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갈등(葛藤) 칡은 오른쪽 등은 왼쪽으로 (돌) 갈등을 엮으면 풀 수 없겠네 (빛) 얽힌 것은 언젠가 풀리는 법 (심) 땅 하늘로 위 아래로 푼다네 (달) ... 25.7.18. 불한시사 합작시 칡덩쿨과 등나무 넝쿨을 가리키는 ‘갈(葛)’과 ‘등(藤)’이 비유적인 의미의 "갈등"이란 말로 처음 나타난 것은 중국 송대의 선(禪)불교라고 알려졌다. ‘마음의 뒤엉킴’을 표현하고, 분별심(分別心)이나 시비심(是非心)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다. 이는 선종문헌인 《벽암록》과 《전등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말이 오늘날에는 심리적인 것을 포함하여 사회적인 의견 충돌과 다툼을 뜻하는 말로 발전해 왔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은 왼쪽으로 얽히듯, 갈등은 끊임없이 이 세상을 덩쿨 넝쿨로 감아올려 가고 있다. 그런데 어떤가? "갈등"은 원래 없었다. 칡과 등나무가 있고 지켜보는 내 마음이 있을 뿐인 것을.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식은 손말틀(휴대폰) 화면에 맞도록 1행에 11자씩 기승전결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7월의 청포도 육사의 고향 생각나는 칠월 (돌) 청포 입고 온다던 님 그리워 (빛) 알알이 주저리 아리 쓰리랑 (심) 맑고 푸른 세월 그 언제인가 (달) ... 25.7.3. 불한시사 합작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7월에는 이육사의 시 "청포도"와 함께 그의 고향이 생각난다. 그곳은 도산서원과 그리 멀지 않은 안동 예안이다. 글쓴이는 어릴 적에 나의 아버지 고향이기도 한 예안을 여러 번 찾았다. 마을 가운데에 시인의 생가인 오래된 기와집이 있었다. 그는 퇴계의 13대 후손이고 그의 집은 '참판댁'이라 불렸다. "청포도"의 시를 교과서에서 배우고 다시 찾았을 때는 동네 어디에도 푸른 빛의 청포도는 없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머루색 검은 포도밖에 없어 아쉬웠었다. 그러나 청포도의 싱그러움을 연상시키는 '청포(靑袍)'와 '은쟁반' 그리고 '하얀 모시 수건' 등 우리 고유의 토속적인 정감을 북돋우는 맑은 시어들을 잊을 수 없다. 세월이 흘러 글쓴이는 한중수교 이전에 북경으로 유학하러 갔다. 거기서도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았다. 이육사가 북경대학의 사회학과를 다닌 적이 있어, 나에게는 공교롭게도 아득한 선배이자 동문이다. 당시 문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느티나무 그늘 할매할배 그늘 아래서 쉬네 (달) 꼬부랑 꼬불 꼬부랑 말투로 (돌) 인생의 길은 만만치 않았지 (빛) 어디 큰 인물의 그늘은 없나 (심) ... 25.6.24. 불한시사 합작시 주변에서 오래된 느티나무 고목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서든 오래된 느티나무를 만나면 왠지 반갑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나무를 어루만져 보기도 하고 한참 동안 그 밑을 서성이는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이야 전설처럼 들리겠지만 옛날의 우리 또래들에게는 마을의 큰 느티나무가 푸근한 놀이터였고 학교가 되기도 했다. 또 그 아래에서 햇볕이나 비를 피하고 의지하는 그런 큰 품속 같은 곳. 곁에서 묵묵히 우리를 지켜주던 또 다른 세상의 아늑한 품 안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 무심코 거리를 걷다가 마을 느티나무 아래 흰옷 입은 두 노인이 열차를 기다리며 햇살을 피해서 무연히 앉아 쉬는 걸 보게 되었다. 아련한 풍경 참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저분들도 나와 비슷한 추억을 갖고,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한숨을 돌리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미 어떤 느티나무 그늘도 위안이 되지 못하는 시대를 한탄하는 것일까. 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장맛비 장대비에 짓무른 사방 천지 (돌) 천둥과 벼락에 기겁한 땅낯 (심) 올 비는 와도 짓물지나 말지 (빛) 썩고 병든 것들 쓸어버리게 (달) ... 25.6.21. 불한시사 합작시 장마는 6월 말에서 7월 초에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름철이 되면 대륙이 해양보다 빨리 뜨거워진다. 