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나라 찾은 날 여든 돌'이 지났습니다. 앞서 여섯 차례에 걸쳐서 아직 되찾지 못한 우리말의 여러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마침내 모든 문제의 뿌리이자 모든 풀수(해법)의 시작점이 될 마지막 물음 앞에 섰습니다. 이 모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고, 참된 '언어 광복'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은 한 곳을 향합니다.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생각을 키우는 곳, '학교'입니다. 왜 학교일까요? 아무리 나라 이름을 바로 세우고, 법률 용어를 뜯어고치고, 땅이름을 되찾아도, 그것을 배우고 익혀 다음 세대로 이어갈 아이들이 없다면 모든 노력은 한낱 구호로 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말과 글은 살아있는 숨탄것(생명체)이며, 그 숨을 이어가는 터전이 바로 교실이기 때문입니다. 국립국어원을 새롭게 하고 국어기본법을 고치는 것이 곪아 터진 곳을 도려내는 '외과적 수술'이라면, 교육은 그 수술을 마친 몸에 신선하고 건강한 피를 돌게 하여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염통(심장)'의 구실과 같습니다. 아무리 수술을 잘해도 염통이 제대로 뛰지 않으면 목숨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잃었던 나라를 되찾자마자 최현배 스승님과 여러 학자분들이 꿈꿨던 '말의 민주화'는 왜 여든 해가 지난 오늘까지 끝내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을까요? 그 까닭은 바로 우리말글 정책을 맡아 떠받들고 있는 틀인 '국립국어원'과 '국어기본법'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말이 나아갈 길을 길잡이해 주어야 할 나침반은 방향을 잃었고, 우리말의 헌법이라 할 법률은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길 잃은 나침반, 국립국어원 1. 맡은 일과 실제 모습의 다름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국립국어원은 우리말과 글의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을 맡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고, 표준어와 맞춤법 같은 글쓰기 규칙을 정하며, 국민들의 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 방법을 개발하고, 다른 나라에 한국어를 널리 알리는 등 나라의 말글 정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나날살이에서 보고 느끼는 국립국어원의 모습은 '언어의 민주화'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말글살이에 바로 영향을 미치는 고갱이 일(핵심 사업)들에서 국립국어원이 나아가는 방향과 한계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2. 태어날 때부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마침내 총칼에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되찾은 나라에서 마주한 현실은 또 하나의 싸움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바로 우리 삶과 얼(정신) 속에 깊이 박힌 '언어 식민 상태'와 싸움이었습니다. 나라를 되찾고 난 뒤 말의 홀로서기(언어 독립)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크게 두 갈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는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이끈 바람직하고 바탕스러운(이상적이고 근본적인) '갈말 만들기(학술 용어 창조) 운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던 정부(문교부)가 이끈 쓸모있고 바빴던(실용적이고 시급했던) '말 맑힘(언어 정화) 정책'이었습니다. 정부의 첫 실천, 《우리말 도로 찾기》 말글 빛찾기(언어 광복)를 위해 정부가 한 첫 일은 1948년 6월 2일, 문교부가 펴낸 《우리말 도로 찾기》였습니다. 이 책자는 나라를 되찾은 뒤에도 여전히 우리말에 남아 있는 일본말 찌꺼기를 버리고, 우리말을 도로 찾아 쓰자는 뜻에서 만들었습니다. 이는 새 나라의 정부가 손수 나서서 '언어 주권'을 바로 세우겠다는 뜻을 밝힌 아주 종요로운 일이었습니다. 책의 머리말은 그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해마다 맞는 8월 15일.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기쁨을 되새기는 그날, 우리는 모든 것을 되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땅, 그 땅의 이름은 제대로 된 광복을 맞았습니까? 