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스물한째로 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의 대설(大雪)입니다. 하지만, 24절기는 원래 재래 역법(曆法)의 발상지이며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반드시 이 때 꼭 눈이 많이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날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 풍년이 들고 푸근한 겨울을 된다는 믿음이 전해지지요.
“올해는 봄부터 겨울까지 비가 부족하였는데, 지금은 또 대설(大雪)이 이미 지났는데도 눈이 내리지 아니하여 샘의 물줄기가 통하지 못합니다. 신이 일찍이 농사꾼에게 듣건대 ‘눈이 오면 토질의 맥이 윤택하여지고, 또 눈이 보리를 덮은 뒤에라야 보리농사가 풍년들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옛적에는 눈이 오기를 빈[祈雪, 기설] 일이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거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송(宋)나라 때에도 눈을 빌었고, 또한 ‘납향(臘享, 동지로부터 세 번째의 미일(未日) 곧 양날) 안에 세 번 눈이 와야 한다.’는 말이 있으니, 지금 눈을 빌도록 함이 어떠하리까?”
▲ 예전엔 대설 무렵 눈이 안 오면 기설제(祈雪祭)를 지내기도 했다.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위는 《중종실록》 7년(1512) 10월 30일 기록으로 봄부터 비가 부족하고 대설이 지났는데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며 눈이 내리기를 비는 “기설제(祈雪祭)”를 지내야 하는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기설제(祈雪祭)”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지속된 농경의례의 하나입니다. 눈이 와야 할 시기에 눈이 오지 않는 것도 천재라고 믿어, 드물지마는 음력 11월과 12월에 기우제처럼 기설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지금이야 기우제나 기설제를 지낼 일은 없지만 농업이 근본이었던 옛날엔 비나 눈이 오지 않아도 제사를 지내야 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