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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아궁이 속으로 들어갈 뻔 했던 정선의 <해악전신첩>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317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1930년대 초, 골동상 장형수는 친일매국노라 불리는 송병준의 집 근처를 지나다가 나라를 팔아 얼마나 잘 사는가 보자고 그 집을 구경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사랑채 옆에 있는 변소에 가다가 그 집 머슴이 사랑채 아궁이에 군불을 때는 것을 보았는데 이때 아궁이에 넣으려는 초록색 비단으로 꾸민 책 한권이 눈에 띕니다. 그래서 그 책을 뒤져보니까 겸재 정선의 화첩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송병준의 손자로부터 이 화첩을 사서 간송 전형필 선생에게 넘기게 됩니다. 이렇게 간송미술관의 수장품이 된 “바다와 산의 초상화”라는 뜻의 이 <해악전신첩>은 겸재 정선(謙齋 鄭敾, 1676~1759년)이 금강산을 여행하며 그린 것으로 그림 21점과 각각의 그림에 붙인 화제(畵題, 그림 위에 쓰는 시와 글) 21점으로 이뤄졌는데 “단발령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다”라는 뜻의 ‘단발령망금강(斷髮嶺望金剛’ 같은 뛰어난 작품이 들어 있습니다.

 

   
▲ 겸재 정선(謙齋 鄭敾)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 가운데 "단발령망금강(斷髮嶺望金剛"(왼쪽)과 "문암(門岩)

하마터면 아궁이 속으로 들어갈 뻔 한 이 <해악전신첩>은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줄 운명이기도 하였지만 당시 온 재산을 팔다시피 해서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들을 사서 보관한 일제강점기 문화재 지킴이였던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 선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귀한 문화재들을 사면서 값을 깎지 않고 오히려 더 쳐주었다는 간송 선생이야말로 정말 훌륭한 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