인천광역시 시민들에게 이 고장의 옛 이름이 무엇인지 물으면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다들 역사 교과서에서 배운 적 있는 그 이름은 '미추홀(彌鄒忽)'입니다. 비류가 나라를 세웠다는 전설이 깃든 이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 대신 '어질 인(仁)'에 '내 천(川)'을 쓰는 한자 이름, '인천(仁川)'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인천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국 220여 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토박이말로 된 이름을 간직한 곳은 '서울'과 '임실' 단 두 곳뿐이라는 통계는, 우리 땅이 겪고 있는 '언어적 식민상태'가 얼마나 깊은지 잘 보여 줍니다. 오래된 상처 위에 박힌 식민의 쐐기 우리말 땅이름의 수난은 두 차례의 큰 역사적 변화를 거치며 깊어졌습니다. 첫 번째는 신라 경덕왕 때의 '한화(漢化) 정책'입니다. 경덕왕은 당나라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여 중앙집권적 국가 체제를 이룩하고자, 지역 토호 세력의 영향력이 깃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한국공예ㆍ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아래 공진원)은 올해 광복 80돌을 기념해 한지특별판 도서 3종과 독립운동 관련 콘텐츠 3종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획은 일제강점기라는 억압의 시대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외쳤던 선열들의 염원을 우리 전통종이 ‘한지’에 담아, 그 뜻을 오늘에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지로 다시 만나는 독립의 기록, 시대를 넘어 오늘에 전하다 한지특별판 도서로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육사의 「육사시집」,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제작되었다. 표지 디자인에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박금준(601비상), ▴권준호(일상의실천), ▴함지은(상록)이 참여해, 전통 소재인 한지 위에 세대별 디자인 언어를 얹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표지를 재해석했다. 또한, 독립운동 관련 콘텐츠로는 「독립신문(상해판)」 창간호, 「국내외 동포에게 고함」, 「3·1 독립선언서」 영인본을 한지에 재현해, 역사적 값어치와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한지는 닥나무 섬유를 활용해 전통방식으로 제작한 우리 고유의 종이로 견고하고 통기성이 뛰어나 ‘천 년을 간다’라는 말이 전
[우리문화신문=김순흥 교수] 을사늑약 두 갑자 120년, 경술국치 115년, 광복 80년, 나라를 빼앗기고 다시 찾은 지 모두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우리는 정리하지 못한 역사를 대를 이어 우리 아이들에게 남기고 있다. 일본이 이 땅에서 몸은 물러갔지만, 그들의 찌꺼기가 너무나 뚜렷하게 남아있는데도 우리는 보지 못한 채, 때로는 못 본 척 살고 있다. 우리가 날마다 쓰는 말속에, 우리 아이들의 놀이와 노래 속에 일본의 찌꺼기들이 마치 우리 것인 양 자리 잡고 행세를 하고 있다. ‘뗑깡, 나와바리, 신토불이, 고객, 세꼬시, 달인, 호우, 재테크, ...’ 우리들의 일상생활이나 방송에서 날마다 쓰고 듣는 말이 일본말의 찌꺼기들이다. 우리가 학교라는 곳에 들어가 맨 처음 배운 노래가 가사만 바꾼 일본노래들이었고, 우리의 것인 줄 알고 부르던 ‘학교종’이나 ‘퐁당퐁당’ 등이 일본식 음계와 장단을 따른 음악이라는 사실, 심지어는 애국의 상징처럼 불리고 있는 ‘독도는 우리땅’이나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도 일본식 음계를 그대로 따르는 곡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열심히 부르고 있다. ‘가위바위보’, ‘숨바꼭질할 사람’은 일본의 선율과 가사, 놀이방법들이 모두 같고, ‘쎄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올림픽, 월드컵, 유엔총회까지 세계는 우리나라를 한결같이 '코리아(Korea)'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대한민국(大韓民國) 국민'이라 말합니다. 이 둘의 틈은 그저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를 드러내는 '언어적 비상사태'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80돌을 맞은 오늘, 우리의 공식적인 나라이름인 '대한민국'을 두고 왜 천 년 전 사라진 왕조의 이름에서 온 '코리아'로 불려야 하는지 바탕스러운 물음(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잘 아시다시피 '코리아'라는 이름의 역사는 918년에 세운 고려(高麗) 왕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무렵 고려는 벽란도를 통해 아라비아 상인들과 활발히 교역했고, 이들에 의해 '고려'라는 이름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방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뒤 포르투갈, 프랑스 등 유럽 상인과 선교사들이 이 이름을 'Corea' 또는 'Corée'로 표기했고, 근대에 이르러 영국과 미국에 의해 철자가 'Korea'로 굳어졌습니다. 