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대관절 땅이 얼마나 큰 겁니까?” 나는 요우코(陽子) 씨에게 물었다. “한 4천 평 정도될 거예요.” “네? 4천 평이요?” 요우코 씨 집은 아오모리현 고노헤(五の戸)의 주택가에서 좀 떨어진 숲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4천 평이나 되는 넓은 숲속에 달랑 요우코 씨 집 한 채뿐이었다. 집을 에워싼 숲 속에는 이름 모를 꽃 들이 활짝 폈다. 아! 정말 요우코 씨는 숲속의 요정 같았다. 미술관처럼 지어놓은 요우코 씨 집안에 들어서자 드넓은 숲 정원이 거실 통유리 너머 가득 펼쳐진다. 탄성을 지르며 소파에 앉자 그녀는 얼른 주방으로 들어가 따끈한 허브차를 내왔다. 여름이라지만 비가 내리는 아오모리는 마치 늦가을처럼 썰렁했는데 따스한 차가 제격이었다. “우리집 말인데요. 여긴 땅값이 싸요. 1평에 1만 원(한국돈) 정도랍니다.” 음... 그렇다면 4천 평이라면 4천만 원? 도쿄에 견줄 수 없는 싼 가격이다. 요우코 씨는 북적이는 도쿄의 삶을 정리하고 아오모리에 정착한지 10년째다. 드넓은 토지에 단독주택을 지어 정원에는 온갖 화초를 심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모습이 일본인들의 “로망”을 이룬 것처럼 보였다. 이 부부는 가끔 도쿄에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양력이 일상생활의 기준이 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명절도 양력으로 쇤다. 8월 15일은 일본의 한가위인 오봉(お盆)으로 지난 8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일본은 고향을 찾는 이들로 전국이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북적거렸다.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은 오봉기간을 이용해 산과 바다로 놀러가는 바람에 붐비는 도로는 더욱 붐빈다. 시즈오카현의 시모다(下田)는 인구 2만 5천 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도쿄에서 승용차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시모다는 귀성객으로 붐비는 게 아니라 해수욕장이 있어 오봉 연휴를 이용해서 놀러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지난 12일부터 지인인 노리코 씨 집에 묵고 있는 글쓴이는 일본의 오봉 기간의 교통 정체를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집 근처에 해수욕장이 있는 관계로 도쿄로 향하는 길이라는 길은 모두 막혀버려 생활필수품을 파는 슈퍼까지 차로 10분 거리 정도 걸리던 도로가 1시간 씩 걸릴 정도로 정체가 심하다. 지인인 노리코 씨는 올해 62살로 89살의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오봉이라고해서 특별히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고 오봉과 관련된 음식 같은 것도 만들어 먹지 않았다. 하지만 설날(양력 1월 1일, 오쇼가츠)에는 오세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디가 아픈 것일까? 중년 남자는 몸을 조아리고 연신 철불(鐵佛)을 씻어 주고 있었다. 도쿄 스가모 고간지(高岩寺)에는 병 치료에 영험한 철불(鐵佛)이 있는데 이 철불을 만지면 온갖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있어 특히 고령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철불 이름은 도게누키지장(とげぬき地蔵, 바늘을 빼준 지장이라는 뜻)으로 옛날 한 무사의 시녀가 바늘을 삼켜 고생하다가 이 철불에 기도하여 바늘이 빠졌다는 뜻에서 유래한다. 지장보살은 지옥에 떨어지는 중생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성불을 못 한다는 보살로 한국의 경우 명부전(冥府殿)의 주존불로 믿고 있다. 명부전을 지장전이라고도 부르며 명부의 심판관인 시왕(十王)이 있다고 해서 시왕전이라고도 한다. 지장전에는 지장보살상을 중심에 모시고 좌우에 도명존자, 무독귀왕, 그 좌우에 시왕을 안치하고 앞에는 동자상ㆍ판관(判官)ㆍ녹사ㆍ장군(將軍) 따위를 갖춘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절에 따로 명부전이 없으며 고간지(高岩寺)처럼 지장보살상 만을 모시거나 자녀를 지켜주는 뜻으로 아기를 안고 있는(子安地蔵) 형태의 지장보살상을 모시는 곳도 있다. 관서지방에서는 지장봉(地蔵盆, 봉(盆)이란 한가위를 가리킴)이라고 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와세대대학 서점에서는 어떤 책들이 잘 팔리고 있을까? 점심 무렵에 서점 안에 들어섰으나 방학이라 그런지 찾는 학생들이 많지 않았다. 