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길 가다가 문득 올려다보니 창문에 붙인 글씨가 눈에 띈다. <옷 고치미 수선실> 요즘엔 옷 수선하는 곳도 점차 사라져 가지만, 수선집의 이름도 영어를 써야만 유식하게 보이는지 패션, 수선하우스, 스타일 핏, 리폼, 빈티지리클 같은 이름이 마구 등장한다. 그래도 패션이나 하우스는 뜻이나 짐작할 수 있지만 ‘스타일 핏’이니 ‘리폼’, ‘비티지리클’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제 옷 수선도 영어를 모르면 하지 말라는 얘기인가? <옷 고치미 수선실>란 이름 알아듣기 쉽고 예쁘지 않나? 제발 <옷 고치미 수선실>처럼 우리말을 사랑하는 수선집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 면 - 허홍구 당신은 누굽니까? 늑대입니까? 양입니까? 언 듯 언 듯 더럽고 치사한 나의 얼굴도 보입니다 이제 우리 가면을 벗어 던집시다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그믐 전날, 탈을 쓴 방상씨(方相氏)가 <처용무(處容舞)>를 추면서 잡귀를 쫓아내는 놀이 곧 <나례(儺禮>를 했다. <처용무>는 신라 헌강왕 때 처용이 지었다는 8구체 향가 ‘처용가’를 바탕으로 한 궁중무용이다. 《삼국유사》의 <처용랑ㆍ망해사> 조에 보면 동해 용왕(龍王)의 아들로 사람 형상을 한 처용(處容)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천연두를 옮기는 역신(疫神)으로부터 인간 아내를 구해냈다는 설화가 있다. 그런데 처용무의 특징은 자기의 아내를 범하려는 역신을 분노가 아닌 풍류와 해학으로 쫓아낸다는 데 있다. 우리 역사에 보면 <나례> 말고도 탈 곧 가면을 쓰고 놀았던 탈놀이들이 많은데 크게 황해도 지방의 ‘탈춤’, 중부지방의 ‘산대놀이’, 영남지방의 오광대ㆍ들놀음[野遊], 동해안지역의 ‘별신굿놀이’ 등이 있다. 그 탈놀이 가운데 고성오광대를 보면 말뚝이를 내세워 신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낙타? 웬 낙타?’ 우리 역사에 낙타라니? 낙타가 등장할 만한 일이 무에 있을까 조금 의아할 수 있지만, 맞다. 있었다. 낙타는 생각보다 우리 역사에 꽤 여러 번 등장한다. 대부분 신기하게, 그리고 조금은 슬프게 빼꼼히 얼굴을 내밀곤 했다. 이 책, 《신기하고 조금은 슬픈 역사 속 낙타 이야기》는 ‘낙타’라는 생경한 동물을 소재로 우리 역사를 바라본 책이다. 어린이책이지만 소재가 워낙 재미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낙타 특집’이다. 우리 역사에 처음 낙타가 ‘문제적 동물’로 떠오른 건 고려 태조 왕건 때였다. 발해를 멸망시킨 요나라가 고려에 친선의 뜻으로 사신 삼십 명과 낙타 쉰 마리를 보냈는데, 거란(요나라)이 옛 고구려를 이은 발해를 멸망시킨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왕건은 낙타를 모두 굶겨 죽였다. (p.24-25) 10월에 거란에서 사신을 통해 낙타 쉰 마리를 보냈다. 왕이 말했다. “거란이 예전부터 발해와 화목하게 지내다가 문득 다른 생각을 내어 옛날의 약속을 버리고 하루아침에 멸망시켰다. 잘못이 심하니 이웃으로 삼을 수가 없다.” 그래서 사신 삼십 명을 섬으로 귀양 보내고, 낙타는 만부교 밑에 매어 놓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까 치 밥 - 김정원 늦가을 햇살 거푸 불러와 할머니는 감 너댓 개를 가지 끝에 다독였다 쪽마루에 앉아 푸른 산맥 굵은 손등을 만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시린 추위 치열해도 잘 버텨 줘야 해 허기진 까치가 올 때까지 알았제......’ 텅 빈 하늘에 주홍빛 까치밥 자비의 눈빛에 반짝거렸다 온 마을 등불 같이 환히 노을 속 번져가는 할머니의 하얀 박꽃미소. 이틀 뒤면 24절기의 열아홉째인 ‘입동(立冬)’인데 이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선다(立)'이라는 뜻으로 입동이라 부른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한다.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다. 이는 입동 등에 나이 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이다.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탕 잔치로 대신했다. 입동 무렵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에도 명탐정 사건기록부』는 오카모토 기도가 1916년에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즈를 읽고 자극을 받아 집필한 일본 최초의 체포물인 《한사치 체포록》과 노무라 고도의 《제니가타 헤이지 체포록》, 히사오 주란의 《아고주로 체포록》을 엮은 것이다. 에도 시대, 그때도 사건은 있었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불가사의한 사건들을 오직 탐문과 증거 수집만으로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펼쳐지는 또 다른 추리소설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제니가타 헤이지 체포록》은 다양한 체포록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시리즈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뛰어난 거리 탐문 수사력과 천재적인 추리력으로 미궁에 빠진 수많은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제니가타 헤이지와 둘도 없는 조력자 하치고로가 에도의 악당들을 잡아들이는 활약을 그린 작품이다. 《아고주로 체포록》은 현대 미스터리의 교과서라 할 만한 요소가 가득 들어있는 시리즈이다. 《한시치 체포록》은 미야베 미유키가 에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쓸 때 반복해서 탐독하는 소설로 최초로 ‘체포록’이라는 장르를 연 작품이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Soul in Seoul》 제목부터 절묘한 운율을 선보이는 이 책은 말 그대로 서울의 멋을 외국인에게 전달하는 책이다. 한국학자로 이름난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가 국문을 쓰고, 고려대 국제학부 김은기 교수가 영문 감수를 맡아 멋이 흠뻑 담긴 서울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최준식 교수는 머리말에서 여기서 다룬 내용은 아마 한국인도 잘 모르는 내용이 많을 거라며, 너무 일상적으로 접해서 굳이 의문을 던져보지 않았던 우리 건축문화나 음식문화를 다시금 톺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그래서 이 책은 외국인들이 읽어도 좋지만, 한국인들에게 우리문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다. 