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奈良)에 있는 관음상은 조선에서 조각한 것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저번에 펄 벅 여사의 《살아 있는 갈대(Living Reed)》에 나오는 주인공 일한의 아버지를 얼핏 엿 보았다. 펄 벅은 제 나라 전통을 사랑하고 긍지를 깊히 품고 사는, 완고해 보이는 조선 선비를 잘 그려내고 있다. 조금 더 그 선비를 구경해 보기로 하자. 일한의 집안은 안동김씨 명문가다. 중전마마는 일한을 가끔 불러 대화를 나눈다. 일한과 중전은 이성으로서 끌림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한은 중전이 부르지 않아도 중전을 찾아간다. 일한의 아내는 질투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느 맑은 날 일한이 중전을 만나고 나오자, 대궐 문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일한은 대궐에서 가까운 성안에서 살고, 부친은 대대로 살아온 성 밖의 시골집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가정사에 무심하지만 그렇다고 여색이나 도박에 빠지는 일은 없다. 그러나 친구 없이는 못 산다. 아버지 집에 친구들이 모이면 으레 같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항상 처음 하는 이야기인 양 흐뭇해한다. 그들은 “옛날의 영광을 회상하거나 조국의 영웅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하거나, 일본의 불교가 조선을 통해서 건너가 개화했다는 것을 논하거나, 일본의 여러 가지 기념비적인 예술품과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