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래 전 신나라레코드에서 나온 녹음테이프 하나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여러 종소리가 녹음돼 있었는데 맨 먼저 “성덕대왕 신종” 소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지요. 이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은 봉덕사(奉德寺)종으로 불리는데 에밀레종으로 더욱 유명한 종입니다. 저 깊이에서 응축된 이 종소리는 길게 여울지며 제 정신을 혼미하게 할 정도로 큰 감동이었습니다. 그 안에 녹음된 다른 종소리가 감히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사선으로 투시해서 본 결과 보통의 종들과 달리 종신 안에는 기포 하나 없이 매끄럽게 주조되었으며, 종신을 돌아가며 어느 것이든 균일한 두께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지요.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은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큰 종으로 높이 3.75m, 입지름 2.27m, 두께 11∼25cm이며, 무게는 1997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밀 측정한 결과 18.9톤으로 확인될 만큼 엄청난 크기의 종입니다. 종신에 쓰인 글씨에 따르면 경덕왕(景德王)이 부왕 성덕왕(聖德王)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들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 다음 대인 혜공왕(惠恭王) 7년(771년)에 이르러서야 완성되었으며, 이 종을 제작하는 데 구리 12만 근이 쓰였다고 하지요. 특히 이 종은 어린아이를 집어넣어 만들었다는 전설과 함께 종소리가 어머니를 부르는 듯하다고 하여 '에밀레종'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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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러운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양식 면에서 볼 때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종신에 2구씩 마주보는 4구의 비천상은 연화좌 위에 무릎을 세우고 공양하는 상으로서 주위에 보상화(寶相花, 가상의 다섯잎꽃)를 구름과 같이 피어오르게 하고, 천의(天衣, 천인이나 선녀가 입는 옷)와 영락(瓔珞, 목·팔 등에 두르는, 구슬을 꿴 장식품) 따위가 휘날리고 있는 것은 다른 신라 동종에서는 볼 수 없는 훌륭한 비천상으로서 한국비천상의 대표가 되는 조각수법입니다. 이 “성덕대왕 신종”은 더 이상 울지 못하고 경주박물관 한편에 외로이 세워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