온도의 차이로 북쪽의 대륙은 저기압이 되고 남서쪽 해양은 고기압이 된다. 이렇게 장마전선이 형성되면서, 남서풍이 많은 물기를 품고 불어오면 오랫동안 장마가 지곤 한다. 장마는 ‘오래도록 내리는 비’란 뜻인데, ‘장’은 한자의 長에서 왔고 ‘마’는 우리말의 ‘비’를 뜻하는 ‘마ㅎ’에서 왔다고 한다. “마ㅎ‘의 용례를 찾기 어렵다. 다만 ‘마시다’란 동사에 주목해 보면 대강을 유추할 수 있다. 신발을 뜻하는 ‘신’에 ‘다’를 붙여 ‘신다’라는 동사가 만들어졌듯, 물을 뜻하는 ‘마ㅎ’에 ‘다’를 붙여 '물을 먹다’는 뜻의 ‘마히다>마시다’란 동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된다. 시어에서 ‘짓무른’과 ‘짓말지’에 얽힌 얘기도 재미있다. 여기서 1행에 나오는 ‘짓무른’의 원형은 ‘짓무르다’인데 우리말이고, 3행에 나오는 ‘짓물지’의 원형은 ‘짓물다’인데 북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칼 같기도 하고 활 같기도 한 (돌) 동이 민족의 푸르른 담수호 (심) 밝디밝은 광야 저 물빛 신전 (달) 칼 차고 활 메고 누비던 추억 (빛) ... 25. 6. 10. 불한시사 합작시 바이칼은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다. 길이가 무려 636km나 되며 폭 25~79km에 깊이가 최대 1,642m나 된다. 약 2천5백만 년 전 형성돼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깊고 깨끗한 담수호 가운데 하나다. 시베리아 상공에서 비행기로 내려다보면 긴 활이나 칼날처럼 대륙 위에 펼쳐져 있다. 볼수록 신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호수 가운데 있는 알혼섬은 고대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져 있다. 시베리아 몽골 샤머니즘과 깊은 연관을 두고, 우리나라 샤머니즘과도 연결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부랴트족은 우리와 너무 닮아서 이웃사촌 같았다. 저 바다 같은 호숫가에서 샤먼들의 춤과 북소리는 우리의 혼령에 스며들어 마치 구석기나 신석기시대로 되돌아가는 그런 감동이 우러난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그리움 바이칼 오논 리아오 숭가리 (빛) 샤먼의 고향 호수속 알혼섬 (심) 불한산에서 반기는 세르게 (돌) 물빛 하늘빛 푸른 물결소리 (달) ... 25.6.7. 불한시사 합작시 우리 민족은 바이칼에서 비롯되어, 선사시대에 몽골의 오논 강역과 북만주의 숭가리 강역을 아우르며 남만주의 리아오 강역을 중심으로 위대한 홍산문명을 일으킨 듯하다. 하늘에서 빛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라 환한 얼굴로 눈부신 땅에 삶을 개척하여 한(환한)민족 또는 배달(밝달, 밝은 들)겨레라고 불렸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까맣게 잊힌 반만년 앞서의 영욕이 치밀한 과학의 지혜를 빌어 어느덧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비록 속 좁은 중국인들이 동북공정을 한다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지만, 세계의 고고학계는 눈을 떼지 않고 있다. 불한시사의 시벗들은 오래전에 두루 답사하면서 감동에 휩싸여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동안 유전자(DNA)에 스며있던 역사의 기억이 현장심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특히 시베리아 샤먼의 성지로 불리는 바이칼의 알혼섬은 코리(Khori)족 또는 브리야트족의 고향으로, 원주민은 고구려의 조상인 북부여족과 연관이 있다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산목련(山木蓮) 어디 갔다 이제 왔는가 묻네 (돌) 희디흰 마음 늘 그대로인데 (달) 긴긴 밤 외롭게 기다렸으니 (빛) 그리움에 지쳤나 해쓱하네 (심) ... 25.6.2.불한시사 합작시 중국 대륙에서 돌아오자마자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머나먼 라틴아메리카 남미의 다섯 개 나라를 다녀 왔다. 오랫만에 찾은 산방이 낯선 느낌이었다. 그래도 반겨주는 가족 뿐만 아니라 불한티기슭 산방의 산목련이었다. 새벽 찬공기와 물소리 속에 고개숙인 흰 꽃망울들이 기다렸다는듯 내게 말을 걸어와 묻는 것 같았다. "어디 갔다 이제 왔는가?"하고. 그 속삭임 그대로 합작시를 발구(發句)했다. 이곳 불한계곡에 친숙한 시벗들이 우리의 대화를 꿰뚫어 보듯 화답하여 한 편의 맑고 멋진 4행시가 완성되었다. 