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엊그제 동지를 지내고 우리는 엄동설한을 견뎌야 합니다. 지금이야 난방도 잘되는 집과 오리털 점퍼도 있지만, 예전엔 문풍지가 사납게 우는 방에서 오들오들 떠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엄동설한을 견뎠을까요? 먼저 동지부터 입춘까지 물리적인 난방이 어려운 대신 한 가닥 꿈을 꾸면서 구구소한도를 그려나갔습니다.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에서 구구(九九)란 9×9=81, 곧 여든한 개의 매화 꽃송이로 소한(消寒) 곧 추위를 잊어서 삭여 내는 걸 말하지요. 동짓날 창호지에 하얀 매화꽃 81송이를 그려 벽에 미리 붙여 놓고 매일 하루에 한 송이씩 차례대로 빨갛게 색칠을 해나갔습니다. 빨갛게 칠해가는 방법을 보면 흐린 날은 매화 위쪽을, 맑은 날은 아래쪽을, 바람 부는 날에는 왼쪽을, 비가 오는 날에는 오른쪽을, 눈이 오는 날에는 한가운데를 칠했지요. 하루 한 송이씩 하얀 매화 그림 위에 색을 칠할 때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꽃송이를 완성시킨 것입니다.
▲ 모두 81 송이 홍매화가 피면 봄이 온다는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옛 사람들은 “아홉 번째 아홉 날이 지나면 농사짓는 소가 밭을 갈기 시작한다네.”라고 하여 홍매화 81 송이를 그려가며 꿈을 꾸면 입춘이 되고 봄이 온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삶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할지도 모르는 이 시대의 우리들, 조선시대 선비들의 로맨틱한 여유이며 기다림의 미학이었던 “구구소한도”를 마음속에 그려나간다면 그 어떤 난방기보다 품격 있는 겨울나기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