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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모두가 하나된 잔치마당 제27회 “목포 전국국악경연대회”

[국악속풀이 228]

[한국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예향의 도시, 전남 목포에서는 지난 9월 5~6일, 대통령상을 놓고 제27회 전국국악경연대회를 열었다. 대회가 30여년의 연륜을 헤아리다보니 이제는 국악계나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지대해 진 것이다. 필자는 본 대회의 종합심사위원장으로 위촉이 되어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그 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목포대회에서 보고 느낀 인상적인 점들을 총평의 형식으로 몇 가지 이 난에 소개해 보려고 한다.
 
목포대회는 첫째, 참가자의 수준이 매우 높아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참가 분야는 기악분야, 무용분야, 고법분야, 그리고 대통령상이 걸려있는 판소리분야 등 4 분야였다. 각 종목은 학생부, 신인부, 일반부, 명인명창부 등으로 등급이 구분되어 있어서 참가자들은 자기의 수준에 맞는 부에 신청을 하고 추첨을 통해 순번을 부여받은 후, 경연에 임하였다.

목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호남선의 종착역인 전라남도 끝자락의 항구도시이다. 목포를 주제로 하는 대중가요나 유명가수도 많고 특히 판소리쪽으로는 일일이 손가락으로 꼽지 않아도 수없이 많은 명창들을 배출해 낸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목포대회는 전국에서 모여든 신청자의 수가 넘쳐 하루 종일 예선을 치렀던 것이다. 이처럼 많은 신청자가 모였다는 점은 평소 이 대회의 권위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신청자 못지않게 지역 주민들이 대극장을 꽉 메우고 있어서 이미 지역의 축제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분위기는 쉽게 느낄 수 있었다.

 

   
▲ 제27회 “목포 전국국악경연대회” 판소리명창부 대상을 받은 정선심 씨

필자는 심사위원을 대신하여 전 출전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라 할까, 향후 국악계에서의 활동이나 정진을 돕는 의미에서 기량에 관한 간단한 충고를 하였다. 학생부나 신인부에 참여한 경연자들은 사설의 발음을 분명하게 할 것과 발성법을 강조하였다. 학생들에겐  목이나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보다는 뱃속 깊은 곳으로부터 뽑아내는 힘이 있고 깊이가 있는 소리를 표출하도록 발성연습에 관한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그런가 하면 일반부나 명인 명창부에 출전한 국악인들에겐 선생의 소리나 가락을 맹목적으로 흉내 내지 말고 연습으로 다져진 자기소리, 곧 개성 있는 창이나 연주를 하도록 권하였다.

겸해서 학생부나 일반부, 그리고 명인 명창부 등 모든 출전자들에겐 정확한 장단감을 익히도록 주문하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정확한 장단이라 한다면 대부분은 0.001이라도 틀리지 않는 기계적인 정확한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실은 그러한 정확이 아니라, 조금씩 넘치고 모자라는 부분까지도 조절할 줄 아는 그러한 장단감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염두에 둔 것이다. 판소리창자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고수들이 기계적으로 정확하게 치면 숨이 차서 소리를 못하겠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의 경험담이다. 몸담고 있던 대학에서 박동진 명창을 초대하여 30분가량 판소리를 듣기로 약속한 감상회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전속 고수라고 알려진 주봉신 명고가 사정이 생겨 참석을 못하는 바람에 대타를 급히 구했는데, 이 초보 고수와는 호흡이 맞지 않아 더 이상 소리를 하지 못하고 중도에 끝낸 일도 있었다.

아무리 명창이라도 고수와의 호흡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소리는 성공에 이르기 어렵다는 실례는 하나 둘이 아니다. 이에 못지않게 강약의 조절도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악분야는 악기 잡는 것과 자세, 음정 맞추기, 그리고 무용분야의 출전자들은 발동작이나 시선 등에 유의할 것을 충고하였다. 악기나 소리에서 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멜로디의 구성음중에서 강한 음과 약한 음, 크게 내야 할 음과 작게 내야할 대소의 구별을 적절하게 살려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고법 출연자들 대부분은 추임새에 관한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정확이나 강약의 구별이 불분명하고, 추임새가 적절치 못한 장단은 반주의 역할로 무의미할 뿐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연습에도 꼭 장단과 함께 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노력할 일이다.

 

   
▲ 제27회 “목포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사람들

목포대회에서 느낀 세 번째의 인상적인 점은 심사위원들의 면면이 대학교수나, 인간문화재 등등 실력을 갖춘 인사들로 전국 각 지역에서 골고루 초빙되었으며 점수의 합산은 각 부문 7명의 심사위원 중 최고점, 최저점을 제외한 5인 점수의 합으로 결정하였던 점이다. 또한 채점 즉시 극장 안에서 화면으로 공개한 다음, 극장 입구 벽에 집계표를 게시하는 방법으로 신뢰를 높였다. 뿐만이 아니다. 심사위원들이 앉아 있는 위치도 극장 중간에 비교적 간격을 두고 앉아서 대화를 차단한 점도 신뢰를 높였다고 하겠다.

넷째는 목포국악협회의 나연주 지부장을 위시한 임원들이나 진행요원, 사회자 등 집행부 위원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어 가며 참가자와 심사위원, 그리고 관객들과의 의사소통을 원만하게 이루어냈다. 모든 심사위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집행부가 마련해 준 일정표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대로 따라주기만 하면 진행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뜻밖에 목포예술회관 주변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식당도 없고 해서 참가들이나 심사위원, 행사요원들이나 관객들이 매우 불편하였다. 그러나 주최측은 이 점을 간파하고 특별히 야외에 임시 식당을 마련하고 장국밥을 준비해 줌으로 해서 목포의 훈훈한 인심을 느끼게 해 주었던 점도 인상에 남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적인 점은 목포시장, 지역출신 국회의원, 시도의회 의원, 문화계인사 등 지역의 유명 인사는 물론, 지역의 주민들이 예술회관을 찾아와 종일 추임새와 박수로 출연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목포가 수준 높은 예향의 도시임을 느끼게 해 주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목포에서 열린 제27회 전국국악경연대회는 누가 상을 타고 못 타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최자와 지역의 유지, 시민들이 이루어진 멋진 잔치마당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며 부수적으로 참가자들의 열의가 높았다는 점, 심사위원들의 공정한 채점에 신뢰를 보내주었다는 점, 진행요원을 비롯한 사회자의 친절한 안내로 시종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였다는 점, 그리고 목포시의 유지들이나 특히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호응해 주는 잔치 같은 분위기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