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절대군주의 시대 고려와 조선에서 왕권을 견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상소였습니다. 그래서 임금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선비들이 올린 상소를 읽는 일이었지요. 상소 가운데서도 가장 무서운 상소가 “지부상소(持斧上疏)”입니다. 지부상소는 지닐 지(持) 자에 도끼 부(斧)자를 쓰는데 곧 도끼를 옆에 놓고, 상소를 올린다는 것입니다. 이는 신하로서 내가 올리는 상소가 부당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 도끼로 나의 목을 치라는 것이어서 폭군이라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지부상소는 고려시대 충선왕의 실정을 지적하는 우탁 선생의 상소로부터 조선 중기 수렴청정을 하며 실권을 휘두르던 문정왕후를 궁중의 한낱 과부로 깎아내린 남명 조식의 상소, 조선 말기 병자수호조약에 반대해 올린 면암 최익현 선생의 상소까지 목숨을 건 상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임금에게 가장 격렬한 그리고 용기 있는 상소문을 올린 이는 헌종 때 열다섯 살 기생 초월(楚月)을 들 수 있습니다.
▲ 면암 최익현의 지부상소(持斧上疏)와 15살 기생 초월의 무서운 상소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자신의 미욱한 남편부터 시작하여 권세가의 살찌는 곳간, 갓난아이에게까지 물리는 병역세는 물론 임금의 주색(酒色)에 이르기까지 낱낱이 고하고 “엎드려 원하오니 신을 죄주는 게 타당하다면 수레에 신의 팔다리를 매어 찢어 죽이는 차열(車裂)형에 처하고 종로 큰길 위에 조리돌린 연후 서소문 밖에서 능지처참하여 만 사람의 혼이 돌아보지 않게 하소서.”라고 외칩니다. 겨우 15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의 결의가 우리의 오금을 저리게 합니다. 이 시대엔 정녕 구경하기 어려운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