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昨冬雪如花 지난 겨울 꽃 같던 눈
今春花如雪 올 봄 눈 같은 꽃
雪花共非眞 눈도 꽃도 참(眞)이 아닌 것을
如何心欲裂 어찌하여 마음은 미어지려 하는가.
▲ 매화가 마치 눈인듯 하다. (田琦)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 국립중앙박물관
위는 만해 한용운 선생이 옥중에서 쓴 “벚꽃을 보고(見櫻花有感)”란 한시입니다. 그렇습니다. 겨울엔 눈이 꽃 같았고, 봄엔 꽃이 눈인 듯 합니다. 눈도 꽃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닌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 눈과 꽃에 마음을 뺏기고 미어지려 하는 것이지요. 선생 같은 위대한 선각자도 눈과 꽃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데 하물며 중생들이야 어쩌겠습니까?
일제강점기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는 “만해 한 사람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을 아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으며, 일제강점기 큰스님 만공선사는 “이 나라에 사람이 하나 반밖에 없는데 그 하나가 만해”라고 했다고 하지요. 그토록 가까웠던 최린, 최남선, 이광수 등에 대해서 ‘친일파’라며 상종조차 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일부 민족대표들이 사형당할 것을 두려워하자 선생은 “목숨이 그토록 아까우냐?”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지금 한용운 선생처럼 세상을 향해 크게 꾸짖을 어른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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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레의 참 지도자 만해 한용운 선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