책에서 다루는 공간은 크게 경복궁, 북촌, 인사동이다. 지은이는 마치 한 무리의 여행객을 이끄는 듯 친근하게 독자를 인도한다. 경복궁 앞마당에서 풍수론을 듣고,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또 이야기를 듣는 식이다. (p.20-21) 너무 밖에서 시간을 많이 쓴 느낌이다. 아직 궁 안에는 한 걸음도 들어가지 못했다. 갈 길이 머니 어서 들어가자. 표를 받는 곳은 경복궁의 두 번째 문인 흥례문이다. 이 문이 있는 자리는 원래 일제가 식민지 정부청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외면하는 시장논리에 기초과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한 이론 물리학자가 자신이 걸어온 여정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는 저자 오구리 히로시는 “재밌는 걸 하고 싶었다”며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빌딩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먼 지평선까지의 거리를 기하학을 통해 계산했던 것을 자신의 최초의 과학적 탐구 중 하나로 회상한다. 과학뿐 아니라 수학, 철학, 역사 등 다방면의 책을 섭렵하던 소년은 생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아 의대에 갔으면 하는 가족들의 희망에도 교토대학교 이학부에 진학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며 연구자가 된 저자는 무려 20여년에 걸쳐 초끈이론의 응용이자 현재 수학과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BCOV 이론을 탄생시킨다. 저자는 연구자의 태도로 ‘문제를 찾는 힘’, ‘문제를 푸는 힘’, ‘끈기 있게 생각하는 힘’ 세 가지를 언급한다. 그가 과학자가 되어 기초과학을 키우는 데 기울였던 노력과 과정을 회상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기초과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과학 뿐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생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박노해 시인이 5번째 사진에세이집 《아이들은 놀라워라》를 냈습니다. 박 시인은 지난 20여 년 동안 팔레스타인, 아프카니스탄, 미얀마, 남미 안데스, 쿠르드족 지역 등 분쟁지역이나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지역을 다니면서 평화를 전파하며 그들의 삶을 사진에 담아왔지요. 주로 흑백 아날로그 사진으로 담아왔는데, 그동안 이렇게 담아온 사진을 지역별 또는 주제별로 나누어 여러 차례 전시회도 열었고 사진에세이집도 낸 것입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지역의 아이들을 담은 사진에세이집을 냈네요. 물론 사진에세이집 뿐만 아니라, 라 카페 갤러리(종로구 자하문로 10길 28)에서 같은 제목으로 사진 전시회도 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나눔문화> 임소희 이사장은 감사하게도 저에게까지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박노해 시인이 지난 20여 년간 만나온 세계 아이들의 강인하고 눈물겨운 모습이 담겼습니다. 전쟁터에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안아주고, 지구마을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기록해온 시인의 이야기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들은 희망이어라. 아이들은 어둠 속 빛이어라.” 인류의 희망인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장 날 - 김미숙 읍내 오일장 서는 날 새벽밥 지어 놓고 십 리 길 나선 엄마 맨몸으로도 오르기 힘든 용바우재 넘어간다 이리저리 해종일 보내다가 산그림자 길게 내려오면 엄마는 보따리 이고 지고 험준한 고갯길 넘느라 작은 키가 더 작아진다 바다가 없는 산골 마을 저녁 밥상에 노릇노릇 구워 놓은 고등어 한 마리에 여섯 식구 얼굴들이 달빛처럼 환해진다 우리나라에 상설시장이 들어서기 이전 온 나라 곳곳에는 닷새마다 ‘오일장’이라는 장이 열렸다. 인천 강화군에 에 ‘강화풍물시장(매 2, 7일)’이 서고, 경기 화성에 발안만세시장(매 5, 10일), 강원도 정선 ‘정선아리랑시장(매 2, 7일), 전남 순천 ‘웃장(매 5, 10일), 경남 함야 ’함양토종약초시장(매 5, 10일) 등이 현재도 열리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영조 때 펴낸 《동국문헌비고》에서는 1770년대 당시의 전국 장시의 수를 1,064개로 헤아리고 있고, 19세기의 《만기요람》에서는 1,057개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지방 곳곳에서 오일장이 운영 중인데 김동리 《역마》의 배경이 된 화개장이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봉평장 등은 소설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독특한 냄새의 가짓수는 몇 개나 될까? 후각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인간의 감각 중 하나이다. 이런 후각을 통해 우리는 세계의 온갖 냄새를 맡고 있다.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냄새는 최대 1조 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후각이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는 것들이 가득한 미스터리한 영역이다. 인간 몸속의 시각 수용기는 4개인 반면 후각 수용기는 400개 이상으로 냄새를 어떻게 감지하는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으며, 냄새를 수치화하거나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냄새와 후각의 신비로운 세계에 호기심을 가지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일상의 냄새를 언어로 표현하고자 했다. 읽다보면 향기가 주변을 감싸는 듯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냄새 51가지를 10가지로 분류하여 각 냄새에 관련한 내용을 역사, 과학, 사회, 문화, 지리, 예술 등의 영역에서 다양하고 폭넓게 다루고 있어 읽을거리가 다채롭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당신의 코가 기억하는 냄새를 발견하고 세상을 새롭게 감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