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근정전(勤政殿)은 조선 최초의 궁궐인 경복궁(景福宮)의 정전(正殿) 건물입니다. 이 근정전에 오르려면 돌계단 월대(月臺)를 지나야 하지요. 이곳에서는 신하들이 임금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거나 국가의식을 치루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던 곳입니다. 또 일식 때 임금을 뜻하는 해가 가려지는 것을 불길한 징조로 생각하여 해가 다시 나오기를 비손하는 의식인 구식례(救食禮)도 이곳에서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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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승을 닮은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원숭이상 |
월대의 가장자리에는 돌난간을 사방에 둘렀고 그 돌난간 기둥과 층계 좌우의 돌기둥의 머리 위에는 동물조각을 새겼습니다. 월대 난간에 새긴 동물조각을 보면 사신상과 개와 돼지를 뺀 십이지상이지요. 사신(四神)상은 동서남북 네 방위를 다스리면서 우주의 질서를 받쳐주는 상징적인 동물이며, 십이지상은 시간과 방위 개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징물입니다.
그런데 월대의 모든 동물이 해학적으로 조각이 돼있지만 원숭이는 해학적이라기보다는 달관의 경지에 다다른 선승의 느낌을 주고 있지요. 원숭이는 동물 가운데서 가장 영리하고 재주 있는 것으로 꼽힌 대신 사람을 많이 닮은 데다 간사스러운 흉내 따위로 오히려 재수 없는 동물로 흔히 여겼습니다.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말하기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런 믿음 때문이지요. 잔나비는 원래 신(申) 자의 풀이인 ‘납’이 말밑(어근)인데 여기에 작은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 ‘잔’과 접미사 ‘이’가 붙어 ‘잔납이’가 되었다가 연음으로 잔나비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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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정전 월대에 있는 해학적인 동물상들 / 토끼, 호랑이, 말(왼쪽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