산목련(山木蓮)은 우리나라 자생종으로 '산에 피는 목련'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지방에 따라서 함박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매화처럼 꽃이 먼저 피는 목련과는 달리 잎이 먼저 우거지고 나서 하얀 꽃이 탐스럽게 핀다. 꽃받침잎은 3장의 난꽃 형태이다. 목련꽃은 3-4월 이른 봄 북해의 신을 연모해 북쪽을 향해 피지만, 산목련은 6-7월 초여름에 뿌리쪽을 향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행(旅行) 삶의 길을 여행이라고 했지 (달) 인생은 끝이 없는 나그네 길 (빛) 집이 없으면 여행도 불가능 (심) 천지는 만물의 여관인 것을 (돌) ... 25.5.11.불한시사 합작시 여행에 대한 합작시가 용어풀이처럼 돼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문자보다는 여행 그 자체가 시에 더 가깝기 때문일까. 여행은 길 위에 서는 일이다. 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태어나서 걷기 시작할 때부터 자기의 길이 펼쳐지고, 일생 자기가 선택하거나 우연히 마주친 그 길을 걷는다. 그 가운데서도 여행은 나그네처럼 집을 떠났다가 되돌아오는 연습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박목월의 ‘나그네’ 시가 생각난다. 사람들은 늘 떠나면서 되돌아온다. 일생은 여행이면서 귀향이다. 만남과 새로움에 맞닥뜨리고 변화를 겪으며 돌아온다. 50년대 영화 "길(La Strada)"의 잠파노도 생각난다. 가서는 영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이 긴 여행의 마침표가 된다. 그래서 여행을 인생에 비유하는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이백은 이 세상 천지를 우리의 여관이라고 했겠는가. (옥광)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탱고(TANGO) 흑인과 인디오의 혼을 담고 (심) 북미엔 재즈, 남미에는 탱고 (돌) 춤과 가락에 서린 웃픈 역사 (빛) 뜨거운 노래를 몸에 담노라 (달) ... 25.5.4. 불한시사 합작시 생애 처음으로 남아메리카 5개 나라를 다녀왔다. 브라질과 파라과이에 걸친 이따푸댐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쪽 이구아수 폭포도 보고 잉카의 수도 쿠스코와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도 가보고 4,000m 환상의 볼리비아 소금사막도 가봤다. 100년 전 세계 경제 6위였던 아르헨티나의 수도, 화려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 발상지 라보카지구도 가봤다. 항구가 있는 곳으로 세계 이민자와 선원들이 도착한 곳이다.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의 허름한 집들이 있는 거리였다. 기념품 가게 외벽에는 메시와 에바페론, 그리고 탱고의 아버지 카를로스 가르델의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었다. 외로운 이민자들의 열정적인 춤과 음악이 탱고의 시작이었다. (라석)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떤 선문답(禪問答) 어떻게 왔는가 경봉이 묻자 (돌) 하늘 길로 달빛타고 왔쑤다 (빛) 저마다 자기 맥락에 살지요 (심) 무엇을 보고 무엇을 나눴나 (달) ... 25.4.24. 불한시사 합작시 설명 /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초청으로 1981년 시월 '인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구조주의 프랑스 철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한국의 유가와 불가의 전통문화를 직접 보고싶다고 해서 유가는 양동 경주손씨 종택 서백당과 불가는 양산 영취산 통도사가 뽑혔다. 그의 일행은 600년 서백당에 묵으며 칠첩반상 놋그릇 독상으로 30여 명분을 차려내자, 그는 "이런 독특한 문명국가가 있다니“ 하고 탄복했다. 대문 밖 높다란 언덕의 재래식 뒷간과 영당 손소의 초상을 유심히 살피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요청에 따라 소를 사고파는 경주 시내 우시장을 찾기도 했다. 통도사 극락암에 이르러서는 경봉방장이 "어떻게 왔느냐?" 묻자, 통역자가 레비스트로스의 말 "비행기 타고 왔다"라고 통역했다. 그러자 경봉은 "하늘에는 길이 없는데ᆢ"라고 하였다. 우문우답이 오히려 선문답이 되어 좌중 모두 크게 웃었다. (라석) • 불한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