은 치매 환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모든 병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치매는 병의 진행이 급속하지는 않아서 시작과 중간과 끝이 선명히 이어지는 질환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 과정을 이해한다면, 누구라도 설령 치매 환자가 돼도 지나치게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지은이의 조언이다. 그리고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을 나름대로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은이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면서도 혼자 생활하고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 즐거움의 하나가 바로 ‘기록’이다. ‘치매’라는 어두운 영역을 밝은 곳까지 끌고 나와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책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삼국지》, 《서유기》, 《수호전》과 함께 중국 4대 기서로 손꼽히는 《금병매》(전 10권)가 문예춘추사에서 국내 처음 완역본으로 펴냈다. 음란과 인정(人情) 사이에서 인간 운명의 정곡을 찌르는 ‘천하제일기서’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한 금병매는 4대 기서 가운데서도 은밀하고도 기이한 서사가 매혹적임을 의미한다. 다른 3대 기서가 영웅호한이나 초인적인 인간의 삶을 그려낸 것과 달리, 금병매는 평범한 인간의 욕망과 날것의 삶을 세태 속에 녹여내는 현실 드라마다. 작가 소소생은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부패와 인간의 모순, 도덕의 타락 등 사회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모를 들춰내고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작품에 담았다. 소설이 바로 그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면,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 소설의 역할, 그 진수가 《금병매》인 것이다. 너무도 생생한 인물 묘사는 물론 당시 명나라 시대 중국의 참모습을 그야말로 제대로 반영하며 탁월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당시 부패한 정치인의 적나라한 성생활을 풍자한 것으로 금병매는 출간된 이후 청대에는 민간의 풍속을 해치는 음서로 낙인찍혀 출판ㆍ유포가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병매가 단순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