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일본 말에 애매모호(曖昧模糊)란 말이 있다. 무언가 확실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말 속에는 “~입니다” 라는 말 보다는 말끝을 “ ~가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또는 “~가 아닌가하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것 또한 확실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라는 말투를 흔히 쓴다.
문장으로 가면 더욱 심해서 “그 문제는 ~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것은 확실치 않아 다른 한편으로는 달리 생각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이라서.... ” 라는 식으로 표현하기 일쑤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특히 논문 같은 것은 다 읽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아리송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 발표한 아베수상의 “전후 70년 담화(戦後70年談話)” 내용 역시 그런 애매모호한 표현의 대표적인 문장의 하나였다. 고베신문(神戸新聞) 오늘자(8월 15일)에는 안전보장관련법안에 반대하는 학생단체인 ‘실즈관서(シールズ関西) 회원인 고베대학대학원생 시오다쥰(塩田潤,24살)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다. 본심을 감추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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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베신문(神戸新聞) 오늘자(8월 15일)에 실린 "안전보장관련법안에 반대하는 학생단체인 ‘실즈관서(シールズ関西)" 기사 |
시오다쥰은 이어서 “아베수상이 앞으로 미래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 이어가게 하는 숙명을 지워져서는 안된다” 라고 한 말에 대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선을 긋고 있는 교만함”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대만에서 고베대대학에 유학 온 류레이킨(劉靈均, 30살) 씨는 “무라야마 담화의 키워드가 들어 있는 점은 나름의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침략전쟁 중에 수많은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가 깊이 손상되었다고만 했을 뿐 위안부에 대해 확실히 말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명확한 말을 피하면 당사자나 가족들은 오히려 의혹을 품는다”고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침략전쟁은 평화에 대한 도전이다. 인류가 용서하지 못할 행위다. 아베 수상의 이번 담화를 보면서 “위안부를 위안부라 하지 않고 침략을 침략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수상이 과연 일본의 대표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