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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청명(淸明)”과 명절 “한식(寒食)” 이야기

[한국문화 재발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다섯째 절기 “청명(淸明)”으로 청명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을 지닌 말이다. 청명은 한식(寒食) 하루 전날이거나 같은 날일 수 있는데 이번엔 하루 차이로 내일이 한식이다.

 

임금이 내려준 불, 모든 백성에게 나눠주는 ‘사화(賜火)’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청명조(淸明條)에 따르면, 이날 버드나무와 느릅나무를 비벼 새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바치며, 임금은 이 불을 정승과 판서를 비롯한 문무백관 그리고 360 고을의 수령에게 나누어주는데 이를 ‘사화(賜火)’라 한다. 수령들은 한식날 다시 이 불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데,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기에 찬밥을 먹는다고 해서 한식이라고 했다.

 

   
▲ 임금이 내려준 불, 모든 백성에게 나눠주는 "사화", 이래서 찬밥을 먹는 한식이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불씨를 꺼트리면 안 되는 예전에는 이렇게 온 백성이 한 불을 씀으로써 같은 운명체임을 느꼈다. 꺼지기 쉬운 불이기 때문에 습기나 바람에 강한 불씨통[장화통-藏火筒]에 담아 팔도로 불을 보냈는데 그 불씨통은 뱀껍질이나 닭껍질로 만든 주머니로 보온력이 강한 은행이나 목화씨앗 태운 재에 묻어 운반했다.

“임금이 ‘한식(寒食)은 찬밥을 먹는 까닭에 그렇게 부르는가? 한식에는 불을 쓰면 안 되는가?’ 하니, 정인지가 대답하기를, ‘옛 시에 이르기를, <푸른 연기 흩어져 오후 집으로 들어가네.> 하였사오니, 이는 반드시 불을 내려주는 걸 기다려서 불을 썼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13년(1431) 2월 26일 자 기록으로 임금과 정인지가 한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얘기다.

한식에 대한 중국 쪽 고사도 있다. 중국 춘추시대 개자추(介子推)란 사람은 진나라 임금이 된 문공이 망명생활을 할 때 그를 19년 동안이나 극진히 모셨다. 특히 문공이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자 고기를 구할 수 없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도려내 구워줄 정도였다. 뒷날 문공이 임금에 오른 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벼슬을 주었으나 개자추는 등용하지 않았다. 실망한 그는 산에 들어가 숨어 살았는데 문공이 나중에야 잘못을 깨닫고 불렀지만 나오지 않자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질러 타죽게 되자 이 날만은 개자추를 기려 불을 피우지 않고 찬밥을 먹었다 해서 한식이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청명,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 시작

농사력으로는 청명 무렵에 논밭의 흙을 고르는 가래질을 시작하는데, 이것은 특히 논농사의 준비 작업이 된다. 청명이 되면 비로소 봄밭갈이를 한다. 청명은 농사력의 기준이 되는 24절기의 하나로 날씨와 관련된 속신이 많다. 청명이나 한식에 날씨가 좋으면 그 해 농사가 잘 되고 좋지 않으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점친다.

 

   
▲ 청명에는 아이가 시집갈 때 농을 만들어줄 나무를 심는다.(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이쁜 손녀 세상 나오고 하늘 맑은 날 / 할배는 뒤란에 오동나무 심었다 / 곱게 키워 / 시집보내던 날 / 아버지는 / 오동나무 장 만들고 / 할매와 어머니는 / 서리서리 고운 꿈 실어 / 담아 보냈다.”위 시는 이고야 시인의 <오동나무>라는 시다. 이렇게 지방에 따라 청명에 나무를 심는데, 특히 ‘내 나무’라 하여 아이가 혼인할 때 농을 만들어줄 재목감으로 나무를 심었다.

제주도에서는 청명이나 한식은 지상에 있는 신들이 하늘로 올라간 날이어서 특별히 택일(擇日)을 하지 않고도 산소를 돌보거나 이장(移葬)을 해도 좋다고 믿는다. 또 이날은 손이 없기 때문에 묘자리 고치기, 비석 세우기, 집 고치기를 비롯해 아무 일이나 해도 좋다고 믿었다.

 

청명의 시절음식, 청명주(淸明酒)와 한식면(寒食麵)

청명 무렵을 전후해 찹쌀로 빚은 술 청명주(淸明酒)를 마신다. 하여 청명주는 빚은 지 이레 뒤 위에 뜬 것을 걷어내고 맑은 것을 마시는데 춘주(春酒)라고도 한다. 또 이때 장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하여 한 해 동안 먹을 장을 담그기도 하고, 서해에서는 곡우 무렵까지 작지만 연하고 맛이 있는 조기잡이로 풍어를 이루기도 하였다.

 

   
▲ 충북 무형문화재 제2호 보유자가 빚는 충주 "청명주"(왼쪽), 《주방문》이란 요리서에는 청명주 빚는 법이 기록돼 있다.

글쓴이와 글 쓴 때를 모르는 《주방문》이란 요리서를 보면 “청명주는 찹쌀 서 되를 깨끗이 씻어 가루를 내어 물 한 놋동이로 죽을 쑤어 식기를 기다린다. 누룩을 가루 내어 서 홉, 진말 한 홉으로 빚어 이튿날에 더한다. 찹쌀 일곱 되를 함께 깨끗이 씻어 (물에) 담갔다가 거치를 다시 씻어 무르게 쪄 식기를 기다려 많이 뭉글뭉글하게 해서 그 밑에 넣어라. 찬 데 두면 이레 후에 위에 꼈던(=껴덮었던) 이불이 벌어지고 말갛게 되면 쓰라. 밥알이 동동 뜨고 맛이 특별하니라.”라고 그 빚는 법이 기록되어 있다. 청명주와 더불어 먹는 한식의 시절음식은 메밀국수 “한식면(寒食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