서점 입구에는 등산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코너를 마련해 놓았는데 《시작하자 등산》, 《일본 백 명산 등산지도》 띠위등산 관련 책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다른 코너에는 일반 서점처럼 베스트셀러 책을 진열해 놓았는데 주간 랭킹을 문고판과 일반책으로 구분해서 순위를 3위까지 매겨 놓았다. 문고판 1위는 에도시대 시인인 마츠오바쇼의 ‘오쿠노호소미치(奥の細道)’ 2위는 스미노요루의 청춘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3위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였다. 한편 일반 신간의 1위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입문’, 2위는 무로마치 시대의 내분을 그린 ‘관응의 요란(観応の擾乱)’ 3위는 ‘메뚜기를 쓰러뜨리러 아프리카로(バッタを倒しにアフリカへ) ’였다. 아무래도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점이다 보니 시중의 베스트셀러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특히 문고판 1위 자리에 마츠오바쇼 작품이 올라있는 것을 보면서 일본 대학생들이 고전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하이카이(俳諧, 5.7.5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같은 동양권이지만 일본은 한국과 달리 초복이니 중복이니 하는 복날이 없다. 따라서 복달임(복날에 그해의 더위를 물리치는 뜻으로 고기로 국을 끓여 먹음)도 없다. 대신 토용의 소날(土用の丑の日, 도요노 우시노히)이라고 해서 장어(우나기)를 즐겨 먹는다. “옛날에는 장어를 그렇게 쉽게 먹을 수 없었지요. 그러다 보니 무더위에 장어라도 먹고 힘내라는 뜻에서 장어를 먹는 풍습이 생긴 것은 아닐까요?” 다카라 아이코(73살)씨는 어제 7월 25일 ‘장어 먹는 날’에 대한 유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답을 했다. 기자는 보름 일정으로 다카라 씨 집에 묵고 있는데 ‘장어 먹는 날’ 인 어제 특별히 저녁 식탁에 ‘장어(우나기)’가 올라오지는 않았다. 그것은 어쩜 복날이라고 해서 한국인의 식탁에 모두 삼계탕이 오르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일지 모른다. 특별히 장어를 먹게 된 유래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는 에도시대(江戸時代、1603~1868)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더운 여름철에 장어가 하도 안 팔리자 장어집 주인이 당대 유명한 학자인 히라가 겐나이(平賀源内,1728~1780)에게 어찌하면 장어를 만히 팔 수 있는지를 문의 했다고 한다. 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이는 의열투쟁으로 독립운동을 한 박열(1902~1974)이 쓴 시다. 박열은 1989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은 인물로 요즘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박열’의 주인공이다.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독립운동가 박열보다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 文子, 1903~1926)가 더 돋보인다고 말이다. 후미코는 박열의 이 시에 반했다고 하지만 함께 무정부주의 사상을 공감하는 동지로서의 매력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연인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후미코는 1922년 봄부터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박열과 동거를 시작하며 아나키스트 단체인 흑우회를 결성한다. 경북 상주 출신인 박열은 1919년 경성고등보통학교에 재학할 당시 3ㆍ1독립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퇴학당하고 그해 10월 일본으로 건너간다. 박열은 1922년 4월 정태성 등 동지 16명과 일본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금의 직업이 10년 뒤에도 살아남을까? 이에 대한 재미난 연구가 있다. 일본의 프라이버시폴리시 회사의 야마다(山田光彦) 씨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이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10년 뒤의 직업 가운데 47%에 해당하는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의 인용을 보면, 10년 뒤 직업의 변화를 예측 가능한 3가지 요인으로 첫째 공급과잉 둘째 기술혁신, 셋째는 소비자 행동 변화를 꼽고 있다. 먼저 첫째의 공급과잉 직업을 보면 미용실, 치과의원, 건설업 관련, 마사지사 등이 꼽힌다. 한 예로 일본의 접골원(接骨院) 수를 보면, 2002년에 25,975 개였던 점포수가 2012년에는 42,431개로 10년 동안 1.6배로 늘어났다.