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이나미 기자] 사진은 늘 “그때 그곳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다. 미디어의 발달은 서울에서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는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나는 Google Earth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거리뷰(street view) 기능을 활용해서 뉴욕을 마음껏 누비며 이미지를 캡처하였다. 실제로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처럼 원하는 장면을 찾아 앵글과 프레이밍을 통해 나만의 뉴욕 사진을 만들어 냈다. 나는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뉴욕을 표현할 수 있고, 몇 달 전 뉴욕의 이미지가 내게는 현재 상황으로 재구성되었다.
Google에서는 초상권 보호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을 흐릿하게 처리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도시의 익명성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인물뿐 아니라 건축물들도 미묘한 왜곡으로 꿈에서 얼핏 비껴본 환상 같은 분위기를 준다. 실재와 가상이 혼재하는 나의 뉴욕은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매트릭스 세계 같다. 그렇다면 과연 내가 본 곳은 뉴욕일까?
Google이 실제 촬영한 데이터들로 만든 세계임에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정지된 도시는 바쁘게 움직일 때 간과되었던 디테일을 주목하게 만들면서 낯선 이미지로 나타난다. 게다가 얼굴이 흐릿하게 뭉개진 사람들이 유령처럼 오가는 도시는 문득 도시의 주인이 누군가 생각하게 만든다. 대형 광고판에 그려진 인물들이 오히려 거리를 오가는 유령 같은 사람들보다 더 실제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도시 전체를 미묘하게 장악하고 있다. 이렇게 정지된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를 나 홀로 탐색하며 캡처한 <유령도시(Phantom city) 뉴욕>은 이미지 속의 이미지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익숙하지만 낯선 뉴욕을 보여준다.
나의 뉴욕사진은 현장성이 약화됨으로써 오히려 도시의 감춰진 얼굴을 더 도드라지게 드러낼 수 있었다. 타인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도시와 겉도는, 어디선가 툭 튀어나온 듯한 사진 속 도시인들은 고독하고 서로 무관심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같은 거리를 어깨를 스치며 지나기도 하고 군중 속에 함께 서 있기도 하지만 그들은 저마다 개별적이고 혼자다.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뉴욕을 바라보는 나나 뉴욕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는 그들이나 외롭기는 마찬가지라는 동질감을 느낀다.
나는 그들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 걸 알지만, 내게는 가상 속 인물일 뿐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엷어지고 시공간은 확장되는데 현실 속 개인은 점점 고립되어 간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이 순간이 누군가의 꿈속일 수 있으며, 제3의 존재가 우리를 본다면 우리는 작품 속 가상 인물이 될 것이다. 디지털은 이진법인데 우리의 삶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작가와의 만남>
2015. 9. 18 오후 6시
사진공간 배다리 1층 사진방
*사진공간 배다리 (BAEDARI Photo Gallary)
*인천광역시 동구 금곡동 14-10 2F
*문의:010-5400-0897
<작가 이력>
2009 경희대학교 사학과 졸업
2012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Solo Exhibition
2015. 03. <A Phantom City> 갤러리 인덱스
2015. 02. <New York Fantasia> 스칼라티움 아트스페이스
2014. 01. <Stickerture> 유성아트 갤러리
2012. 08. <Moi> 삼각케이스
2012. 07. <Wannabe> 갤러리 이룸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