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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소년이 쓴 “천황폐하를 위한 황국신민의 서사”

[전시] 인천관동갤러리, 전시자료로 보는 일제 침략사전'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미영(美英)은 우리의 적이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경성 미쓰코시 백화점 광고에 등장하는 소학교(초등학교) 2학년짜리 광웅(光雄)이 그린 그림이다. 그런가 하면 충청남도의 한 시골 소학교 4학년 이주형 학생이 쓴 “천황폐하를 위해 쓴 황국신민의 서사”를 연습하던 공책도 눈길을 끈다. 또한 “일장기를 다룰 때는 정중하게 게양하되 가장(家長)이 국기를 다룰 것” 이라는 일장기 보관 봉투도 예사롭지 않다.

 

   
▲ 어린 소녀가 널뛰기 하는 그림에도 일장기가 선명하다

 

   
▲ 초등학교 4학년생의 황국신민서사 연습 공책

 이렇게 일제침략기에 조선 땅에서 “조선인을 황국신민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제국주의자들의 증거품” 들을 낱낱이 선보이는 전시회가 인천관동갤러리(관장 도다이쿠코)에서 8월 14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물들은 인천근대박물관 최웅규 관장이 40여 년 동안 혼신의 힘으로 모은 자료 가운데 일제 침략의 현황을 잘 나타내는 공출(供出), 징병(徵兵), 징집(徵集)과 관련한 자료 150 여 점의 전시로 처음 공개하는 자료들이다. 

 

내일 14일 전시 개막을 앞두고 어제 전시 막바지 준비를 돕기 위해 관동갤러리 전시장에서 전시 물품들을 샅샅이 점검하면서 느낀 느낌은 한마디로 “일본의 집단 광기”였다. “집단 광기”는 생각보다 훨씬 소름끼쳤다. 일제강점기 자료들은 거의 일본어로 된 것이 많아 번역을 도와주기 위해 포스터하나, 엽서 한 장이라도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번역을 위해 집어든 이들 자료들 속에 “집단 광기”가 서리서리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어린이들이 배우는 국어(일본어) 책이나 여성용 계몽잡지 표지에도 “한반도 요새화” 라거나 “오늘도 결전, 내일도 결전” 같은 구호는 기본이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황국신문의 서사(誓詞)이다. 이는 학교 성적통지표는 물론이고 일장기를 담아두는 봉투를 비롯해 납세용 소책자나 조합통장 따위에도 새겨져 있는데 가장 눈에 잘 띄도록 책장 앞에 새겨 놓았다.

 

   
▲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요강까지도 공출해갔다

   
▲ 소나무 송진까지 거둬가다 보니 민둥산이 된 조선의 산에 나무를 심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방방곡곡에 뿌렸다

   
▲ 경성(서울) 미쓰코시 백화점 광고에는 "미국과 영국은 우리의 적이다'라는 초등학교 2학년의 그림이 이용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초점은 공출과 징집, 징병 자료전으로 공출의 경우는 쌀을 비롯하여 놋그릇, 수저, 솥단지 따위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목화솜이나 소나무 송진까지 공출 품목에 들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충청도의 한 기록에는 공출용 소나무 가지 숫자까지 기록해 두고 있다. 좋은 송진을 얻기 위해서는 튼실한 소나무 가지를 꺾어야 할 것이므로 조선의 산은 점점 민둥산이 되어갔다. 그래서 일제는 “산에 나무를 심는 것도 애국”이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곳곳에 뿌렸다.

 이번 전시물 가운데 눈에 자꾸 밟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어린이가 그린 널뛰기 그림이다. 어린 두 소녀가 널뛰기를 하는 이 그림 한쪽에는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어린이가 그린 그림에 일장기가 등장한다는 것은 강요된 학습 결과가 아니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초가집 앞에 꽂혀있는 일장기 아래 앉아 있는 촌로의 모습도 당시 일제의 ‘일장기 강요’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 손으로 반듯하게 쓴 황국신민의 서사는 기독교인의 '주기도문' 같은 것이었다

   
▲ 초가집에 내걸린 일장기는 일본천황 생일날(기원절)에 달도록 했다

   
▲ 육군소년병모집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신민이다.우리는 마음을 모아 천황폐하에게 충성을 다한다.우리는 인고단련(忍苦鍛鍊)하여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된다.

‘황국신민의 서사(誓詞)’야 말로 우리 조선인의 씨를 말려 일본인으로 개조하려는 일제국주의의 궁극적인 목표였음을 이번 전시 준비를 하면서 다시 한 번 확인 할 수 있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러 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지만 인천관동갤러리에서 준비한 공출, 징집, 징용 자료전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지내던 제국주의 일본의 ‘집단 광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자료로 보는 일제 침략사전>

주최 인천관동갤러리
주관 인천근대박물관

*전시기간 : 8월14일(금)~8월30일(일) 금토일 10:00~18:00 개관
*인천시 중구 신포로31번길38 (관동2가4-10)
*전화:032-766-8660, www.gwan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