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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달 동안 이어질 정효문화재단 공연, 그 의미가 커

[국악속풀이 25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소리의 맥(脈)’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국악인들이 공연 무대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 대관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공연이 활발치 못하다는 점, 소극장의 활용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에, 때마침 서초동에 문화재단이 설립되어 그 기획공연으로 ‘소리의 맥(脈)’을 올린다는 점, 이는 1910년대 박춘대의 재담(才談)소리와 1950년대 이후 이창배(李昌培) 명인으로부터 전수받은 경서도 소리를 더 올곧게 지켜가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재담소리란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익살과 해학으로 상황에 맞도록 진행해 나가면서 소리와 춤, 연기로서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민속극의 한 장르라는 점과 주권을 잃고 실의에 차 있던 일제강점기 박춘재의 재담은 큰 위로가 되었다는 점도 말했다.

그러나 광복 이후에는 점차 쇠락하기 시작하였고, 60년대 이후에는 이를 계승 하려는 전승자가 없어 단절위기를 맞았다는데 다행히 백영춘이 토막소리 위에 당시의 음반자료나 녹음자료, 또는 원로들의 구술자료와 문헌자료 등을 활용하여 완전하게 재현했다는 점, 그래서 우리는 재담소리가 어떤 소리인가를 알 수 있게 되었으며 이번 공연에도 <장대장타령>을 비롯한 <장님타령>, <장사치흉내>, <개넋두리> 등 서울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올려 질 계획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 재담소리 장대장타령을 하는 최영숙 명창(왼쪽)과 백영춘 명인

 재담소리와 함께 백영춘, 최영숙 등은 이창배 사범에게 경서도(京西道)소리, 곧 서울, 경기, 서도지방의 좌창과 입창, 통속민요를 포괄하는 소리를 배웠고 이를 제자들에게 열심히 전승시켜 왔다. 이번에 재단의 설립 기획공연에서도 재담소리와 함께 경서도 소리의 전반을 매주 화요일 저녁에 참석자들에게 지도해 주고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기실 오늘의 경서도 민요가 있기까지의 체계적 전승과 확대 발전에 절대적인 공헌을 한 사범이 바로 이창배 명인이란 이야기는 속풀이 난에서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다.

이창배 명인은 1950년대 중반부터, 서울 종로3가에 <청구고전성악학원>을 세우고 젊은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을 지도하기 시작하였으며 국악을 전문으로 배우는 국악고등학교나 국악예술학교 등에 출강하여 전통의 경서도 좌창(坐唱)이나 입창(立唱), 일반 민요 등을 지도하였다. 뿐만 아니라, 방송이나 공연무대를 통해 전통민요의 감상이라든가 그 보존의 필요성을 누누이 역설했던 경서도 소리의 대사범이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공적이라고 한다면, 민요를 비롯한 전통성악과 관련하여 사설, 곧 노랫말 속에 나오는 어려운 고사(古事)나, 한문구(漢文句)의 불분명한 의미를 분명하게 해석하였다는 점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부정확한 발음이나, 왜곡된 표현, 그리고 저속한 내용 등은 상당부분을 수정하여 지도하였다. 민중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 여과 없이 부르던 노랫말들은 직설적이고 저급한 내용이 종종 보이고 있어서 낯 뜨거운 가사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기성인들은 재미있게 즐기고 부를 수 있는 노랫말이라 해도 이를 학교 교실에서 수업시간에 다루기는 적절치 못해 이를 그대로 어린 학생들에게 지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벽파는 스스로 《국악대전집》, 《민요삼천리》, 《가요집성》, 《한국가창대계》 등을 지어서 올바른 노랫말 정착에 심혈을 기우렸던 것이다.

오늘날 교육현장에서 음악담당 교사들이나 전문 국악분야 예술강사들이 전통의 민요를 가르칠 수 있도록 교재를 만들게 된 배경도, 알고 보면 벽파 이창배 사범의 먼 훗날을 예견한 통찰력이 적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 정효국악문화재단 설립자 김정석 이사장

 이번 정효재단 설립과 함께 그 기획공연으로 마련된 ‘소리의 맥’은 앞으로 4달 동안 매주 화요일 저녁에 정효국악문화재단 공연장에서 준비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박춘재의 재담소리와 이창배의 경서도소리가 중심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밖에도 <회심곡>이나 <탑돌이> 등의 불가(佛歌)도, 그리고 무가(巫歌)도 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신민요인 <도라산 타령>이나 <날마다 좋은 날> 등의 창작가요도 포함하고 있어서 가히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전해오는 경서도창의 모든 노래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다양한 형태의 노래를 즐길 수 있다. 더욱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이 기획공연이 1~2회의 맛보기 공연이 아니라, 3월 29일부터 7월 12일까지 약 4달 동안 각기 다른 공연종목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하게 공연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명창으로부터 소리도 배우고, 명창과의 대화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것이어서 더욱 기대가 된다.

경서도 민요의 대 사범이라면 이창배를 떠 올리지만, 이창배와 함께 우리가 기억해 두어야 할 경서도창의 전승에 있어 숨은 공로자로는 정득만 명창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말 경서도 소리꾼들의 집합체였던 <가무연구회> 때부터 벽파와 함께 활동해 온 사람으로 과천패 소완준의 선소리 산타령을 이어오는 한편, 최경식으로부터는 시조와 가사, 그리고 여러 선생을 거치면서 긴잡가도 배웠다. 이창배와 정득만은 80년대 초까지 언제나 함께 지내며 공연을 하거나 전승교육을 해 왔고, 특히 무형문화재인 <선소리 산타령>의 최초 예능보유자들이었다.

현재 국가 및 지방문화재의 보유자, 전수조교, 이수자들 중에서 그들의 지도를 받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이 분야의 절대적인 공로가 있는 명창들이 바로 이창배와 정득만인 것이다. 이들의 전승교육을 통해서 백영춘이 태어날 수 있었고, 백영춘이 있어서 서울의 재담이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으며 그 문하에서 최영숙을 비롯한 경서도 창악회의 여러 전승자들이 모여들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의미 있는 공연이 준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생각해 보면 전통문화란 참으로 우리와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는 고마운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여러 세대를 거쳐 오면서 한국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준 자산(資産)이며 우리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강력한 에너지의 원천이란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3월 29일 개막공연으로 올린 아리랑과 장대장타령을 위주로 한 재담소리를 비롯하여 앞으로 이어질 4달 동안의 장기 공연이 주는 메시지는 전통음악의 전승과 보존, 그리고 확대발전이라는 명제를 던져주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기념비적인 공연으로 기록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우리문화신문 독자들의 참가를 독려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