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벼룻물을 담는 작은 그릇으로 수적(水滴), 연수(硯水), 연적(硯滴)이라고 하는데 연적은 구멍을 두 군데 내어 공기를 조절함으로써 연적 안에 물을 넣고 또 원하는 만큼의 물이 나오도록 조절할 수 있게 하였지요. 고려시대에는 아름다운 청자연적을 많이 만들었고, 조선 전기에는 분청으로 만들기도 하였으나 이후 성리학의 영향으로 대부분 전하는 것은 백자연적입니다.
붓으로 글을 써야 하는 전통사회에서 연적은 필수 도구로 실용은 물론 관상용으로도 만들어져 사랑방의 사방탁자에 한자리를 차지하기도 하였지요. 오늘날 전하는 연적은 다양한데 동자(童子), 원숭이모자, 오리, 산(山), 수탉, 해태, 기린, 거북이, 복숭아, 또아리 꼴 따위로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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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와집 모양의 작품 “백자청화집연적(白磁靑畵家形硯滴)” |
특히 경인문화사가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집연적(白磁靑畵家形硯滴)”은 기와집 모양의 작품이지요. 19세기 분원 관요에서 만든 것으로 여섯 장의 네모난 점토판을 만든 뒤에 서로 붙인 다음 세부조각을 한 것입니다. 물이 나오는 출수구(出水口)와 물이 들어가는 입수구(入水口)는 기와지붕의 등마루와 약간 휘어진 처마 끝에 뚫었고 아담한 기둥과 창호 그리고 기왓골, 주춧돌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었지요. 푸른 빛이 도는 청화 물감과 순백의 바탕흙(태토), 맑고 투명한 유약이 어우러진 명품 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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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모양의 연적들 / 소상팔경무늬팔각연적, 물고기모양 연적, 산(山)모양 연적, 수탉모양 연적, 두꺼비모양 연적, 복숭아모양 연적(왼쪽부터 시계방향) |