곧, '코리아'는 우리가 세계를 향해 내세운 이름이 아니라, 외부 세계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경북문화관광콘텐츠활용전시 ‘광복, 어둠을 걷어낸 빛’을 연다. 경북문화관광콘텐츠활용전시는 경북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홍보하고 그 값어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전시콘텐츠로 가공하여 소개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이번 전시는 광복 80돌을 기려 ‘경북의 독립운동’을 주제로 정하였다. 광복을 향한 여정 이번 전시는 광복 80돌을 맞아 경북지역 독립운동의 여정을 보여준다. 전시는 <1부 : 칼을 든 선비, 죽음으로 지킨 의리>, <2부 : 조국을 위해 걷다, 독립의 발자취>, <3부 : 민족의 외침, 대한민국을 세우다>, <4부 : 다시 찾은 빛, 그날의 감격>으로 구성되었다. 19세기 말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의병이 일어났다. 의와 도덕을 중시하던 영남지역의 선비들은 책상 앞을 떠나 칼을 들고 일본의 억압에 앞장섰다. 안동지역의 이만도, 권세연, 김도화 등과 영천의 산남의진, 영덕의 신돌석 부대, 영양의 김도현, 문경의 이강년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경북지역에서는 일제에 항거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저항 의지
[우리문화신문=금나래 기자] 국립중앙도서관(관장 김희섭)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하여 최근 3년간(`22.8.1.~`25.7.31.) 공공도서관의 광복 관련 도서* 대출 현황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 광복 관련 도서 : 한국십진분류법(KDC) 911.059(고종,순종)과 911.06(일제강점기)로 분류된 도서 중 독립운동 및 광복을 주제로 한 책 광복의 기억, 아동서가 대출상위권에 다수 올라 최근 3년간 공공도서관에서 대출된 광복 관련 도서 상위 20권 중 16권이 아동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광복의 역사를 어린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접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다. 가장 많이 대출된 도서는 안중근 의사의 말과 글을 담은 ▲김향금 작가, 오승민 작가의 『나는 안중근이다』로, 총 8,274건의 대출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유관순 열사의 용기와 의지를 전하는 ▲김진 작가, 다나 작가의 『유관순을 찾아라』, 아버지와 아들의 항일운동을 그린 ▲한윤섭 작가, 백대승 작가의 『너의 운명은』이 2위와 3위 대출 순위를 차지했다. 이는 ‘광복’, ‘독립운동’, ‘일제강점기’ 등이 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어, 학습 및 과제 수행을 위한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다가오는 8월 15일은 우리 겨레가 일제의 억눌림에서 벗어나 나라의 주권을 되찾은 지 어느덧 여든 해를 맞는 '광복(光復) 80돌'이라는 참으로 잊지 못할 날입니다. 이 뜻깊은 날을 앞두고, 저는 여러분께 조심스럽게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마다 기리는 '광복'이 과연 무슨 뜻인지, 그리고 무엇을 되새겨 보아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광복’이라고 하면 '일제로부터 해방된 날',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독립한 날' 정도로 짐작하실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본디 뜻을 선뜻 답하기는 쉽지 않다고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광복은 '빛을(光) 되찾다(復)'는 뜻을 지닌 아름다운 한자말입니다. 이름과 말, 글과 문화까지 모든 것을 빼앗겨 어둠과도 같았던 35년의 일제 강점기를 끝내고, 마침내 '나라의 주권'이라는 밝은 빛을 되찾았다는 뜻이 담긴, 더없이 시적이면서도 무게 있는 낱말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즈음에 우리가 오랫동안 애써 얼굴을 돌려 마주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숨어있습니다. 온 겨레가 가장 기뻐해야 할 날을 기리는 이름조차,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뜻을 한 번에 헤아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