(일본 후생성, 2012년 자료) 이것은 일본의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점포수 합계 41,085개 보다 많은 숫자다. 더욱이 이는 접골원만의 숫자로 정체원(整体院, 척추교정, 디스크 치료, 근육 맛사지 등 약물을 통하지 않은 자연요법으로 치료하는 곳)을 합하면 무려 10만 개를 넘는 것이다. 또한 미용실이나 치과병원의 경우도 편의점 보다 많은 상태로 공급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보다 장마가 한 달 빠른 일본은 지금 무더위가 한창이다. 습기가 많은 일본의 무더위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찜통더위다. 이러한 무더위 속에서 일본인들은 “무더위 안부 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내느라 분주하다. 쇼츄미마이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편지는 대개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수박이라든가, 산과 바다 등 시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우편주식회사(日本郵便株式会社)에서는 이 때를 특별 엽서보내기 기간으로 정하여 1950년부터 “쇼츄미마이용우편엽서(暑中見舞用郵便葉書)”를 발행하고 있다. 또한 1986년부터는 엽서에 복권 번호처럼 번호를 새겨 넣어 당첨되면 상품을 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무더위 안부를 묻는 쇼츄미마이 엽서 이름을 “카모메메루 (かもめ~る)”라고 하는데 이는 카모메(갈매기)와 메일(메이루라고 일본말에서는 소리 남)을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이 엽서는 해마다 6월 초순에 발행한다. 쇼츄미마이를 보내는 시기는 보통 7월 초순 장마가 갠 뒤부터 입추 사이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보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오츄겐(お中元, 御中元)”이라고 해서 평소 신세진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무더위를 잘 이겨내라는 뜻의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오츄겐 시기는 도쿄를 비롯한 관동지방은 7월 초에서 중순까지이고 오사카 지역 등의 관서지방은 1달 늦은 8월 초부터 중순에 선물을 주고받지만 요즈음은 지역과 상관없이 대충 7월 중순쯤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츄겐은 고대 중국에서 전해온 산겐(三元)에서 유래한다. 산겐이란 상원(上元, 1월 15일), 중원(中元, 7월 15일), 하원(下元, 10월 15일)을 말하며 오츄겐은 이 가운데 중원(中元)으로 이것은 고대 일본의 어령제(御霊祭)와 불교에서 유래한 우란분재(7월 15일)가 겹친 것으로 여름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오츄겐 때 주고받는 선물은 어떤 것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1위는 프레미엄 맥주, 상품권, 와인, 양과자로 조사되었지만 사실은 오츄겐의 선물로는 술, 과일, 햄, 소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등 다양하다. 온라인쇼핑몰 다이마루(大丸)・마츠자카야(松坂屋) 등에서는 대대적인 오츄겐 선물 특집을 만들어 놓고 일본 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키나와전(沖縄戦) 전몰자 유골의 DNA 감정에 대해서 후생성은 빠르면 7월부터 민간인 유족도 적용하여 신청을 받는다. 지금까지 사실상 전몰자 DNA는 군인, 군속 유족만 해당되었다. 민간인 유족 감정 참가에 대해서는 오키나와전 유골수습 봉사단인 '가마후야'가 7월에 후생성에 집단 신청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후생성은 신청방법 등을 각 현(県)과 조정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오키나와에 있는 류큐신보(琉球新報)가 6월 20일 보도한 기사다. 지금 한국에서는 저가항공사의 오키나와 취항으로 여행상품이 많이 생겨 손쉽게 찾아가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이곳은 태평양전쟁 때 군국주의 광풍의 회오리바람이 거셌던 곳이다. 특히 한국인 강제 징용자들이 이곳 오키나와 전투에서 1만여 명 희생되었지만 정확한 조사는 아직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1945년 4월부터 3달 동안 이어진 오키나와전투에서 미군 약 1만 5천명, 일본군 6만 5000여명을 비롯하여 일본쪽 민간인 사망자 20만여 명이 나왔는데 이렇게 민간인 희생자가 컸던 것은 일본제국주의의 이른바 죽더라도 결코 항복하지 않는다는 ‘옥쇄작전’으로 희생된 이들이 더욱 많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